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
점심을 먹고 우산을 들고 나섰다. 비가 또 언제 오려나? 요즘 같은 장마철 비를 내리는건 신의 영역이라 한들 언제 내릴지를 알아 맞히는 것은 신도 헷갈려 할 터이다.
친구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아침결에 오랫만에 전화를 하였더니 무언가를 하고 있어 끝마치고 전화를 한다더니, 한참 후 전화를 해보니 이제 다른 일거리를 잡고서는 끝마치고 하겠단다.
아무래도 그가 좀 이상했다. 처음이 아니다. 이 나이대면 오는 치매의 증상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빠르던 그의 말투도 조금 어눌해졌으니...ㅠㅠ
오후 비소식 예보에 우산을 들고 나섰는데, 따가운 햇살이 내려쮠다. 우산이 있었기에 직사광선은 피할 수 있었다.
파랗게 벼가 자라는 들판은 황새들이 지킴이 되어 터잡았다.
이 무더위에도 파라솔 펼치고 작은 물길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 한사람은 파라솔도 없이 작은 다리의 난간에 걸터앉아 미끼를 낀다. 달구어진 시멘트 바닥이 얼마나 더울까?
"안 더워요?" 내가 묻는 말에 "좀 그러네요."하고 답한다. "고기는 좀 잡혀요?"하며 물으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땡볕에 길 걷는 나도 그렇지만 저들도 악취미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만났던 먼 아랫마을 산다는 길가 농부네 대추밭은 몇년째 제법 자리가 잡혔다. 태풍이 없으면 올가을 수확철엔 돈냥이나 만질 듯하다.
먼발치 할머니가 길가 콩밭에 손질을 하고 있다. 다가가니 경운기가 보이고, 할아버지는 논가운데서 농약을 치고 있었다. 이 더위에 농약을...
농약은 바람부는 때나 더운 날씨에 치면 사람이 해를 입기가 쉽다는 전설이 있다.
착찹했다. 미래 식량자원 확보가 화급한데 인구 유입없는 우리네 농촌은 저렇게 노인세대가 지탱하다 끝나고 폐허 될까 염려스럽다.
그런데 지독히도 퍼붓는 장마비가 그치면 또 얼마나 더운 날씨가 이어질까?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