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난 길.
그 옛날 다산과 혜장 선사, 초의선사가 학문의 벗으로 달밝은 밤에 오가던 길.
동백숲을 통과하여 차밭을 지나 낙엽가득한 길을 줄줄이 걸어갑니다.
그때 왠 여성의 낭랑한 목소리. 척 들어보니 막내이모.
어순당과의 두번째 우연의 만남.
동생들의 가방들고 심신수련한다며 홀로 고난의 길을 가는 효안.
참 미더운 형아, 오빠입니다.
헤어짐의 길이 이렇게 아름다울수도 있구나 했어요.
한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천지가 개벽할 만큼 어려운 일이라는데...
순례전날 검도장에서 얼굴에 부상을 당했다는 지원이.
씩씩하게 뛰어다니고 처음의 하얗던 얼굴이 가무잡잡해지면서 더욱 신명나게 생활하는 둘째오빠.
둘째오빠 역시 동생들 가방들어주며 힘든 내색하나 없네요.
막내이모에게 얻었다는 그 귀한 쵸콜릿을 자기 가방들어주는 오빠들에게 주저없이 반씩 쪼개어 주는 여자친구들.
다산과 혜장 선사, 초의선사의 우정의 길에 서니 우리도 자연스레 그들처럼...
다산정약용 선생 초상화.
짧은 지식으로 다산선생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지요.
물론 아이들은 이곳에 있는 cctv 찾느라 혈안이 되었지만요.
이 서판아래에서 무슨일이?
딱지 하우스로 변한 다산초당.
우리의 딱지팀은 바람과 추위, 장소불문 어디서나 딱지판을 벌입니다.
역시 백련사도 그랬지만 옛 집들의 넓은 대청마루는 좋은 딱지판입니다.
다산선생님과 헤어져
마을로 내려왔어요.
여전히 바람은 우리의 귓가를 얼얼하게 하구요.
꽤 먼길을 걸어서인지 숙소로 빨리 가자는 성화가 대단합니다.
다산마을길로 내려와 버스 정류장을 찾는데 버스정류장은 보이지 않고 굽이굽이 길만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터덜터덜 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습관적으로 마을 구멍가게 창문을 들여다 보던 아이들이 갑자기 " 엄마들이다! "
어순당과의 세번째 우연한 만남.
조그만 동네 구멍가게에서 막걸리 한잔씩 하고 계시네요.
레인보우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싶어 우르르 구멍가게로 들어갔는데
자리는 없고 먹을 것도 없고...
그곳에서 우리 간식 꺼내서 먹고 다시 힘내어 길을 나섭니다.
버스시간이 아직 한시간남짓 남아 다시 길을 걷습니다.
갈대도 보고, 백로같이 생긴 커다란 새도 보며 하염없이 길을 갑니다.
순례길 답습니다.
차가 언제 올련지도, 숙소가 어딘지도 모른채 걷고 또 걷습니다.
40십여분을 걸어서 찾은 버스 정류장.
이렇게 반가울수가...
바람부는 길을 하도 걸어서 띵띵 얼굴이 부었어요.
이 상황에서도 우리 남자 친구들은?
5시간을 바람과 벗되어 스승과 제자, 도반이 머물던 그 길을 잘 걸었습니다.
아~ 좋다가 절로 나오는 강진의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우리의 숙소인 ' 푸른들 어린이집'에 도착하였습니다.
한옥으로 지어진 멋스런 집이었어요.
어린이집 원장이신 고영민 선생님 안내로 우리가 묵을 장소와 식당을 안내받고 휴식에 들었지요.
물론 그때도 딱지판이 벌어졌지만요.
많이 피곤들 했는지 배고파는 외치지만 아무도 밥 할려는 이는 없네요.
그래서 신난다 혼자 밥해서 드리니 어찌나 잘 드시는지....ㅋ
역시 밥먹고나니 다시 힘내어 놀기 시작합니다.
남녀칠세부동석이 맞나봐요.
방 한칸에 모아놓으니 남여할 것없이 거의 춤을 추며 같이 부댓낍니다.
오빠들은 동생들 발목잡고 돌려주고 서로 손잡고 빙빙 돌며 춤을 추기도 하고
피아노를 같이 치며 노래도 부르고 같이 바닥을 딩굴며 바닥청소를 하기도 하구요.
이렇게 몇일만 모아놓으면 정분이 충분이 나겠어요^^
그런데 갑자기 카메라가 고장.
지금부터는 이야기만 드려야겠네요.
그렇게 뛰고 날고 놀다가 다같이 모여 007게임, 개발바닥 곰발바닥 게임과 제로 게임을 했지요.
모두가 엎드려 긴장하며 한 제로 게임.
어찌나 집중했던지 땀이 삐질 삐질.
