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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약회 대구광역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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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자료 스크랩 우이도 기행 -자산어보의 정약전이 머물던 곳
이장희 추천 0 조회 53 14.05.13 12:0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정약전이 찾아갔던 우이도 옛집


허 시 명(여행작가)


섬을 여행할 때면, 나는 섬 토박이에게 두 가지 것을 꼭 물어본다. “이 섬에서 살다간 사람 중에서 가장 이름난 사람이 누구입니까?” “이 섬에서 최고로 술 잘 빚는 사람이 누구입니까?”다. 아직까지 이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한 적은 없다.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1758~1816)이 숨을 거둔 우이도 진리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짐짓 정약전을 염두에 두고 물어본 말에 토박이 문종옥 씨는 자신의 5대조인 문순득(1777~1849)이라는 이름을 꺼내놓았다.


문순득의 표류담을 정약전이 기록으로 남겨


문순득은 누구인가? 1801년 1월 18일 배를 타고 홍어를 팔러나갔다가 표류하여 필리핀, 마카오를 거쳐 중국대륙을 지나 압록강 건너 1805년 1월 8일에 우이도로 귀환한 인물이다.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문순득을 반긴 이는 정약전이었다. 당시 정약전은 흑산현 소속인 우이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었다. 정약전은 문순득에게 개국 이래 처음으로 먼나라를 떠돌다 왔다는 뜻으로 ‘천초(天初)’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글을 몰랐던 문순득의 체험담을 듣고 「표해시말(漂海始末)」이라는 기록을 남겨두었다.


토박이 문종옥 씨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고 있자니, 내게는 문순득과 정약전이 한 사람처럼 여겨졌다. 문순득은 정약전을 통해서 자신의 이름과 체험을 남기고, 실학자인 정약전은 문순득을 통해서 외국과 해양의 사정을 기록으로 전할 수 있었다.


이 사실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0년의 전의 일이다. 그런데 토박이 문종옥 씨는 문순득의 집이 아직도 남아있다면 길 안내를 했다. 문순득의 직계 후손인 문채옥(89살) 씨가 선조의 옛집이 더 훼손되지 않게 양철로 바람막이를 해둔 채, 뒷마당 쪽에 새로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문채옥 씨는 출타중이어서 만날 수 없었지만, 문순득이 살았고 문순득의 얘기를 듣기 위해서 정약전이 머물렀던 옛집을 보자 내 가슴이 뭉클했다.


아쉬운 것은 문순득의 옛집에 아무런 현판도 안내판도 걸려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문순득의 옛집이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은 그저 후손인 문채옥 씨의 바람만으로 남아있는 것 같았다.


흑산도를 여행했을 때, 정약전이 머물렀던 사촌서당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근래에 복원된 집인데, 사람이 살지 않아서 온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그에 견주면 문순득의 옛집은 비바람에 퇴락해 가고 있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집이었다. 문순득과 정약전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릴 듯한 집이었다.


다산의 제자인 이강회, 실학적 관심사를 문집에 남겨


그런데 이 옛집에 머물렀던 역사적인 인물이 또 하나 있다. 「표해시말」의 글을 자신의 문집 『유암총서』에 담아 전한 이강회(1774~1830)라는 인물이다. 이강회는 강진에서 귀양 살고 있던 정약용의 제자로, 정약용과 정약전의 연락책을 했던 인물이다. 연암그룹과 함께 실학사상의 대표 유파라 할 수 있는 ‘다산학단’의 일원이라 할 수 있다. 이강회는 정약전이 숨지고, 스승 정약용이 해배되어 집으로 돌아간 직후인 1818년 10월 경에 우이도를 다시 찾아와 문순득을 만났다. 이강회는 문순득을 만나 정약전이 미처 듣지 못한 외국 선박과 차량에 대한 얘기를 듣고자 한 것이다. 그 내용은 이용후생학파라 일컬어지는 연암그룹의 관심주제이기도 했는데, 이를 문집에 남겨놓았다.


이강회가 남긴 문집 두 권 『유암총서』, 『운곡잡저』는 문순득의 후손인 문채옥 씨가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어서, 이 모든 얘기가 오늘에 전할 수 있게 되었다. 문순득 씨의 옛집 뒤편으로 정약전이 머물렀다는 집터도 전해온다. 정약전이 우이도 굴봉산과 띠밭너머 백사장도 자주 찾았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우이도를 찾는 사람들은 우이도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우이도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신비로운 모래산이 있어서 피서객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섬이다. 하지만 우이도에 정약전이 머물렀고,「표해시말」의 주인공 문순득이 살았던 사실을 알고 돌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문순득의 옛집에, 정약전이 살았다는 집터에 작은 푯말 하나라도 걸리기를 소망한다.


 


글쓴이 / 허시명

· 여행작가. 술기행가

· 저서 : <조선문인기행>, <허시명의 주당천리>, <풍경이 있는 우리술 기행>,

          <비주, 숨겨진 우리술을 찾아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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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에는 에피소드가 있어야 한다. 그런 잔 재미를 가지는 역사적 가치를 찾는 것이  문화 즐기기 여행즐기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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