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낭콩과 사글세
표준말 가운데 널리 쓰이면서 자주 틀리는 것들을 살펴보자
△굳어진 형태를 인정한 것
자음의 발음이 어원과 달리 굳어져 널리 쓰이게 된 것. '강남콩'은 본디 '江南'에서 왔지만 현실 발음대로 '강낭콩'만을 인정한다. '삭월세'도 '朔月貰'의 음을 딴 것이지만 실제 발음인 '사글세'를 표준말로 삼았다. 모음의 발음이 바뀌어 굳어진 형태를 표준말로 인정한 경우는 -구려(구료×), 미숫가루(미싯가루×), 바라다(바래다×), 상추(상치×), 호도과자(호두과자×), 허드레(허드래×) 등이다.
여기서 바라다의 명사형은 '바람'이지 '바램'이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두 뜻을 한 형태로 통일한 것
뜻에 따라 두 가지 형태로 쓰이던 낱말이 하나로 통일된 것의 예로 돌/돐, 셋째/세째, 빌리다/빌다가 있다. 예전에는 '돌'은 생일을, '돐'은 주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구분했으나 '돌'로 통일했다. 또 둘째, 셋째 등은 몇 개째의 뜻이고 차례를 가리킬 때는 둘째, 셋째로 썼으나 둘째, 셋째로 통일했다. '빌다'는 '내가 남에서 빌어오다'로, '빌리다'는 '내가 남에게 빌려주다'로 구별해 썼으나 '빌리다'로 통일했다.
이와 함께 자주 틀리는 표준어 두 가지. 먼저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해야 한다. 수꿩(장끼도 표준어임), 수놈, 수소(황소도 표준어임) 등이 그 예다. 한편 '수-' 또는 '암-' 뒤에서 거센소리를 인정하는 단어에는 수캉아지(숫강아지×), 수캐(숫개×), 수평아리(숫병아리×), 수퇘지(숫돼지×)가 있다.
다음으로 '웃-'과 '윗-'은 명사 '위'에 맞춰 '윗-'으로 통일해야 한다. 윗눈썹, 윗니, 윗도리?, 윗몸, 윗입술 등이 그 예다. 단 된소리나 거센소리 앞에 서는 '위'로 쓴다. 위쪽, 위층 등. 주의할 것은 '아래' '위' 대립이 없는 단어는 '웃-'의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것이다. 웃돈, 웃어른, 웃옷이 바른 용례다.
◆ 금세
'이제 곧' '짧은 시간'을 뜻하는 말로 '금세'가 있다. 그런데 이 말을 '금새'라로 말하거나 표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금새는 표준말이 아니다. 혹 '금방 사이에'라는 말과 관련지어 '사이'의 준말인 '새'를 써서 금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의미가 연관이 된다 해도 금새는 표준말이 아니다. 금세는 '금시(今時)에' 의 준말이다. '시에'가 줄어 '세'가 된 것이다. 바른 용례는 '바닷물이 금세 발목까지 찼다' "금세 밥을 다 먹었니?" 등이다.
◆ 소고기와 쇠고기
"오늘은 쇠고기나 구워먹을까"
"이 사람아, 쇠고기가 뭔가. 소고기지"
사람들은 흔히 쇠고기를 표준말이 아닌 사투리라고 생각한다. 소달구지, 소도둑은 있어도 쇠달구지, 쇠도둑이란 말은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쇠고기는 소고기와 함께 복수 표준말로 되어있다. 쇠고기는 '소의 고기'가 줄어든 형태로 이 경우 고기는 소의 부속물이다. '소의 고기'가 오랜 동안 쇠고기로 불려 온 것이다. 반면 소달구지, 소도둑에서 달구지와 도둑은 소의 부속물이 아니다. 즉 소의 달구지, 소의 도둑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따라서 쇠달구지, 쇠도둑이라는 준말은 본디부터 있을 수 없다. 소고기, 쇠고기처럼 우리말에는 복수 표준어가 많이 있다.
명사의 경우에는 예를 들면 가뭄-가물, 넝쿨 -덩굴, 멍게-우렁쉥이, 돼지감자-뚱딴지, 벌레-버러지, 어저께-어제, 언덕바지-언덕배기, 우레-천둥, 엿기름-엿기름, 보조개-볼우물 등이 있다.
