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가득 10월의 햇살이 찾아왔습니다.신선산을 마주하는 아파트에 산 지 5년이나 되었는데, 집에 찾아온 햇살을 요즘에야 만나게 되었습니다. 푸른 나무가 거실 베란다 창을 가득 채우는 집에 사는 일이 참 고맙고 행복합니다. 아이들이 객지로 나가 사니 함께 지내지 못하는 게 무척 아쉽습니다. 이런 환경이면 아이들과 좀 더 기쁘게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일요일 오후, 책장 앞을 어슬렁거립니다.이번 달에 소개할 책은 김시민 선생님의 동시집 '공부 뷔페'입니다. 책 표지 그림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아이의
이사빈 시인을 처음 만났을 때 실명인지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름에서 풍겨오는 느낌만큼이나 달콤한 시를 쓰던 시인과 만남도 20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은데도 늘 동생 같고 때 묻지 않은 순수를 간직한 그에게 동시를 써보라고 권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시인이 드디어 첫 동시집 '나는 독립 운동가'를 냈습니다. 그 동시집으로 제11회 울산 아동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축하드리오며 한글날 읽기에 딱 맞는 그의 동시집을 찬찬히 음미해 봅니다."오백년을 살았는데/일학년처럼 싹틔우고//오백년을 살았
"오늘은 날씨가 참 좋구나" 엄마는 팔을 둘둘 걷어붙이고 커튼을 '휙' 떼어서 억센 팔로 금세 빨아버렸습니다. 엄마는 바지도 조끼도 양말도 홑이불도 베갯잇도 모두 눈 깜짝할 사이에 빨아버렸지요. 하지만 엄마는 그것으로 부족했어요. 근처에서 놀고 있던 고양이, 개, 닭들까지 닥치는 대로 빨아서 뜰에 있는 나무에 줄을 매고 널었습니다. 빨아진 것들은 고운 하늘빛 아래서 깨끗하게 말랐지요. 빨래를 마친 엄마는 그제야 속이 후련했어요. 그러다 하늘이 깜깜해지면서 번쩍 번개가 치고 우르르 쾅쾅 천둥이 쳤습니다. 그러다가 엄마의
대구에 사시는 김현숙 시인이 두 번째 동시집을 냈습니다. 제목만 봐도 따스함에 폭 젖는 동시집입니다. 어, 나무가 품은 둥지가 운동장을 활보하는 축구공이네요. 소나무에 무임승차한 축구공. 한쪽이 찌그러진 못난이 가죽공에 콩닥콩닥 아기 새들 심장소릴 담은 오목눈이 부부를 도와 빵빵하게 축구공을 살려낸 시인은 어떤 분일까요? 동시집을 열기 전에 소개하고픈 동시가 있습니다.모과 하느님이/물었지//얼굴을 가질래?/향기를 가질래?//난/향기를/가지기로 했어//자,/맡아 봐/내 향기!//- 김현숙 동시집 '특별한 숙제'(섬아이·
동시는 어떻게 시인에게 올까요?동시인들은 어떻게 시를 쓸까요?"저는 아이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이나 이야기를 듣고 시를 주워요""대숲 걷다가 대나무가 불러주는 시 받아썼어요"동시를 쓰는 시인들은 시가 자신을 찾아왔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멋진 시를 쓰는 시인들은 끊임없이 노력했을 겁니다. 바람이, 구름이, 아이들의 말속에 숨은 시를 줍기 위해 온몸의 감각들을 깨우고 지냈을 겁니다.오늘은 "사고뭉치든 장난꾸러기든 아이들의 마음이 곧 시다"고 말하는 김진숙 시인의 동시집 '오늘만 져 준다'를
박방희 시인님은 저보다 스무 살이 많습니다. 그래도 그냥 마음 편하게 형이라 부르고 싶은 분이지요. 동시뿐만 아니라 동화, 시와 시조까지 왕성한 창작활동을 젊은이보다 많이 하며 대구 문인협회를 이끄는 회장님이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소개할 동시 책은 도서출판 청개구리에서 출간한 '판다와 사자'입니다. 제목이 무시무시한데 표지를 보면 대나무를 안고 있는 판다가 화분을 팔고 장바구니를 든 사자가 화분을 삽니다. 그럼 표제 시를 읽어봅니다.판다와 사자가 시장에서 만났다. 판다는 팔고 사자는 샀다. '판다와 사자
