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 기념,
경주의 법(法)을 찾아서.
월성중학교 2학년 6반 김민욱
오늘은 제헌절 한 주 전 토요일. 원래는 쉬는 날이었으나, 최근에 안 쉬는날이 되면서 부득이하게 토요일에 답사를 하게 되었다. 제헌절은 1948년 7월 17일, 우리나라의 헌법이 제정됨을 기념하여 제정된 날이다. 삼일절(3.1), 광복절(8.15), 개천절(10.3)과 더불어 국가 4대 국경일이기도 하다. 근데 왜 안 쉬는 걸까?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필기도구만 챙기고 집을 나선다. 경주의 법, 그렇다면 경주의 법원은 어딜까? 신한은행에서 쭉 내려가다 보면 경주 법원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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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법원. 갔을 때는 공사중 이었다.)
궁금한 건 왜 법원은 건물 두 개가 좌우 대칭으로 짓는 걸까? 아마 법의 공정성을 상징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옛날의 법원은 어디인가? 신라 시대 까지는 무리고 조선 시대의 법원은 아직 경주에 남아 있다. 조선시대에는 관아에서 재판을 받았다. 판결은 당연히 그 고을의 원님이 했다. 이 법원에서 조금만 더 가면 경주 문화원이라는 데가 나온다. 거기가 바로 경주 관아의 내아(수령이 가족과 함께 거처하던 안채)이다. 대체로 여기가 경주 관아라고 알고 있는 분은 드물다. 이 경주 관아는 관아로 쓰이다가, 일제 강점기에 총독부 부설 박물관 경주 분관으로 이용된다. 그 후, 새롭게 국립경주박물관이 지어짐에 따라 현재는 경주 문화원으로 바뀌었다.
입구에 가니 10시부터 2시까지 문을 연다기에 들어가 보았다. 안에는 몇몇 건물과 성덕대왕신종을 달았던 종루, 그리고 향토사료관으로 쓰이고 있는 경주 내아가 보였다. 안에서 직원분이 향토사료관을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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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문화원 입구. 앞에는 향토사료관을 연다는 선간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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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관아의 내아. 현재는 향토사료관으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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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루. 일제강점기 때만 해도 여기에 성덕대왕신종을 걸었다.)
사료관 내에는 경주 읍성 모형이 전시되고 있었다. 해설사께서 말씀하시기를, 경주 읍성은 한 변이 0.6km인 거의 정사각형인 읍성이라고 한다. 치가 있어서 적을 방어하기 쉽고, 밑에는 수로를 파서 해자를 만들었다. 읍성 안에는 관아와 집경전, 동경관 및 여러 민간집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경주의 시내나 마찬가지였던 곳이다. 특이한 것은 예전에는 죄수들이 탈출 못하게 감옥을 일부러 외딴곳에 지어놓고 해자를 파서 물을 흐르도록 했다. 이 감옥자리가 현재의 명사 마을이라는 아파트라고 하신다. 옥사 위에 지어진 아파트라니 섬뜩하다. 그리고 구 경주여중 자리는 읍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숲을 조성했던 자리다. 이렇듯 조선시대에는 지금이랑 배치가 많이 달랐던 모양이다.
(경주 읍성 모형. 엄청나게 커 보이지만 한변이 600m인 생각외로 작은 성.)
여기 향토사료관에는 그 밖에도 여러 가지를 전시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임진왜란 때 쓰인 조선 최초의 시한폭탄인 비격진천뢰였다. 화포장 이장손에 의해 발명된 비격진천뢰는 줄을 감은 횟수에 따라 터지는 시간이 달라진다. 그리고 안에는 쇳쪼가리를 넣어서 터지면서 파편이 날아가 적을 죽이도록 했다. 임진왜란 때 경주읍성 탈환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무기중 하나다.
또한, 조선 총독이었던 데라우치 총독이 직접 쓴 현판, 옛날 경주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들도 전시하고 있다. 매우 많은 볼거리가 있는데도 사람들의 발길은 좀 뜸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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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읍성 옛 지도. 정방형 읍성과 대릉원이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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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격진천뢰. 수맣은 왜군들이 가장 두려워 했던 무기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2F0C365049D9DF29)
(온고각. 데라우치 총독이 직접 쓴 현판이다. 일본에서 경매 붙이면 상당한 가격에 팔릴 듯.)
사료관 밖에는 중요한 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하나는 스웨덴의 황제인 구스타프 아돌프 6세가 황태자 시절 신혼여행으로 경주를 들렀다가 심은 전나무다. 구스타프 아돌프는 고고학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어서, 당시 스웨덴에 잘 보여야 했던 일본이 직접 황태자를 초청해서 함께 서봉총 발굴에 참여하도록 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구스타프 아돌프는 천년왕국 신라의 금관에 큰 관심을 보였고, 금관을 직접 손으로 들 때는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하여 스웨덴의 한자 표기인 서전국(瑞典國)의 '서'자와 봉황(鳳凰)의 '봉'자를 따서 무덤을 서봉총이라고 지었다. 현재는 스웨덴과 대한민국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자 이 나무를 보호하고 있다.
뒤뜰에는 또 수령이 500년이나 된 은행나무가 서 있다. 두 그루인데 둘 다 암나무로 열매가 매우 많았다. 언제 심은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경주 관아가 생길 때 쯤 같이 심은 걸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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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아돌프 6세가 심은 전나무. 구상나무라고도 한다(정확한 건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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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동 은행나무. 수령이 500년으로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경주 문화원을 나선 후, 점심을 간단히 먹고 다시 답사를 시작한다. 이 동부동 일대에는 조선시대 유적이 많이 남아있다. 두번째로 간 곳은 또 다른 법의 출처, 경주 경찰서다.
