“슈트의 바지를 조금 짧게 느껴질 정도로 도전해보라. 본인만 느낄 뿐 실제로는 전혀 짧지 않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MD 김항석
편한 대로 적당히 넘어가기엔, 근대 영국 엘리트 귀족들의 군복에서 출발점을 찾을 수 있는 슈트의 엄숙함과 진지함이 마음에 걸린다. 알기만 한다면 슈트의 정석을 따르기란 쉽다. 수백 년 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신사들이 지켜온 슈트의 변함없는 바지 길이는 구두를 살짝 덮어 구두의 끈 구멍이 두 개 정도 보이는 것이다. 더 쉬운 방법은 바로 섰을 때의 구두 굽의 윗선에서 1~3cm 정도 올라가면 된다. 이보다 조금 더 짧은 것은 괜찮지만, 더 긴 것은 금물. 슈트의 바지 길이가 길면, 발등 위로 주름이 접혀 깨끗하게 떨어지는 슈트의 실루엣을 망칠 수 있다.
바지 끝을 접은 디테일을 활용하는 턴업(Turn-up) 스타일은 4~5cm의 두툼한 폭을 만드는 것이 정통적인 방법이다. 키가 큰 사람에게는 5cm 정도가 제격. 접은 디테일의 무게가 아래로 바지를 당겨 바지의 실루엣이 깔끔하게 떨어지고, 바짓단이 쉽게 펄럭이지 않는 미덕이 있다. 특히, 얇은 소재의 여름용 팬츠에 효과적이다. 단, 턱시도에는 절대 금물이니 주의할 것. 이 턴업 스타일의 바지 길이는 더 중요하다. 발등 위로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살짝 짧은 듯한 느낌으로 맞출 것. 슈트는 위아래가 같은 컬러이기 때문에 시선이 이어져 바지 길이가 길면 금방 눈에 띄게 된다.
조금 더 캐주얼하게 재킷과 바지를 따로 매치하는 경우는 시선이 분산돼 길이가 조금 길거나 짧아도 큰 문제가 안 된다. 이때에는 구두 굽의 높이나 바지의 폭, 소재에 맞춰 바지 길이를 조절하면 된다. 즉, 넓은 폭의 바지나 자연스러운 주름이 매력인 마 소재 바지 같은 경우, 구두 끝이 매끈하고 좁은 스타일일 때에는 바지의 길이가 조금 긴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