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9일, 대형사고가 터졌다. 법무사 사무소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했던 자가 우연히 습득한 분실 제출사무원증으로 해당 법무사의 명의를 도용하여 '법무통'(등기알선 앱)에 가입한 후 10여 건의 이전등기사건을 수임 받아 불법으로 서면신청을 한 것이다.
법원이 이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일부 등기가 교합된 상태였고, 일부는 여러 등기소에서 조사대기중이었다. 법원은 서둘러 조사대기중인 사건들을 각하했다. 현재 명의도용자는 고발되어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접한 대다수 법무사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등기시장이 대량 덤핑판매를 내세운 등기브로커들의 포식지로 초토화된 지 오래고, 여기에 법률서비스의 전자상거래 추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사고의 가능성을 예상하고, 그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 왔기 때문이다.
법무통은 등기사건을 유치하면서 자신들이 가입시킨 자격사대리인에 대해 그 어떤 검증도 하지 않았다. 누구든 앱 상에서 몇 줄의 글자만 입력하면 자격사대리인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그간 관리당국은 이런 문제를 잘 알면서도 사실상 방치해 왔다. 비자격사인 브로커의 등기신청대리 행위를 용인·방조한 결과, 국민들은 등기절차를 재산권 변동에 있어 안전성을 담보하는 장치로서가 아니라, 값싸고 편리하게 해치워야 하는 귀찮은 절차로 인식하게 됐다. 이 틈을 파고들어 '법무통'과 같은 IT 사업자들은 이윤추구를 위한 저가경쟁에 몰두해 왔다.
등기업무는 등기를 함으로써 비로소 권리를 취득할 수 있는 고도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요청되는 작업이다. 이번 법무통 사건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전문자격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의뢰한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이번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자격사대리인의 본인확인의무 법제화를 통해 등기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자격사가 직접 의뢰인의 의사 및 본인확인을 철저히 하고, 등기공무원이 자격사(그를 대리한 제출사무원)를 철저히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국민들도 등기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격자대리인과 제출사무원의 신분증을 IC칩이 내장된 신분증으로 교체하여 접수번호와 접수자의 신원확인을 연계하는 등 명의도용 방지를 위한 시스템도 시급히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