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여울의 산문집, '문학이 필요한 시간'을 읽었습니다.
문학이 필요한 이유. 문학이 필요한 시간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 마음을 둘 곳은 정해진 한 사람이 아니라 모든 존재들의 '사이'였습니다. 문학은 내게 '사이에 존재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고통과 나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슬픔과 기쁨 사이, 현재와 과거 사이에 존재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현재의 나에만 집착하면 결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저는 모든 존재의 '사이'에 존재함으로써 보고 듣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이에 존재하면 방황조차도 고유의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로서만 존재하면 오직 내 욕망만을 우선하게 되지요. 타인으로만 존재하면 나를 돌볼 수 없습니다.
이에 존재함으로써 더 풍요로운 세상과 접촉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나만의 시선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 타인만의 시선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에 놓인 수많은 연결과 공감의 끈들을 발견하여
고통을 버텨낼 수가 있었습니다." p7-8
'사이에 존재하는 법'을 알려주는 문학을 통해 온전해 나로 존재하도록 해주며, 고통은 버텨낼 수 있게 해 주는 것.
그것이 문학이 필요한 이유이며, 문학이 필요한 시기라 작가는 말합니다.
"내가 견뎌야 할 일상이 절대 끝나지 않는 기나긴 터널처럼 느껴질 때.
나는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고, 읽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나를 발견한다.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시간, 읽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시간을 통해 나는 조금씩 더 나은 존재가 된다.
읽고 쓰고 쓰고 또 읽음으로써 우리는 매번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간다는 믿음이 나를 떠민다.
지금 내게 다가오는 고통을 저번보다는 더 낫게 견뎌내는 사람,
첫 번째 화살에는 어쩔 수 없이 맞았지만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p252-253
쓰고 읽고 읽고 쓰면서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작가의 말이 마음 깊이 와닿습니다.
문학이 필요한 시간, 아름다우면서도 슬픔이 넘치는 그렇지만 동시에 밝은 희망을 간직한 문학작품을 소개하는 이 책의 일독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