게다가 서로 팔목 때리다 넘 아프게 때려 울기도 하고 다시 웃기도 하고...
실컷 놀고나니 다시 배가 고프다네요.
그래서 라면 야식먹고 씻고 잠자리에 들었어요.
근디 저거들 끼리 오붓이 모여 자고 신난다만 따로 구석에서 잤네요.
잠자리에서도 깔깔, 낄낄 난리예요.
12월 4일 흙날.
전날 동생들하고 너무 신나게 놀아서인지 효안이형아가 몸살기운으로 못 일어나네요.
물론 신난다도 옆에 같이 누워 있다 아침준비를 합니다.
보민이 언니가 아침을 마련하고 동생들은 놀아요.
맛있게 아침을 먹고 (음식 찌꺼기를 하나도 만들지 않은 순례!) 다시 길을 나섭니다.
영랑 김윤식선생의 생가.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는 집에서 우리는 한켠에는 딱지 치고 한켠에는 시낭송을 하였지요.
보민이 아빠께서 평소 애송하는 시라면서 보민이와 예원이가 낭송을 합니다.
오늘은 바람이 잣아들어 걷기에 좋네요.
영랑 생가를 뒤로 하고 터미널로 향합니다.
터미널에서 예매를 하고 표를 각자 나누니 뜻하지 않은 일이 났어요.
우리의 딱지파들.
역시 터미널의 평평한 바닥에서 딱지치다 차표를 주니 아무생각없이 버스에 올랐나봐요.
나머지는 강진 장날 구경가려 길을 나서는데
아차! 딱지파들이 보이지 않아요.
급히 뛰어 터미널로 다시 가니 순천행 버스에서 실갱이가 벌어지고 있네요.
" 아저씨! 이 차 맞아요? "
" 웬 애기들이 어른도 없이 차를 탔다냐. "
기사님과 아이들이 서로 똑같은 이야기만 하며 버스는 출발도 못하고 있는거예요.
낄낄되며 길을 나섭니다.
강진 장날이에요.
가는 곳 마다 먹을 거리가 풍성하고 어른신들도 많이 계십니다.
우리는 이곳 저곳 신기하게 막 쏘다니며 붕어빵도 먹고
또 구경하다 심심하면 국화빵도 사먹었어요.
너무 좋아합니다.
차시간이 되었어요.
순천행 버스에 몸을 실으니 노곤합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생생하고 레인보우에서 할아버지인 효안이와 할머니인 신난다만 또 잡니다.
사실 아이들이 어찌나 떠드는지 오락가락 하는데 기사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부드럽게 " 조용히하고 가자. "
또 시끄럽습니다.
" 어허, 아저씨 화내면 무서운디... 좀 조용히 해라~잉. "
잠시 조용하다 더 시끄럽습니다.
드디어 기사님의 우렁차고 무서운 날벼락이 떨어집니다.
" 뭔 애기들이 요로콤 말을 안듣는다냐... 어메, 내 성질 많이 죽었네. 너거들 지금부터 떠들면 차에서 내렸뿌려. "
뒤에서 잠결에 들으니 어찌나 재밌든지요.
기사님의 불호령에 아이들 일제히 잠이 들었네요.
순천 도착.
또 걷습니다. 순천역으로...
배가 고프답니다. 자장면 언제 먹냐며 중국집찾기에 나섭니다.
드디어 순천역에 도착, 그리고 중국집도 찾고.
레인보우들 신나게 자장면, 짬뽕, 우동을 먹습니다.
모든 가족들이 모이는 순천역에 갔는데 우리가 제일 먼저 왔어요.
방금 배부르다며 배 두드리며 나온 우리의 레인보우들 뭘 하고 있는지 아세요.
쪼르르미 호두가게 앞에 매달려 있습니다.
역시 한켠에서는 딱지판이 벌어졌구요.
잘 다녀왔습니다.
걷고 또 걸으며 서로에게 의지하며 보낸 하루.
참 좋았고 고마웠습니다.
서로에게 감사하고 의지하는 좋은 나날들 마음모아 봅니다.
효안아~ 잘 지내다 다시 만나자.
네가 있어 더욱 좋은 시간이었어. 우리 모두에게.
고마워^^
첫댓글 얘들아~ 그 초콜렛은 막내이모가 준게 아니라 함박꽃이 준거잖아... 출처는 똑바로 해야징...^^;
ㅋㅋ 첫번째 메인 사진 처음에 보고 진짜 웃었네요^^ (불쌍 한 YO 한 이)
선호가 yo한이를 업다니
바람이 많이 불어 꽤 걱정했는데, 순례길 아이들의 얼굴은 햇살이네요.
괜히 설레는 행복감이 마음에 머무네요...
어린이집 아이들이 괴롭협으면 어떻하냐...
자기도 모르는새 ....이미..하나가되어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