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글은 <맑고향기롭게>에 보낸 "생태사찰 만들기를 위한 단상" 원고입니다.
수시로 원고 내용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 글머리
최근 사찰환경을 둘러싸고 문제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북한산과 천성산 관통터널 문제와 같은 외부의 강제에 의해서도 문제가 발생하지만, 사찰 내부에 의해 일어나는 문제도 상당하다. 사찰환경 문제가 피해로 인한 것이든 자해에 의한 것이든 간에 그 도덕적 책임이 불교계에 있다는 자각이 최근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최근들어 주목 받기 시작한 불교계의 환경운동과 ‘불교의제 21’등을 통한 불교 내부의 자각적 변화 등은 그로 말미암은 것이다.
■ 절집은 자연과 ‘절로’ 어울려야 절집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 흔히 ‘그림 같다’고 말한다. 흘러간 대중가요에도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는 가사가 들어있다. 그리고, 누구나가 그 그림 속에서 살고 싶어 한다.
우리의 옛 절집은 어딜 가나 한 폭의 그림이었다. ‘절집’ 하면 이미 산수(山水)가 포함되어 있고, ‘산수’하면 절집을 함께 생각했다. 절집은 자연과 ‘절로’어울려야 절집이다.
그러나, 요즘 절집은 불사들이 너무 잦고, 황당해서 그림이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주위 산수와의 조화를 무시한 마구잡이 불사로 인해 자연과 ‘절로 어울림’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날로 넓어지고 있는 경내 공간, 엄청난 규모로 커진 전각들, 경내 여기저기 들어선 시멘트 건물들, 대웅전 마당까지 들어와 있는 포장도로, 부처님 코앞에 들이댄 승용차들, 경내 여기저기 들어선 편의시설들, 함부로 심어진 외래수종들, 어지럽게 내걸린 현수막들...,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요즘의 절집 풍경이다. 조화는커녕 오히려 주위의 산수까지 망치는 절집들이 많다.
이러한 절집 풍경은 세속적 욕망을 감당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한국불교의 정신적 위기가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다.
■ 생태적인 불사가 아쉽다.
건축이란 건축자재들의 단순한 합집합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생태적 인식의 결과인 동시에 우리의 삶 전체에 대한 통찰의 문제이다. 절집 역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부대중의 생각과 생활양식을 보여준다.
백양사의 우화루 기둥은 여러 조각으로 짜맞추어져 있다. 마치 떨어진 옷 기워 입듯이 썩은 부분을 잘라내고 거기에 다른 나무토막을 구해다 받치고 끼워넣은 것이다. 오랜 전각들을 보면 그런 부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숲속에 살면서도 옛 스님들은 나무 기둥 하나도 그렇게 아끼고 보살펴서 썼다.그렇게 해서 수백년 된 전각들을 오늘날까지 우리들에게 물려주었던 것이다.
금산사 미륵전 기둥, 선운사 만세루의 서까래, 개심사 심검당의 기둥은 모두가 다듬지 않은 자연목이다. 절집의 오랜 건축물일 수록 자연성이 많이 살아있다. 옛 스님들은 굽고 휘어진 나무도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 건축의 자연성은 나무를 나무로 대접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요즘 절집 불사에서는 휘어진 기둥도 굽은 서까래도 볼 수 없다. 나무를 나무로 보지 않고 단순한 목재(木材)로만 보기 때문이다. 기둥이 썩으면 잘라서 끼우고 받칠 생각보다 통째로 새로 갈아치울 생각을 한다. 크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 숲이 있어야 절집이다.
불교는 숲의 종교이다. 부처님은 숲속에서 태어나 숲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숲속에 집을 지어 제자들을 가르쳤으며, 마침내 숲속에서 열반에 들었다. 1천6백년 한국불교도 숲을 떠나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땅의 수행자들도 산속에 절집을 짓고 숲속에서 수행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물질시대에 들어와 불사가 대형화되면서 사찰 주변의 숲이 많이 망가졌다. 경남 양산시와 김제시는 임도를 내면서 사찰림을 훼손했다. 존자암이 복원 과정에서는 한라산 국립공원 내의 고목 100그루 이상이 잘려 나갔고, 표충사와 마곡사에서는 노거수 느티나무를 불법으로 잘라내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숲은 산사태를 막아주는 사방(砂防) 둑이요, 숲은 물을 담고 있는 작은 댐이다. 숲은 전각들의 수명을 오래 유지시켜 준다. 숲은 산을 다양한 생태계의 받침돌 역할을 해준다. 숲은 수행자들의 건강을 지켜준다. 숲은 수행자들의 산간생활을 보장해준다. 이 밖에도 숲은 절집의 조경을 아름답게 해주는 등 그 효용성은 무한하다. 절은 숲이 있어야 절이다.