안도현 시인의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과 함께 구월 동시여행을 떠납니다. 2007년 실천문학사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은 안도현 시인의 첫 동시집이라 그 의미가 큽니다. 우연히 들여다봤을 나무 잎사귀 뒤쪽. 시인은 이내 그곳은 '마을'이라 명명하며 온갖 생명들로 북적이게 합니다. 지구에서 가장 푸른 마을, 지구에서 가장 착한 마을,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그 마을에 들어섭니다.없는 거 빼고 다 있단다/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에는/달팽이가 기어다니는 길이 있고/(과속단속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찾아왔습니다. 마스크까지 쓰고 다녀야 하니, 숨이 턱 막히는 게 여간 불편하지 않습니다. 다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니 코로나 때문에 고생하는 의료진들과 공무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여름은 더운 게 당연한 것, 햇볕이 쨍쨍해야 곡식들이 여물어갈 테니 더위를 기쁘게 맞이하기로 했습니다.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짧은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아이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학년이 바뀌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보낸 시간이 짧았던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것이 더 좋다고들 합니다. 오
제주 출신으로 아동문학을 하면서 제주관련 동시집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고 있었는데, 섬 속에 섬 우도 출신 김미희 작가께서 먼저 국민서관에서 《야, 제주다!》를 펴냈지요. 그 동시집을 이번에 소개하려고 합니다.김미희 작가를 만나면 제주 사투리로 무시거랜 골아도(무엇이라고 말해도) 다 알아들어서 편한 것처럼 이 동시집에 있는 사십여 편의 시들이 대부분 편하고 정감 있지만, 제주도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이라는 시를 읽어봅니다. 돌담에 나무 세 개/ 사람이 집 안에 있는지/ 잠깐 나들이를 갔는지/ 오늘 안에 집에 올
미래에는 우주 동물들을 애완용으로 키우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장한애 작가의 '살색 별에서 온 외계인 친구'에 등장하는 허름한 가게 안, 캡슐 속에는 더듬이가 하나뿐인 원시적인 녀석부터 눈이 수백 개 달린 우주 동물들이 자신을 키워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답니다.주인공인 나는 엄마 심부름에 아끼던 장난감까지 팔아서 모은 신용코인으로 애완용으로 키울 우주 동물을 사러 가게에 들르지요.그리고 크기는 손가락만 하고 머리 하나에 다리가 겨우 네 개뿐인 우주 동물을 사서 집으로 데리고 옵니다. 그 우주 동물은 희귀종으로 살 색 행성
자정이 가까운 시간, 손가방에 동시집을 챙겨 강으로 나간다. 새로 생긴 오산대교를 넘어 달맞이꽃 소녀들에게 들를 계획으로. 달을 기다리느라 기린만큼 목이 길어진 소녀들이 노란 속눈썹을 깜빡이며 아는 체를 한다. "오늘밤에도 왔네요. 그 손가방에 든 것 동시집 맞죠? 아, 김륭 시인, 우리처럼 달과 사랑에 빠진 시인이죠? '해바라기' 무지 좋아하는데 들려줄 수 있나요?" 소녀들 재촉에 못 이겨 '엄마의 법칙'을 펼친다. 제아무리 키가 크다고는 하지만 해바라기도 어쩔 수 없다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제 키보다
제가 어린시절, 지금 같은 여름철엔 공기놀이와 숨바꼭질을 많이 했습니다. 철길 앞 동네에 살았는데 동글동글하고 작은 돌을 구하기가 쉬운 까닭도 있었을 겁니다. 마산, 제가 살던 곳에서는 공기놀이를 꼼받기라고 했습니다. 동시집을 읽으며 어린시절 꼼받기를 하던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려봅니다.강기화 시인은 부산에서 활동하는데 이 시집에는 톡톡 튀는 시, 재미있는 시가 많습니다.# 공개수업수업시간마다다리 떠는 정수도화장실 간다고 손드는 민제도책에 낙서하는 솜이도오늘은 모두의자에 등 딱 붙이고똑바로 앉았다진짜 모습아무도공개하지 않았다이 시를
