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기 파문을 일으킨 MC 겸 가수 길은정이 자신의 인터넷 일기는 모두 진실이며, 지난 97년 9월 이혼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은 두 사람이 철저하게 꾸민 조작극이었음을 털어놓았다. 길은정은 아울러 지난 97년 2월 결혼한 후 4개월 만에 아무 연고도 없는 하와이로 떠나 자살할 결심을 했던 사실까지 처음으로 공개했다.
인터넷 일기 파문(본지 9월5일자 특종 보도)이 확산된 후 약 보름 동안 쏟아지는 언론사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리던 끝에 "'일기 내용은 진실'이라는 똑같은 대답을 하기도 지쳤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누구와도 인터뷰하지 않겠다"며 기자와 만난 길은정은 "그동안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가위에 눌리듯 자책감을 느끼며 살아왔다. 이번 일은 '결혼 생활과 이혼' 기자회견으로 대중을 기만한 것에 대한 고해성사의 의미였다. 어떤 한사람을 파멸시키고자 하는 차원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길은정과의 일문일답.
―처음부터 완강하게 결혼을 거부했으면 될 것 아닌가.
▲편승엽과는 내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그가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처음 만났다. 이후 그는 매일 전화를 걸어와 "사랑한다"고 말했다. 계속 거절했지만 그는 폭풍처럼 밀려왔다. 선물공세도 했고, 어느 날 덥다고 하니까 바로 집으로 에어컨을 싣고 와 달아주는 등 지극한 호의를 보였다. 암선고를 받기 한달 전인 96년 7월부터 그를 만나기 시작했는데, 암선고를 받은 날 그가 "내가 지켜줄게"라고 말했다. 그 순간은 그가 정말 나를 아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 나는 무엇엔가 홀린 듯 결혼까지 하게 됐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끌려다니며 이혼 기자회견 조작극까지 벌였는지 의문이다.
▲그것은 내가 하자고 했다. 결혼한 지 4개월 만에 나는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하와이로 도망을 갔다. 그곳에서 책을 쓰며 인생을 정리하고 자살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와의 결혼은 언론들을 통해 이미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미화돼 있었고, 내게는 그것을 뒤엎을 힘이 없었다. 악몽처럼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죽음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장기기증신청을 한 일이 자살을 막게 했다. 사후 8시간 만에 각막수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국 후 편승엽에게 "너도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도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 그러니까 헤어지자"고 했다.
그러나 편승엽은 "이혼하면 (자신의) 가수 생활이 끝난다"며 반대했다. 그래서 이미지가 추락되지 않게 기자회견을 잘 연출해 줄 테니 이혼해 달라고 했다. 기자회견은 그렇게 이루어졌고 잘 꾸며진 각본대로 진행된 것이다.
―당시 <그럼에도 행복하다>라는 자전적 에세이는 결혼생활을 아름답게 그렸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지금이라도 책이 있으면 자세히 보라. 은유적으로, 때로는 직선적으로 결혼생활에 대한 후회와 솔직한 느낌을 써놓았다. 마치 암호처럼 그 메시지들이 보일 것이다. 절대 결혼생활을 미화한 내용이 아니다.
길은정은 인터뷰를 끝내며 "나는 한번도 유명해지고 싶어 노래한 적이 없다. 그저 노래를 부르고 싶었을 뿐 주변에서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까 인기를 얻었고, 여기까지 왔다"며 "이 일이 터진 것을 비롯해 모든 일을 하늘의 뜻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편승엽은 일기 파문 이후 인터넷에 글을 올려 자신을 성토하는 대중에게 진정해 달라는 메시지와 '모두가 날조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이 일은 두 사람이 풀어야 할 문제'라는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