■ 생태방생을 위한 단상
방생은 적극적인 불살생계이다. 생명을 죽이지 않는 소극적 차원을 넘어서 죽음에 이른 생명을 살려주는 적극적인 지계행이다. <금광명경>을 비롯하여 여러 경전에는 생명의 유기적 관계를 드러내주는 연기론적 실천덕목으로서의 방생 일화들이 실려있다. 방생은 특히 조선시대에 이르러 한국불교의 전통의식으로서 자리를 굳건히 해왔다. 그러나,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많은 역기능도 낳고 있다.
과거 불교계는 방생해서는 안 되는 외래종이나 육식종을 함부로 방생하여 고유한 생태계를 교란시킨 과오가 있다. 서울의 모 사찰은 생태조건을 무시한 채 미꾸라지를 한겨울에 방생한 적이 있고, 대구의 모 사찰은 붕어와 잉어를 계곡에 방생했다. 그리고, 방생지의 면적(환경용량)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많은 숫자를 방생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방생은 내적으로 자기 성찰(省察)과 적덕(積德)의 기회를 주고, 사회적으로는 생명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며, 자연보호와 생태계 보전 기회를 제공해준다. 방생의 전통을 성토하여 없애기보다는 방생이 생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부대중 모두가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 전통해우소를 다시 생각한다.
최근 템플스테이, 사찰 체험프로그램, 주5일제 등등으로 사찰을 찾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정부와 종단에서는 탐방객과 외국관광객들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이유로 전통해우소를 수세식으로 바꾸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 바람에 옛 스님들이 물려준 전통해우소들이 발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
전통해우소는 판벽에 살창을 사방에 두어서 냄새가 나지 않고 파리 등이 꾀지 않는다. 아래층 변조칸은 흙으로 쌓아서 보온보습 기능이 뛰어나다. 배설물은 낙엽이나 톱밥 등으로 덮어서 고형화(固形化)와 발효과정을 거쳐서 논밭의 거름으로 사용한다.
전통해우소의 이같은 친환경적 시스템과는 달리 수세식 화장실은 물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수질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사찰주변의 지하수 체계를 흐트려 놓거나 수질을 오염시킨다. 그리고 사찰경제에도 큰 부담을 준다. 전통해우소는 제대로만 관리되면 하나의 생태적 대안이 될 것이다. 또, 해우소를 전통문화 차원에서 전승시켜야 하는 당위성도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전통해우소를 전통문화 보전 차원에서 복원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 사찰, 대기오염의 안전지대 아니다.
흔히 산중사찰 하면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래서 옛부터 승속을 막론하고 심신수양처로 여겨왔다. 지금도 그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말도 점차 옛 말이 되어간다.
사찰과 사찰주변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차량들의 출입이 빈번해져서 매연 배출량이 점차 늘어나고, 일부에서는 쓰레기를 함부로 소각하여 산중의 청정한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비구니 청정도량인 내원사가 자리한 천성산은 경상남도 도립공원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휴일이면 매표소에서 내원사에 이르는 2킬로미터의 진입도로가 교통체증에 시달릴만큼 많은 차량들이 몰려든다. 때로는 그 차량들이 내뿜는 매연이 코를 찌를 정도로 골짜기에 그득 정체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천성산을 관할하는 양산시에서는 1백미터에 1개꼴로 쓰레기장을 만들어 놓고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쓰레기들을 불법으로 소각하고 있다. 저녁 무렵이면 쓰레기를 태우는 냄새와 연기가 골짜기에 그득하다. 쓰레기를 소각할 때 나오는 매연과 다이옥신은 생태계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산속의 청정한 대기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차량이 주차장 안쪽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고, 쓰레기를 함부로 태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생태적인 수자원 관리가 아쉽다.
