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더 연장해서 쓰려고 보니 이야기도 길어지고 또 주제도 "삼천포로 빠진다"는 시쳇말처럼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므로 답글의 영토를 빌릴 수 밖에 없다:
중학시절, 나는 미술부였다. 당시의 인쇄술 수준은 너무 열악해서 인쇄된 사진으로는 원화의 '맛'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자유의벗'에 실린 '통킹만'의 수채화는 충격이었다. 이른 새벽의 안개는 마치 동영상인 듯 '서서히 피어올랐다.' 농부가 몰고 가는 오리떼는 '꽥꽥' 거리며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현장을 보는 듯 했다. 당시 나의 미술 교사는 통킹만의 그림을 모사하며 실력을 키우려고 무진 노력했는데 "도저히 안된다!" 고 한탄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통킹만은 나의 우상이기도 했다. "선생도 안되는데 학생 쯤이야. . ." 하고 나는 나의 무능무력을 탓하며 동시에 자위했다.
안정효는 영어의 '통킹만'이다. 나의 독서 범위 안에 드는 제한적인 판단이겠지만, 믿거나 말거나, 안정효는 '세계에서 가장 우아하고 박진하며 심층적인 영문'을 쓰는 사람이다. 헤밍웨이? 몸? 브론테? 그대들 쯤은 "저라 가라!" 펄벅 정도는 안정효를 스승으로 모시고 작문훈련을 기초부터 받아야 할 것이다.
그의 'White Badge'는 문체로만 따진다면 세계 최고의 전범이다. 다만 노벨 문학상이라는 '것'이 문학적 고유가치 외에도 국력에 좌지우지되는 현실은 한심스럽다. 중학생 수준의 미숙한 문장력과 삼류 멜로드라마로도 펄벅은 다만 미국인이라는 특권으로 상을 거머쥐었지 않은가!
나는 요즘 안정효의 영문에 감탄, 감탄, 감탄하면서 중학 시절의 절망을 다시 겪고 있다. 그는 시대, 아니, 나라를 잘못 만난 비운의 천재인 것이다.
첫댓글 노벨상이 국력과 관련있다는 건 확실하지요..
안정효가 누구인지는 잘모르겠으나 우리의 국가브랜드가 계속 상승하니 언제인가는 노벨상이 우리나라에도 차래가 올것입니다.
안정효는 61학번 동문 선배.
서강인이 노벨 상 소식을 기대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