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젊고 대담하고 강했을 때 옳은 것은 옳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나는 깃털 장식을 세우고 깃발 날리며 세상을 바로잡으러 달려 나갔다
"나와라 개자식들아, 싸우자!"고 소리지르고, 나는 울었다.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그러나 이제 나는 늙었다. 선과 악이 미친 격자 무늬처럼 얽혀 있어 앉아서 나는 말한다. "세상이란 원래 그런거야 그냥 흘러가는대로 두는 사람이 현명해.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지. 이기든 지든 별 차이가 없단다. 얘야." 무기력증이 진행되어 나를 갉아 먹는다. 사람들은 그걸 철학이라고 말하지.
*요며칠 전이었다. 지상파 방송국 정규 뉴스 시간에 속초에 사는 최영미 시인이 나왔다. 뉴스 말미에 그날의 이슈가 될만한 사람을 초대해서 아나운서와 대담을 나누는 시간이 있는데 SNS에서 들끓고 있는 사건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사연인즉 임대계약이 만료가 된 아파트에 그동안 투자한것도 아깝고 달리 더 나은 숙소를 구하지도 못한 최시인이 계약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거절 당했다. 속이 상한 최시인이 언뜻 생각난게 미국 여류시인-도로시 파커. '나도 그녀처럼 호텔 스위트 룸에서 일생을 살다가 죽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꾸었고 내친김에 모 호텔에 전화를 걸어 제안을 하게 되는데... ㅋ~ 그런데 이런 용감함이랄까 무모함이 여지없이 까인다(?). 어떻게 알았는지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되고 그야말로 난도질(?) 당하며 졸지에 <갑질하는 철부지 시인>이 된 것이다. 악플이 수없이 달리고 여기저기 부풀려진 말들은 그래피티가 되어 사방벽에 도배질 되니...견디다 못한 최시인은 직접 방송에 나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하기에 이르른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녀가 읽은 詩가 바로 이거다.
남얘기 좋아하는 악플러들을 향해 한 방 먹인거다.
사족을 달면 난 최영미 시인의 詩를 <서른 잔치는 끝났다>부터 읽기 시작했지만 그녀의 행보를 대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사회의 정서가 어쩌면 이토록 메마르고 획일화된 평등의 가치가 만연되어 있는지 소름 돋는다. 지난 해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우리들의 마음이 더욱 강퍅해진건 아닐까... 우리 공동체의 마음자리가 어디쯤 가고있는지 우선 나부터 되돌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