산중사찰은 전통적으로 하천의 상류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물 환경이 매우 좋았다. 맑고 깨끗한 물은 수행자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근래들어 생태적인 수자원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계곡의 생태계 파괴, 수량의 감소, 수질 오염 등의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대부분 정부의 무분별한 개발의 결과로 일어나지만, 그 가운데는 사부대중이 책임져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백양사 계류에는 10개나 되는 시멘트 보가 설치되어 있다. 풍수, 생활용수 등으로 필요한 보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불필요한 것들이다. 물은 보에 갇혀 있으면 수질이 떨어진다. 그리고, 무분별하게 방생, 방류된 청거북, 황소개구리, 비단잉어 등은 계류의 고유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마곡사의 경우는 방부제와 항생제가 들어있는 사료를 판매하고 있어서 자생어종들에게 유전자변형 등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은해사 앞 계곡은 퇴적물들이 쌓여 수심이 얕아지면서 오니들이 쌓여 썩고 있다.
수자원의 생태적 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유역의 물 저장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녹지공간을 보전․확대해야한다. 계곡을 치수 위주로 정비하거나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복개해서는 안 된다. 또, 지하수를 함부로 파거나 낭비하여 계곡의 수량을 감소시켜서도 안 된다.
■ 물을 지키는 것이 산을 지키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했지만, 환경시대의 화두는 산은 물이요, 물은 산이다. 산을 보면 물을 알고, 물을 보면 산을 안다. 물은 곧 산의 피와 같다. 의사들이 혈액을 보고 몸의 병을 알아내듯이, 물을 보면 그 산의 건강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삼성산 삼막사에서는 휴일날 등산객들이 버리는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묘책으로 에게 무료로 국수 공양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국수 삶는 물과 먹고 남은 찌꺼기 국물들을 정화하지 않고 계곡으로 그냥 흘러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도봉산 망월사에는 용성과 춘성 등 근대의 선승들이 머물던 천중선원이 있다. 그 선원에서 지하에 묻힌 파이프라인을 통해 생활하수를 아래쪽으로 그냥 내보내고 있다. 후미진 숲속이라 눈에 잘 뜨지는 않지만, 거품이 눈덩이처럼 쌓인 것을 보아 빨랫물과 세숫물이 분명하다.
하수는 아래로 내려가면서 여러 물들과 섞이거나 지하로 들어가서 눈에 보이지 않게 되지만, 수질을 오염시키는 유해성분은 그대로 남아서 아래로 내려간다. 산을 지키려면 물을 지켜야 한다. 조고각하라는 말이 있다. 사부대중은 환경문제에 있어서 우선 내 발 아래부터 살펴볼 일이다.
■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사찰
주5일 근무제가 확산이 되면 사찰을 찾는 관광객들도 비례하여 증가할 것이다. 관광객의 증가는 쓰레기의 증가와 함수관계에 있다. 그동안 쓰레기와 관련된 캠페인은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나 또는 ‘쓰레기를 줍자’에서 ‘쓰레기를 되가져 오자’로 변하였다. 그러나, 되가져온 쓰레기 역시 이 지구상에 남게 되므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는 운동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수덕사에서는 아침 공양을 마치면 도량청소를 한다. 수레에 담겨져 오는 쓰레기들을 분석해보면 생수병과 음료수병, 음료캔과 맥주캔, 일회용 컵, 과자 포장지, 비닐봉투... 등등 거의가 태울 수도 묻을 수도 없는 1회용 화공제품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사중에서 나온 쓰레기보다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것이 월등히 많다는 점이다.
쓰레기는 ‘더는 못 쓰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용해야 하는 또 하나의 자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쓰레기를 최대한 재활용하고, 그리고 남는 쓰레기만 처리하는 순환형 생태사찰로로 만들어가야 한다. 일본의 유수한 사찰에서는 관광객들이 식음료를 갖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관광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각종 자판기를 경내에 들여놓고 식음료들을 팔고 있다. 쓰레기를 내지 않는 생태사찰을 위해서는 관광객들에 대한 규제가 어느 정도 강화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절에서부터 먼저 자판기를 철거하는 선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사찰 주변 개발에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한다.
