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예(桑耶, Samye)사원.
티벳 최초의 불교사원.
언제나 최초라는 말은 사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사미예사원은 사원과 마을이 같이 이웃해 있는데 라싸에서 공가공항을 지나 얄룽창포강을 배타고 건너 갈 수도 있고 차로 이동할 수도 있는 곳이다.
배로 가면 가로질러 가니까 차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빠르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사미예 사원에 도착해 바로 옆 사미예 마을에 숙소를 잡고 잠시 티벳마을을 둘러본다.

* 사미예 마을의 아이들. 길양옆으로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그 건물 사이사이로 저렇게 맑은 물이 흐른다.
필자도 아침에 일어나 저 물에 세수를 하고 양치를 했던 곳이다.
마을은 글쎄 뭐랄까..낙후돼긴 했는데 숙소 라운지(라운지라기보다는 그냥 낡은 의자와 테이블 몇개가 전부지만..)에는 DVD PLAYER가 있고 밖에는 아이들이 시커먼 얼굴로 흙장난을 하고 있고, 작은 개울과 먼지를 날리는 흙길..머 그런 분위기이다.
그곳에 머물면서 개 한마리를 보았는데 털은 젖어있고 뱃가죽은 등가죽에 붙어 있을 정도로 며칠을 못먹은 듯한 개가 보였다. 추한 몰골로 낯선 객손을 보자 슬슬 다가온다.
내 곁에서서 물끄러미 필자를 올려보길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더니 가만히 있는다.
그러다 다시 길가에 내려서니 얄궂은 동네 꼬마 녀석들의 돌팔매로 '컹컹' 거리며 도망쳐 버린다.
뒤돌아보며 도망치는 그 모습이, 아니 그 눈망울이 겁에 질려 도망가는 모습에 가슴이 착잡해져 서둘러 먹을것을 주머니에 넣어들고 개가 도망친 방향으로 가보니 이미 개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굶주린 개의 모습과 시커멓게 때묻고 옷도 찢어진채 뛰어노는 아이들의 돌팔매..
무엇을 탓하고 혼낼수도 없는 환경이다...
짐승이든 사람이든 그저 행복하길 바라며 사미예 사원으로 착잡한 발걸음을 돌린다.

* 사미예 사원의 담. 사원을 둥그렇게 둘러친 담으로 높이가 2m는 훌쩍 넘는 높이다.
담위로는 저렇게 흰색의 작은 스투파가 쭈욱 늘어서 있다.

* 사미예사원의 모습. 가운데에 보이는 것이 주법당이고 우측으로
사미예 사원의 유명한 4개의 스투파중 하나인 적색의 스투파가 보이고
좌측은 스님들이 공부하는 건물, 아마도 행랑채쯤으로 생각되는 건물이다.
보통 사찰에 가면 큰법당을 들르고 주변 부속 전각을 둘러보는게 일반이지만 사미예는 평지에 널다랗게 펼쳐져 있는곳인지라 들어선 입구부터 시계방향으로 돌며 구경한 후에 가운데 위치한 주전을 가기로 한다. 높은 돌담과 하얀탑을 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작은 건물들이 원호방향으로 산재해 있다.

* 돌탑을 따라돌다보면 산재해 있는 건물들중에 한곳의 내부.
각 건물들 마다 다른 존상들을 모시고 있고 어떤곳은 사람 키보다도 큰
커다란 마니륜만 있는 곳도 있다.
각 건물들에는 승려나 할머니들이 한분씩 계시면서 관리를 하고 있다.
대부분 관광객들 사진값을 받는일이 주일테지만 그래도 이곳 사미예에서는 사원답다는 생각이 들게 된것이 물론 가만 앉아서 사진값만 받아내는 승려도 있었지만 어느 건물에선가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필자가 합장한채 예의를 표하고 둘러보다 보니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곳에 계신 스님께 이야기를 했더니 사진값도 안받고 친절히 불까지 켜주시며 자리를 비켜주신다.
그리고 존상들에 대해 몇가지 질문을 하니 친절히 답변까지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평소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상반된 상황을 겪어보면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는 법이다.
이곳에서는 너무나 세속화된 사원을 많이 느끼지만 이곳에선 그래도 아직 진정 믿음을 갖고 믿음에 귀의하며 사는 사람들을 만나니 이 여행의 의미가 새로운 색을 입는듯 하다.

* 친절한 스님 덕분에 편히 불까지 켜고 찍은 존상.
필자가 짼래지냐고 물으니 짼래지가 맞다고 답하시며 옆에 있던
마두명왕도 가르키시며 뭐라 친절히 답해주시는데 안타깝게도 짧은 중국어로 전혀 못 알아들었다.
건물마다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들르니 어느곳은 짼래지(관세음보살)을 주존으로 모시고 어느곳은 아미타불을 모시고 각 건물마다 특징이 있다.
또한 각 건물은 건물 나름대로 주존 주위로 명왕과 보살등을 배치해 놓았는데 한참을 돌아 한바퀴를 다 돌고 주전으로 향하면서 왜 이렇게 평지에 건물과 스투파를 늘어 놓았을까 생각이 든다.
주전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데 1층은 다른 사원과 같이 강당과 주존을 모시고 있다.
순간 시야에 들어온것은 커다란 스님모습의 상과 그 안쪽으로 화려한 금빛의 석가모니상이다.
석가모니상은 상당히 젊고 화려하게 표현해낸 것으로 그 화려함에 대일여래인가 생각을 했는데 좌우보처보살들이 주로 석가모니를 협시하는 보살들이니 석가모니상이라 생각된다.
커다란 스님모습의 조상은 다름 아닌 파드마삼바바.
혹시나 해서 앞에서 열심히 돈을 세고 계시던 스님중에 한분께 여쭤보니 파드마삼바바가 맞다 한다.