경찰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찰서 내의 석재들이다. 이 중에는 사면에 부처님을 새긴 귀한 삼층석탑도 있다. 하지만 문화재 지정이 안 된 채 경찰서의 정원석으로 이용되는 게 안타깝다. 나중에라도 박물관으로 옮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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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경찰서. 살짝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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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경찰서 내 석재들. 사면에 부처님을 새긴 잘 만들어진 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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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석탑의 부석재. 웃는 모습이 상당히 잘 조각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경주 경찰서를 빠져나오는 길에 우리 학교 선생님을 한 분 만났다. 중앙 현관에서 항상 고장 난 의자나 물건들을 수리해주시는 선생님이신데 여기 사시는 것 같다.
선생님을 뵙고 난 후, 길을 가다가 조금 특이한 건물을 발견했다. 화랑교육원이라고 쓰여져 있는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때 야마구치병원이라는 서양식 병원이다. 경주 최초의 서양식 건축물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여기가 무슨 건물인지 조차 모른다. 탑마트 근방에 있는 일제강점기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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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야마구치병원. 이처럼 구 경주시가지에는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그렇게 길을 따라 동경관으로 향했다. 동경관은 고려시대부터 존재하던 건물로, 외국이나 다른 지방에서 온 손님을 접대하는 객사 역할을 했던 곳이다. 경상북도 문화재 자료다.
탑마트 옆에 경주 교육 삼락회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더 들어가니 동경관이 보였다. 상당히 큰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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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교육 삼락회. 뭐하는 건물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안에 동경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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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교육삼락회 내 부석재. 경주 경찰서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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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관. 영빈관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건물이 잘 보면 굉장히 이상하다.)
동경관을 딱 처음 보면 누구든 이상하다고 느낀다. 왼편은 맞배지붕인데 오른편은 팔작지붕이다. 왜 이렇게 이상한 구조로 지은 걸까?
원래는 태조 이성계의 위패를 모시던 정청을 중심으로 해서 동헌과 서헌이 붙어있는 형태였다. 즉 지금의 세배크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청과 동헌은 없어지고 서헌만 남게 되었다. 덕분에 1/3 정도의 건물이 만들어지게 된 거다. 경주 문화원에 가면 동경관 모형과 옛날 동경관 사진이 남아 있다. 현재는 전통문화교육장으로 쓰이고 있다. 만약 된다면 원래 모양으로 복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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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문화원에 전시된 동경관의 옛날 사진. 그때는 전부 다 붙어 있었다.)
동경관을 나와서 이번에는 구 경주여중으로 가 보았다. 현재는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으로 쓰이고 있는 이 건물 옆에는 또 아주 중요한 유적지가 있다. 바로 주전지(집경전지)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여기는 집경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집경전은 태조 이성계의 진영(초상화)을 모시던 건물이었지만, 임진왜란 때 강원부로 옮기면서 빈 건물이 되었다. 그 후, 정조가 여기는 집경전 터였다는 증거로 친필로 집경전 구기비를 세운다. 그 비는 현재 구 경주여중 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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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방사선폐기물관리공단(구 경주여중). 여기 근방에 집경전 관련 유적이 분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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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지(집경전지). 얼핏 보기에는 성문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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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경전 구기비. 정조가 친필로 적은 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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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비. 하마비가 있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건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집경전지를 벗어나 동부동 일대를 헤맸다. 무슨 골목이 일도 많은지. 여기저기 헤매다가 구 서경사라는 곳을 발견했다. 여기 구 서경사는 일단 건물 모양부터 특이하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의 전통 한옥과는 다른 높은 누각, 그리고 한단 위에 지어진 건물. 여기 구 서경사는 바로 일본식 사찰이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서 직접 건축자재를 들여와 지은 절이다. 이후,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다가 최근에 복원한 후, 공원으로 조성했다. 하지만 노란색 철조망으로 문은 굳게 잠가져 있었다.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있다(우리나라는 문화재 분류가 너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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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서경사. 일본식 사찰의 느낌이 난다. 굳이 일본 안 가도 일본 건축의 미를 느낄 수 있는 건물. 그런데 경주역도 이 건물과 사뭇 비슷한 느낌이 난다. 일제강점기 때 지어져서 그런 걸까?)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의 종점인 경주 읍성을 가보았다. 고려 현종 때 지어진 경주 읍성은 일제 강점기까지만 해도 남아 있었으나, 현재는 일부만 남고 다 없어져 버렸다. 현재는 복원작업을 통해 일부분을 복원한다고 한다.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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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읍성. 최근에 복원한 느낌이 난다. 그래도 뒤편은 옛날 느낌이 난다.)
(경주 읍성 복원도. 수원화성처럼 지어질 모양이다.)
오늘 동부동 일대 답사를 통해서 경주의 법을 찾아보았다. 어쩌다 보니 법이 아닌 그냥 동부동 답사가 되었지만, 경주의 숨은 유적지들을 방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이런 문화재들이 관심을 받고 좀 더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여정- (2012. 7. 14. 土)
경주 법원→ 경주 문화원→ 경주 경찰서→ 경주 구 야마구치 병원→ 경주 교육 삼락회→ 동경관→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구 경주여중)→ 주전지(집경전지)→ 구 서경사→ 경주 읍성
첫댓글 요즘 민욱이가 유적 답사에 관심이 많구나.
혼자서도 이곳 저곳 열심히 다니는 걸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것을 보니 반갑구나.
국토순례 가서도 열심히 메모하고 설명을 듣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하여튼 즐겁고 재미있었던 국토순례가 아니었나 싶다.
방학동안에 공부도 열심히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