최근 사찰의 수행환경과 자연환경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국책사업이 충분한 영향평가나 국론형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밀어부치기식으로 추진되어 불교계 뿐만 아니라 국론분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지자제를 실시한 후 사찰의 자연환경이 지자체의 이윤추구의 희생양이 되어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불교계도 개발 과정에서 초기에 일찍 대응하지 못하고 개발이 거의 마무리되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사후약방문식으로 뛰어들어 소모전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찰의 관광개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사찰이 관광지화 되어가고 있는 문제점. 사찰의 본질적인 수행공간임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찰마다의 특성에 따라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본다. 관광지로서의 역할이 필요한 사찰이 있을 수도 있고, 수행공간으로서의 사찰이 있음을 감안하여,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싶다. 지금의 사찰의 역할은 방임되어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종단의 환경위원회를 조직보강, 활성화시켜서 종단의 환경문제 창구를 일원화한다. 교구별, 지역별 환경위원회 활동을 활성화시켜서 교구별 환경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정보와 경험을 공유한다. 종단에서는 본사급 대형사찰에 대해 연 1회 현장 환경감사를 실시하여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이를 개선토록 한다. 본사에서는 말사암을 연 1회 환경감사를 한다. 본사급 대형 사찰은 과거 ‘산감(山監)’ 소임을 되살려 환경 담당 전문가로서의 임무를 부여한다. 신도회, 청년회, 신행단체 네트워크를 활성화시켜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한다.
■ 사찰 유휴지를 주말농장이나 수목원으로 활용한다.
사찰림은 국유림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산림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사찰전답도 상당한 면적에 이른다. 그러나, 일손 부족과 농사 기피와 여건 미비로 사찰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사찰 소유 전답의 휴경율(休耕率)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 환경훼손과 함께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강구되어야 한다.
종단 환경위원회에서 사찰림 관리 실태와 유휴지 및 휴경지 실태를 조사하여 종합대책을 세운다. 그 대책 가운데 하나가 교구본사 차원에서 유휴지나 휴경지를 이용하여 식물원이나 수목원을 조성하여, 조경수와 우리 꽃을 길러서 사찰조경에 활용하고 사찰경제에 도움 되도록 한다. 총무원에 관련 부서를 두고 전문성 있는 정보와 지식을 제공한다. 정부나 지자체는 사찰소유의 유휴지 또는 휴경지 활용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다. 공익 차원에서 생명의 숲 가꾸기운동 등을 통해 인력을 제공한다.
이를 현실적으로 운동화하기 위해서는 단위사찰과 불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유휴지나 휴경지를 재가자와 일반 시민들에게 주말농장 등으로 제공한다.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한다. 이기적인 기복신행에서 벗어나 사찰의 일손을 도와주는 현실참여형 신행활동을 한다.
■ 자연생태계가 살아있는 사찰로 만든다.
과거 산중사찰은 수행자와 동식물이 공존하는 생명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관광지 개발과 사찰의 불사 등으로 숲, 습지, 산자락, 농경지 등의 녹지가 크게 훼손되어 왔다. 또한, 해방 후 근대화 과정에서 자생식물들이 줄어들고 돼지풀, 서양민들레, 서양등골나물, 미국자리공 등 귀화식물들이 다량으로 들어왔고, 1960년대 이후 급조된 산림녹화로 정책으로 인해 아까시나무, 리기다소나무 같은 외래수종이 사찰 주변에 심어져서 산중사찰의 고유한 생태계가 심각하게 교란되었다. 또한, 토양의 산성화로 저항성이 약한 자생식물종들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으며 토양미생물들이 줄어들어 산림생태계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 그 결과, 계곡에는 가재를 비롯하여 버들치 등 1급수 생물들이 점차 사라지고, 사슴벌레와 풍뎅이류 등 주요 곤충류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절마당에까지 드나들던 멧토끼, 고라니, 멧돼지 등의 포유류들이 어느샌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렇듯 식생의 변화와 파괴로 인해 동물생태계에도 많은 교란과 멸종이 뒤따르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지자체에서 사찰림에 자연학습장이나 생태탐방로 등을 만들 때 환경영향평가 차원에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도록 해야한다. 가능한 등산로 숫자를 줄이고, 지정된 등산로 외 에는 통행을 금지시켜야 한다. 해당 사찰에서는 사찰림을 찾아오는 등산객 숫자를 환경용량에 맞게 조절한다. 사찰림에 대한 휴식년제를 도입한다. 야생동물의 번식기에는 일부 구간의 등산로를 폐쇄한다. 사찰 주변에서 낚시나 수렵 등의 살생 행위를 금지시킨다. 사찰마다 중요한 동식물을 지표종으로 선정하여 보호한다. 사찰 안내도나 불사 조감도에 주요 동식물 서식 현황을 표기하여 사찰생태의 중요성과 특성을 계몽한다. 설치류의 먹이가 되는 도토리를 줍지 않는다. 새집 달아주기, 새 먹이 주기 등의 운동을 전개한다. 연못이나 습지를 보호하여 잠자리가 날아다니게 한다.
