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자의누리> 출간
별명은 색시였어요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 학교에서 인성검사를 했다.
결과, 나의 남자다운 성격은 100% 중에 5%, 잘하는 특기는 고무줄, 줄넘기, 공기놀이. 별명은 색시였다. 하루 종일 한 마디 말도 없이 조용히 공부만 하는 아이. 그게 나였다.
그 무렵 연세가 있으신 나의 국어선생님께서 수업 중에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씀하셨다.
“관하야, 너는 나중에 선생님 해라. 너는 좋은 선생님이 될거야. 그리고 관하야, 글쓰는 사람이 되어라. 너는 좋은 글을 쓸 것 같아.”
극히 내성적이었던 나에게 격려의 말씀을 하셨던 선생님. 그 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나도 모르는 무엇인가가 나에게 있나 봐.”
그 축복과 격려에 힘입어 나는 글 쓰는 학생이 되었다. 백일장에서 상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국어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시인으로 등단, 지금까지 책을 14권을 쓴 작가가 되었다.
나는 그 때 그 선생님의 격려를 잊지 못한다. 그 사랑의 마음을 잊지 못한다. 말씀 한 마디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음에. 그래서 교사이며 작가가 된 나 또한 나의 제자들을 격려하며 사랑을 실천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으로 제자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학생 작가 양성반을 만들고
금년초 학생 작가 양성반을 만들었다.
그 후 공식 이름이 생겨서 ‘자의누리’라고 불리는 ‘영훈고 학생작가양성반’. ‘자의누리’는 ‘중심세계’라는 순우리말로, 아이들이 협의하여 지었다.
다른 예술 분야와는 달리 문학이 크게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글이 주는 감동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은사를 계발하여 사용하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의 아이들에게 광고를 했고, 아이들은 신청을 해 왔다. 사실 많은 아이들이 모여 글쓰기 연습을 하는 반이 아니고, 그 수준을 뛰어넘는 모임인지라, 아이들의 선별도 필요했고, 계획도 필요했다. 하지만, 일단 시동을 걸었다. 생각보다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고, 모인 아이들은 꼭 하고 싶었던, 그리고 기다렸던 모임이라고 고백했다.
3월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한두 번씩 모임을 가져왔다. 학교에서는, 많지는 않지만 좋은 모임이라고 생각해서 창의적 체험활동비에서 일정 경비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개인적으로는 나의 처녀시집, <나에게 너는 아름답다>가 발간되었을 때 출판문화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었다. 그리고 그 후 <울보선생> 등 14권의 책이 나올 때까지 출판 기념회를 한 적이 전혀 없었다. 제자들과 글 낭송회를 열고, 책을 발간하고, 또 출판기념회를 열며 싸인회까지 생각하며 준비하는 이 기분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너무 행복하다.
책 출간을 앞두고
이제 다음 주면 책이 나온다. 아이들과 표지도 살펴보았고, 교정도 꼼꼼히 보았다. 분량은 약 180쪽 가량, 시와 소설이 대부분이어서 ‘사화집’이라고 해야 하겟다. J-PLUS에서는 학생들을 위해 출혈을 무릅쓰고 책을 발간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이제 인쇄에 들어갔을 것이고, 며칠 후면 전국의 서점에 깔려 판매될 것이다.
영훈고의 제자 손은비, 김태연, 이준석, 신치원, 임현우과 함께 한 시간이 무척 기쁘고 행복하다. 우리뿐만 아니라, 이 사화집 <자의누리>를 통해 많은 분들이 가을날의 정서를 함뿍 느꼈으면 좋겠다.
앞으로 더욱 우리 아이들이 좋은 글을 썼으면 좋겠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글, 현실을 말하면서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글을 썼으면 좋겠다. 또한 주님의 사랑이 가득한 글을 쓰는 아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세상이 흉내낼 수 없는 사랑, 자기를 죽이기까지 목숨 걸었던 주님의 사랑이 글로 잉태되었으면 더욱 좋겠다.
‘스승’이라는 이름에는 ‘제자’를 끝까지 사랑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포기하지 않는 것, 바로 그 사랑이다. 그 사랑을 받고 자란 제자는, 또 그 사랑을 자기의 제자들에게 전할 것이다. 대물림의 사랑. 그 사랑의 마음을 부어주시는 주님께 지금 이 시간도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 아이들과 제가 함께 하는 이 행보에 주님의 사랑이 가득하길, 그리고 감동적인 글을 써서 세상에 출간될 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글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책을 발간하는 것, 출판 기념회, 낭송회 등의 준비하고 있는 일정에도 은혜의 행보가 되길 기도 부탁드립니다. 책이 발간되면 기쁨의 자리에 초대할게요. 감사합니다.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최관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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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책에 수록된 <글을 시작하며>의 내용입니다.
* 글을 시작하며
스승과 제자가 함께 하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1995년 저는 처녀 시집 <나에게 너는 아름답다>를 발간했습니다. 그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 해에 태어난 큰딸 다솜이로 인하여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는 것은 삶에서의 큰 환희라는 것을 알고 더욱 감사했던 그때였습니다.
그로부터 약 20년 세월이 흐른 지금, 모교인 영훈고에서 사랑하는 제자들과 글모음집을 출간하게 되니 제가 단독으로 책을 내었을 때보다 더한 기쁨이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시절 한 국어선생님의 격려로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글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영훈고에서 교사를 할 때 은사님이신 박영원, 엄원용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분들의 격려로 시인이 되었습니다.
저도 이분들처럼 제자들에게 힘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못하는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을 찾아 사랑과 격려를 보내주는 것, 그러한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습니다. 글쓰는 것에 소질이 있고, 또 나중에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제자들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글을 써오고 서로 읽어가며 합평회를 하고, 시인에게 보내어 글에 대한 조언도 구했습니다. 그리고 <자의누리>라는 작은 책으로 엮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모임 이름이 <자의누리>인데, 이것을 그대로 책 제목으로 삼습니다. 그 뜻은 ‘중심세계’입니다.
글에 대한 평가를 하기 하기 전에 ‘우리’라는 이름으로 모인 것은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 영훈고에서 창의적체험활동으로 인한 지원이 주어졌습니다. 그래서 더욱 감사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손은비, 김태연 양과 이준석, 신치원, 임현우 군은 앞으로 더욱 많은 글을 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 좋은 글로 삶을 풍성하게 하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생이 될 것입니다. 현재는 부족한 면이 당연히 있겠지만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저보다 더 훌륭한 작가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책을 내는데 여러 어려움을 무릅쓰고 어린 문인들을 위해 기꺼이 출간에 응해준 J-PLUS 이우양 사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귀한 축시와 아이들의 글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며 격려해주신 박영원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 하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더욱이 같은 일을 하는 것은 더욱 기쁘고 행복한 일입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가을에 영훈고에서
최관하(시인, 영훈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