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은 온통 별천지였습니다.
올라가 앉아 이것저것 들여다보고 찾아보고 만져보다가 밥 먹는 시간도 놓칠만큼
그곳엔 신기한 것들로 꽉 차 있었지요.
미군부대 회계과에 근무하신 아빠가 딸들을 위해 가끔 가져오신, 지금은 흔하디 흔한
황홀한 색깔의 엠엔엠즈 초콜렛, 리즈 크래커, 참스 사탕 그리고 이름모를 과자 봉지 몇개...
살이 트고 갈라진 국광 사과 박스, 소고기 라면 박스, 캔맥주 몇개와
양장점을 하신 엄마가 올려놓으신 옷감 샘플 조각들, 빛나는 단추들, 손에 잡히지도 않는
커다란 양장 가위, 실, 바늘, 고장난 재봉틀과
퀴퀴한 곰팡내 나는 잡지 몇권, 언니들 보던 책, 아빠 몰래 엄마가 할부로 사 준 빨간색 계몽사 전집,,,
그밖의 기억나지 않는 보물들 속에 파묻혀 있다 내려오면
내 얼굴은 어느새 혼자만의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을 테지요.
그 때부터였나 봅니다.
내 대인기피증이 시작된 것은...
이웃 학교에 배구하러 가라고 내보내줘도 나가지 못하는 내 병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오늘, 우리반 인성이가 비가 와서 밖에 나가 놀지 못하고
접어서 넣어둔 카펫을 찾아와 제 옆에 깔고 그 속에 들어가 한시간 동안 나오질 않은 것은,,,
내 대인기피증을 함께 앓고 있나 봅니다.
혹시 아나요? 내 꿈도 함께 꾸고 있는지!
첫댓글 요것 저것 들추는 재미 솔솔 나겠어요. 지는 선별 대인 기피증이예요.오랜 친구한텐 안그런데.....
난 친구네 다락방에서 많이 놀았는데. 다락방이 있는 집에서 사는 친구를 엄청 부러워하며. 지금도 집을 짓는다면 설계도면에서 가장 신경 쓸 곳이 바로 다락방. 인성이는 다락방만한 카펫안에서 넓디넓은 세상을 보고 있을 겝니다.
비오는 날 다락방에서 창밖을 보는것도 재미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