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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출장기 2009/11/01 04:32
내 블로그에만 올리고 말았기 땜시
올해 봄, 3월 둘째 주에 갔다온 출장기를 아주 약간 수정해서 올림-ㅂ-
작건 크건 크기에 감동하는 일은 좀처럼 없는데 비행기라는 물건은 볼때마다 감탄스럽다. 원근감이 가물가물해지고 마는. 동쪽으로 날아가니까 해를 맞이하러 가는 모양이 된다. 저녁에 출발해서 도착하면 아침. 밤하늘을 날아서 태평양 위에서 서둘러 해를 맞이하는 모양새인데 그래봤자 불끄고 창문도 닫고 하나도 안보여서 영... 성층권에서 해돋이를 보면 직사광선이 어마어마하려나?
비행기는 대충 1,000km/h로 날아가니까 빠르긴 무지 빠르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커다란 철덩어리를 날리기 위해서는 하늘에 날리기 위해선 그만큼의 힘이 필요한거겠지. 그만큼의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말이다. 그 쯤되면 뭐 빵도 주고 주스도 주고 밥도 주고 이런건 정말 암것두 아니겠지. 외견에 순간 감동했다만 이 커다란 쇳덩이가 쳐먹는 기름의 양을 돌아보면 까짓, 감탄스러울 것도 없나.
공간이동도 아니고 그냥 물리적으로 연속적인 시간/공간을 이동하는것이지만 5시간 정도 아침을 향해 확 점프한 것이다. 비행기 속이라는 시간과 공간이 불쑥 끼어든 것같다. 아주아주 묘한 느낌이. 괜히 타일러가 비행기 안에서 탄생한게 아닌 것같다. 비행기 탄지 몇 번 안되니까 익숙해지면 뭐 괜찮을지도 몰라. 근데 모든 것은 익숙해지면 - 익숙해진다는 것 의미 그 자체로 - 자기의 시간과 공간이 되는거 아닌가. 하지만 이런 괴로움에 익숙해지기란 아마 쉽지 않을 것같다. 올때는 정말 죽을 뻔했는데 맞바람이라 800km/h에 1시간, 2시간 가량 더 늘어났으니.
자꾸자꾸 밥주고 간식주고 귀찮게 구는게 다 지겹지 말라는 의미였다는 것을 앎.
외국에 가본 적이 전에 딱 한번인데 것도 열대, 필리핀 세부였는데, 그 사이에도 기후가 참 다르다. 그 땐 공항에 나왔을 때 확~ 엄청난 온도와 습도가 덮쳐왔는데, 하와이는 아주 상쾌하다. 적어도 5월 늦봄의 한국보단 훨씬 시원하다. 볕에 있으면 따뜻하고, 그늘에 있으면 서늘하고, 반팔을 입어도 긴팔을 입어도 좋을 날씨. 과연 하와이구나.
확실히 천해자원은 참 좋은 동네이다. 아름다운 곳도 많고...
호텔에 와서 쓰러져 잤다. 아무튼 이코노미 석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 자체가 굉장한 체력을 요구한다... 하기사 어쨌거나 엄청 멀리 이동한거기도 하고 말이다. 태어나서 이동한 거리중 가장 먼 거리를 이동했으니까.
하와이 출장기 2편
3일의 일정 대부분을 와이키키 해변에서 보냈다. 하와이에서 외지인이 가장 많이 머무를 장소. 이 동네는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완전한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공항에서 아주 가까울 뿐더러 리조트가 굉장히 많아 - resort area니까 당연하지만 - 예약같은거 안해도 방을 수시로 구할 수 있을듯하다. 제일 먼 리조트에서도 와이키키 해변까지는 2블럭 정도를 걸어가면 되고, 수 블록 안되는 지역 내에 ABC 마트만 50개에 달한다고 하니 면도기라던가 치약이 없어서 지저분해지는 일도 없다. 필요한 물건 바가지 안쓰고 편하게 살수 있다. 선물용으로 잘 포장된 진주 악세사리도 팔고. 고작 그 뿐이랴? 시내/시외 버스 외에도 리조트 지역을 한바퀴 도는 셔틀이 있고, 대부분의 리조트에 투숙하면 버스값 2달러도 카드를 보여주고 공짜로 탈 수 있다. 샤넬이니 루이비똥이니 하는 비싼 가게들이 기분내라고 늘어서 있는 반면, 햄버거 먹기 질릴 동양인을 위한 한/일/중식 식당도 있으니. 아무튼 대단하긴 대단하다. 이 곳이 타지라서 머리아플 일은 없다. 자기 동네보다도 말이다.
일련의 부정negative이 거세된 합리적인 세계. 일상에서 소모한 것을 재충전하기 위해 구성된 완벽한 시스템. 와이키키의 인상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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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촌. 내가 묵었던 곳이 그나마 해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10분만 걸어도 해변에 나올 수 있다.
거꾸로 보면 다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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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코너. 6~10달러로 한끼 해결할 수 있다. 밑반찬으로 김치까지 나오고.
식사의 반을 여기서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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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장소였던 힐튼 리조트
리조트 촌 전체가 그렇지만 이 곳은 리조트 자체로도 구성이 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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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 버스. '핑크', '레드', '블루' 등등 색깔로 노선을 구분한다.
놀러온 사람은 엔간하면 공짜로 탈수 있는데다가 10분에 1대씩 오고, 아주 편하다.
여기저기 일본어로 안내가 되어있는 걸 봐도 운영을 일본 회사가 하는 것같다. 그 근처에서는 거의 영어/일어 공용인 것처럼 대부분의 안내문이 양 언어로 적혀있는데 돈의 문제로 설명하더라. 그런가? 그것보다 더 깊이 자리한 어떤 구조. 그 구조의 편린을 엿보았다는 생각이다.
ps.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2~30년 전의 와이키키는 이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처음엔 샤넬이, 그리고 점차 다른 브랜드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의 버블 경제가 꺼진 이후에도 엔은 비쌌고, 그런 이유로 하와이에서 쇼핑하는 일본인이 많았나보다. 결국 DFS의 대주주인 LVHM이 면세라는 메리트로 와이키키를 거대한 쇼핑몰로 변화시켰다. 아무튼 이 해변은 하와이 사람들의 동네라고 볼수 있는 구석이 남아있질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