용언과 형용사의 경우에도 가엾다-가엽다, 깨트리다-깨뜨리다, 서럽다-섧다, 여쭈다-여쭙다, 불사르다-사르다, 어림잡다-어림치다, 앉으세요- 앉으셔요, 의심스럽다-의심쩍다 등의 복수 표준어가 있다. 특히 가엾다-가엽다, 서럽다-섧다, 여쭈다-여쭙다 등 ?불규칙 활용을 하는 형용사 용언은 자주 틀리는 말로 주의해야 한다. 가엾은 아버지/가여운 아버지, 서러워 말아요/설워 말아요, 인사 여쭈는 아들/인사 여쭙는 아들 등은 모두 맞는 표현이다. 가엾게-가엽게, 가엾어라-가여워라, 가엾지-가엽지, 서러운-설운, 서럽게-섧게, 서럽지-섧지, 여쭈게-여쭙게, 여쭈어라-여쭈워라, 등도 모두 표준말이다. 괴다-고이다, 꾀다-꼬이다, 쐬다-쏘이다, 죄다-조이다, 쬐다-쪼이다 등도 모두 표준어이다.
◆ 오뚝이인가 '오뚜기'인가
'아무렇게나 굴려도 오뚝 일어나는 어린 아이들의 장난감'을 '오뚝이라 한다. 그러나 '오뚝이'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오뚜기' 또는 '오똑이'로 잘못 사용된다. 먼저 모음조화에 충실해 '우뚝'의 작은 말인 '오똑'을 쓰는 경우다. 그러나 '오똑'은 '깡충깡충' '쌍둥이'처럼 양성모음이 음성모음으로 굳어진 것을 표준어로 삼은 낱말 중 하나다. '오뚜기'를 많이 쓰는 것은 우리나라 모 기업이 '오뚜기'라는 상표를 사용하는데 일부 기인한다. '오뚜기 카레' '오뚜기 라면'등이 그 예다. 하지만 상표는 상표일 뿐이다. '오똑이' '오뚜기'가 아니라 '오뚝이'만이 표준어이므로 쓰고 말하는데 실수가 없어야 한다.
◆ 장이와 '쟁이'
'개구장이' '개구쟁이' '미장이' '미쟁이' '겁장이' '겁쟁이' '옹기장이' '옹기쟁이'. 어떤 말이 맞는 걸까. 사람들은 '∼장이'와 '∼쟁이'를 잘 구별하지 못하고 섞어 쓰는 일이 많다. 그러나 두 낱말의 뜻을 잘 알고 있으면 쉽게 구별해 쓸 수 있다.
우선 '∼장이'는 수공업적인 기술로써 물건을 만들거나 수리하는 사람을 홀하게 이르는 말이다. 대장장이, 미장이, 옹기장이, 땜장이 등이 그 예다.
이와 달리 '∼쟁이'는 사람의 성질, 독특한 습관, 행동, 모양 등을 나타내는 말에 붙어서 그 사람을 홀하게 이르는 말이다. 흔히 말하는 고집쟁이, 겁쟁이, 미련쟁이, 허풍쟁이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쟁이'는 사람을 가르키는 말이 아닌 곳에도 널리 쓰인다. 곱절 되는 수량을 나타내는 곱쟁이, 덩굴식물 담쟁이, 발(손)목을 속되게 이르는 발(손)목쟁이, 곤충 소금쟁이가 그 예다.
◆ 참 이쁘다?
"너 참 이쁘구나" "이쁘디이쁜 사람이었죠" 생긴 모양이나 하는 짓이 아름다워서 보기에 귀여울 때. 사람들은 '이쁘다'는 말을 흔히 쓴다. 그러나 '이쁘다'는 표준말이 아니다. 과거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 중에는 이름이 '이쁜이'인 경우도 있었고 요즘 아이들도 '이쁜아'라고 부르는 일이 많아서 생긴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이쁘다'의 표준어는 '예쁘다'이다. 국어사전에도 '이쁘다'는 '예쁘다'로 고쳐 쓰도록 표기하고 있다. '예쁘다'가 표준어이므로 위 예문은 "너 참 예쁘구나" "예쁘디예쁜 사람이었죠"라고 고쳐 써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쁘니'는 '예쁘니'로, '이쁜'은 '예쁜'으로, '이쁘장스럽다'는 '예쁘장스럽다'로, '이쁘장하다'는 '예쁘장하다'로 써야 한다. 다만 '이쁘다'와 비슷한 형태의 단어가 하나 올라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쁜둥이'가 그것으로 '예쁘게 생긴 아이' '어린아이를 귀엽게 부르는 말'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