김춘남 시인님 하면 먼저 호인 남촌(南村)이 떠오르고 내 고향인 남쪽 제주도 친근감 많은 바로 위에 형님이 떠오릅니다. 2007년경에 처음 뵈었으니 벌써 십여 년 세월이 흘렀네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늘 처음처럼 초심으로 사람을 대해 주고 모든 행사에 신입처럼 몸으로 행동하시는 분이지요. 이번에 소개할 동시책은 도서출판 소야 에서 출간한 김춘남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아직도 피노키오'입니다. 먼저 표제 시를 읽어봅니다."아주 오래 전에 돌아가셨다./제페토 할아버지는//사촌 키노피오는/키가 컸지만//피노키오는/변한 게
커다란 유리창 아래에 새 한 마리가 미동도 없이 죽어있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파란 하늘을 아름답게 비춰주는 도시의 반짝이는 유리창들. 우리는 얼룩투성이의 창문보다 맑고 깨끗한 유리창을 만들기 위해 호호 불어가며 닦았는데 새들은 맑은 유리창에 비친 하늘이 자기 세상인 줄 알고 그 세상으로 들어가려다가 부딪혀 죽고 만답니다.오늘 소개할 책은 추수진 작가의 '휘파람 친구'입니다. 주인공인 태호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같이 사는 친구입니다. 부모님께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세상을 보는 시선이 곱지가 않지요. 그러다 경수
김바다 시인의 새 동시집이 '우리교육'에서 나왔습니다. 지구환경과 생태계, 남북분단, 세계평화 같은 굵직한 주제로 동시집과 동화집을 꾸준히 펴낸 시인의 동시집이라 기대됩니다. "옥상 텃밭에 채소와 목화를 키우며 행복해 하고,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 의병'으로 활동하고 있어요"라는 시인의 소개가 남다릅니다. "저는 자주 상상합니다. '어린이들이 전쟁 걱정 없이 한반도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자유롭게 남과 북을 오가고, 기차 타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날이 빨리
부산에서 아름다운 동시 교실을 열고 계신 박일 선생님의 동시집 '손주병법'의 문을 엽니다. 무료로 가르치고 계시는데 저도 그 혜택을 받은 제자 중 한 사람이지요.# 손주병법"차렷!""열중 쉬엇!"알아듣지 못하니까보듬었다가업었다가까꿍까꿍유희를 하게 하면서선생님도할아버지도 무너지게 해요.세상에서가장 버릇없는행동할아버지 이기는 법이거든요.말귀 못 알아듣는 손주를 보면서 쩔쩔매는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떠오릅니다. 손주가 셋이라는 선생님. 이 동시집의 그림을 박솔비, 박동하, 박한결 세 손주가 힘을 합해 멋지게 그렸습니다.#
지금까지도 안경을 쓰지 않고 있고 검사를 하면 1.0에 가깝게 나와서 시력이 좋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일할 때 작은 글씨나 어두우면 글씨가 아른거려 읽을 수 없는 불편함에 안과에 갔더니 노안이 온 것 같다며 안경을 맞추라고 해서 맞췄습니다. 이렇게 잠깐, 글씨가 보이지 않는 것도 불편한데 앞을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인들은 얼마나 불편할까를 생각하며 읽었던 도서출판 일일사에서 출간한 이선영 시인의 세 번째 동시집 '아주 큰 부탁'을 '동시 자전거 타고 동화 마을 한 바퀴'에 소개할 책으로 정
마래의 부모님은 캠핑카 여행을 준비하십니다. 마래가 힘든 학교를 떠나 자연 속에서 경험하고 성장하기를 바라서이지요.반 친구들은 그런 마래를 부러워합니다. 꽉 짜인 학교생활은 물론 지긋지긋한 학원도 벗어날 수 있으니 그저 부럽기만 하지요.그런데 정작 마래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결정해 버려서 마래는 잔뜩 화가 나 있습니다. 마래는 힘들게 사귄 친구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마래도 좋아할 거라고 착각하고 캠핑카 준비로 바쁘게 지내지요.이번에 소개할 책은 황지영 작가의 '리얼마래'입니다.마래의 아빠는 블로
첫댓글 신문기사 가져 오기가 안 되었는데...옛날 방식 누르니 되네요.
첫댓글 신문기사 가져 오기가 안 되었는데...
옛날 방식 누르니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