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들판.
이삭 줍는 사람과
동화 '오세암' 속 5세 동자 길손이와
눈 먼 누이 감이가 집 대신 쉬어갔던
벼 낟가리 자리에는 온통 커다란 흰색 원기둥 덩어리가
이리 뒹굴, 저리 뒹굴입니다.
동물사료로 쓰일 것이라 합니다.
차속 예불하며
스님 가르쳐주신 능엄주를 다른 느낌으로 외우고.. .
가을산과 추수 끝난 들을 달려,
계곡에 비친 단풍이 너무나 붉어 홍류동이라 이름했다는
단풍 절정인 홍류동 계곡에 들어섰습니다.
'단풍 고운 이 계절에
스님 가셨구나!'
24년 전 그 날의 기억 속에는 단풍이
없음이 이상합니다.
스님께서는 이 좋은 곳이 스님 가신 그 곳인양 저희를 초대하셨습니다.
단풍은 햇빛을 받아 더욱 붉습니다.
단풍 든 숲길을 낙엽을 밟으며 굳이
스님 걸으셨을 이 길을
걸어 올랐습니다.
예전의 기억과는 달리 길은 잘 닦여 있었습니다.
스님 주석하셨던 백련암이 니타나고 어쩜 높은 저 쯤에서 스님 내려다 보셨을지도 모르겠다 느껴졌습니다.
고심원에서는 "지심귀명례"소리
울려 나옵니다.
백련암.
붐비지는 않았지만 우리 신도님들
오랜 도반을 만나고,
약 서른 분의 신도님들은
고심원과 또는
이 전각 저 전각에서 삼천배와
각자의 기도 속으로 들어가고,
과방에서 봉사도 하였습니다.
큰스님 따라하기로
큰스님 발자국 따라 용머리에 올랐습니다.
미끄러지고 뒤뚱거리면서..
완성의 시작은 흉내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회향 날 아침,
고심원에서 제를 올린 후
큰스님 사리탑으로 이동하였습니다.
30여 분의 스님들과 많은 불자님들이 스님의 큰 뜻을 기렸습니다.
아침 햇볕을 받으며
스님의 행장을 다시 새기고,
천천히 천천히 사리탑 주위를 빙
돌고 돌았습니다.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떨어지는 낙엽을 손으로 받으러 온몸으로 애써 보기도하며 스님 앞에서 깔깔 웃기도 했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의 인사를 받으며
다시
해인사 대적광전으로… .
가 보리라던 원당암도 지족암도
희랑대는 가보질 못했습니다.
다음을 기약해야합니다.
부도탑에도 가을이 쌓입니다.
가을이 바람에 날리고,
가을이 낙엽되어 쌓이는 계곡을 나섰습니다.
스님은 가셨지만 저희는 스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스님의 가르침이 오래오래 머물기를 발원합니다.
부처님 법 만나 감사합니다.()
큰스님 가르침 만나 감사합니다.()
좋은 스승 만나 감사합니다.()
오늘의 심중 약속을 지키고,
비켜서지 않고,
보다 다른 경계에서
오늘 뵌 금강굴 부처님과도
자신있게 눈맞춤하게 되길
발원하는 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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