* 사미예사원의 주전건물은 3층건물인가 그런데 그중 2층에 올라가면 이런 벽화가 있다.
불보살을 그린것이 아니라 파드마삼바바및 산타략시타등의 스님을 주존으로하고
주변에 승려들(주로 닝마파의 기원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되는데..)을 그린 것으로
사원의 성립과 관련된 인물및 당시 일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놓은듯 하다.
이곳 사미예는 티벳 최초의 사원으로 8세기경 세워진다.
티벳이 불교를 들인것이 송첸감포왕(약 7세기경)때이나 본격적으로 불교가 융성한것은 그로부터 100여년후 티송데첸왕 때인데 당시 티송데첸왕은 불심이 깊어 인도의 대석학인 산타락시타를 어렵게 티벳으로 초빙, 이곳에 사원을 짓게 된다.
산타락시타가 공사 책임자로 사원을 짓다보니 당시 토착 신들인 뵌교의 신들이 자꾸 방해를 하여 사원 짓기가 여의치 않자 왕에게 청하여 파드마삼바바를 인도에서 모셔오게 된다.
파드마삼바바는 그 토착 뵌교의 신들을 제압하고 이곳에 사원이 무사히 지어질 수 있게 하는데 신화적 표현으로는 이렇다하지만 아마도 당시 토착종교인 뵌교 세력과의 충돌을 파드마삼바바가 주술적이든 논리적이든 이겨냈다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를 기점으로 티벳불교의 본격적 시작과 함께 파드마삼바바의 탄트라 불교도 널리 퍼지며 티벳불교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또한 파드마삼바바는 수많은 저서를 지어 곳곳에 숨기고 때가 되면 그 책을 찾아낼 사람들이 세상에 나와 그 책을 세상에 알리도록 했는데 그들을 테르퇸이라 한다.
그들이 찾아낸 파드마삼바바의 위대한 저서중에 한권이 '바르도퇴돌' 우리에겐 '티벳 사자의 서'로 알려진 책이다. 이 외에도 엄청난 지혜의 비밀경전을 남기고 때가 되면 한권씩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티벳의 불교를 혹자는 대승,소승과 비교하여 금강승이라 표현하는데 당시 불교 유입시기의 인도 불교학풍과 밀접한 관계도 있지만 당시 탄트리즘의 대가인 파드마삼바바의 영향이 지대했지 않았나 싶다.
파드마삼바바는 석가모니가 열반후 자신이 미쳐 중생들에게 전하지 못한 비밀스럽고 숭고한 가르침을 펴기 위해 석가모니가 부정한 사람의 몸을 빌리지 않고 다시 연꽃위에 태어난 존재로 믿어진다.(그래서 파드마삼바바-연화생, 연화상생자;연꽃위에 태어난자 라고 불린다)

* 사미예 마을의 산위에 올라서 내려본 사미예사원의 모습.
둥그렇게 둘러친 담과 그 가운데 황금지붕의 주전,
주변 네 곳에 녹,적,백,흑색의 스투파가 있고 많은 건물들이 도열되어 있다.
하루를 머무르고 다음날 아침 인근 산에 올라 사미예사원을 바라본다.
밤새 뇌성폭우로 땅과 하늘은 축축하다. 밤에 내린 비와 천둥번개를 보며 티벳인들이 신을 믿을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30분 가량 산을 올라 바라본 사미예사원은 주변 마을의 보리밭과 어울려 고요한 아침이다.
가운데 주전을 중심으로 사방에 적,흑,백,녹색의 탑이 서 있는데 각 탑마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이다. 적색의 스투파는 안에 흰색의 작은 스투파들이 가득차 있고 흑색과 백색의 스투파 내부에는 여러 신상들이 모셔져 있다. 또 녹색의 스투파는 내부에 감실을 따로두어 그 안에 신상들을 모셨고 다른 스투파와는 다르게 3층까지 오를수 있게 되어 있다.
각 스투파들마다 계단이나 통로가 좁으니 체격좋은 사람은 구경하기도 힘들듯하다.
사미예 사원은 티벳의 현재와 같은 불교문화가 시작된 시발점이라는 역사적 가치외에도 개인적으로 상당히 경외스러웠던 점은 가운데 주전과 주변 스투파와 건물들이 하나의 만다라를 구성한다는 점이었다.
금강계 만다라의 모습을 띄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가운데 석가모니가 주전에 모셔지고 사방 각 건물마다 각 방위를 상징하는 불보살과 명왕들이 위치한, 사원 주변을 둘러싼 벽은 둥그런 만다라의 화염륜이나 연화륜, 금강저륜을 빗댄 스투파의 원형이니 2차원적 만다라를 3차원적 공간에 구현했다는것 자체가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수많은 세월동안 부서지고 다시 짓고 하는 과정을 거쳐 얼마나 최초의 모습과 같은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모습만으로도 당시의 위대한 스승들인 파드마삼바바와 산타락시타의 기품을 느낄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서야만 티벳불교의 시작과 티벳의 위대한 스승, 파드마삼바바와 산타락시타 나아가 아티샤와 마르빠, 미라래빠의 시작이 이곳이라고도 할수 있으니 그 아니 온몸에 전율이 흐르지 않겠는가...
6편 '하늘궁전 죠캉'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