■ 발우공양 정신과 전통을 되살린다.
발우공양은 불교의 전통적인 식사법으로, 음식물 쓰레기와 오수가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식사법이다. 그러나, 대중이 많은 큰 사찰을 제외하고는 발우공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음식물을 낭비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예가 있다. 또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를 자체에서 친환경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산 아래로 내려보내는 것이 일상화되어있다. 신도와 관광객의 출입이 많은 대형사찰의 경우는 음식물을 장만하고 설거지를 하는 데서 많은 생활하수가 발생하고 있다. 설령 정화시설이 되어 있다고 해도 생활하수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음식물 재료는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고 먹을 만큼만 조리한다. 발우공양이 번거롭고 복잡하다면 쟁반공양으로 대신한다. 남은 음식물을 재활용하거나 건조, 발효 등으로 감량화 방안을 찾는다. 신도들은 때가 아닌 때 사찰측에 공양을 요구하지 않는다. 방생, 또는 야외법회 때 현지 식당을 이용하고, 음식물 쓰레기가 남는 도시락을 이용하지 않는다.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중사찰에서는 등산객들에게 점심공양을 제공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 비점오염원을 만들지 않는다
사찰 주변의 농경지들은 대개 사찰 소유지이다. 절에서 직접 농사를 짓기도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땅을 임대해주는 곳도 많다.
요즘은 일손이 부족해서 밭에서 풀 메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콩밭 메는 아낙네야 -’라는 가사는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이다. 요즘은 호미 들고 밭을 메는 대신 손쉽게 제초제를 뿌려서 잡초들을 말라죽인다. 그리고는 그 위에다 채소나 곡식을 심는다. 비가 내리면 그 제초제 독성은 지하로 스며들어 절 주변의 개울로 흘러든다.
제초제와 함께 살충제와 화학비료도 중요한 비점오염원이다. 비점오염원이란 배출경로가 뚜렷한 공장 폐수나 생활하수와는 달리 배출처가 분명치 않은 오염원을 말한다. 비점오염원은 지표나 지하에 빗물이나 지하수와 함께 하천으로 유입되어 수질을 오염시키고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준다.
대개 산중사찰은 상수원보호구역 안에 있고, 그 계곡의 물을 식수로 하고 있으니 사부대중들은 매일 독약을 마시고 사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사찰을 찾는 신도나 관광객들이 마시는 약수도 안심할 수 없다.
생태사찰을 만들기 위해서는 농약이나 화학비료 등을 일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 에너지 문제를 환경친화적으로 풀어나간다.
현대 물질문명은 석유나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문명이라 할 만큼 그 의존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자원은 날로 고갈되고 화석연료에 의한 환경피해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대체 에너지 연구와 에너지 절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에너지 관리공단 등 정부기관에서는 대체에너지와 심야전기 등등 에너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보와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찰은 대체에너지나 에너지 절약이나 환경친화적 에너지 관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난방과 취사의 에너지원으로 거의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심야전력을 사용하는 사찰도 극히 드물다. 근래들어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사찰관광 행태가 다변화되면서 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에너지 낭비, 대기 오염, 반환경적 불사와 관리, 재정 부담 증가... 등등의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찰에 대해 정보와 자금 지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종단에서는 환경위원회 조직을 강화하여 사찰에 맞는 대체에너지와 효율적 이용 방안 등을 연구하도록 하여 각 사찰에 새로운 정보 등을 제공한다. 사암별로 에너지 소비량을 조사하고, 절약 목표를 정하여 소비량을 줄여 나가도록 계몽한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에너지 사용을 절약한다. 사부대중은 에너지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를 한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기제품을 사용한다. 석유나 가스 사용을 줄여나간다. 냉․난방기 사용을 자제한다. 심야에는 반드시 소등을 한다. 수명이 오래 가고 에너지 소비효율이 높은 제품을 구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