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재범 방지 못해… 출소한 흉악범 격리수용 필요" [이슈 분석]
파이낸셜 뉴스
이진혁 기자 김준석 인턴기자
2021.09.01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씨(56)가 지난 8월 3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발길질을 한 뒤 온몸으로 저항하며 법원 입구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씨(56) 사건으로 흉악범죄자에 대한 현행 보호 관찰 제도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형사정책 전문가들은 재범 가능성이 큰 흉악범의 경우 형을 마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격리 수용으로 집중 치료받도록 하는 '보호수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전자발찌 재범 발생에 취약
1일 경찰과 법무부 등에 따르면 형기 종료 후 별도 시설에 수용하는 보호감호제도는 지난 2005년 인권 침해 논란으로 폐지됐다.
법무부는 대신 출소한 재범 우려자를 전자발찌 등으로 관리하고 동시에 사회 복귀를 돕는 보호관찰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번 강씨 사건으로 보호관찰제도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전자발찌는 '위치'만을 통제해 재범 발생에 취약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폭력사범의 재범은 2016년 58건(재범률 2.0%), 2017년 66건(2.2%), 2018년 83건(2.5%), 2019년 55건(1.7%), 2020년 41건(1.3%), 지난 1∼7월 27건(0.91%) 발생했다. 최근 5년 간 평균 2%를 기록한 셈이다. 전자발찌 도입 전인 지난 2003∼2007년 전체 성폭력사범의 평균 재범률이 14.1%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개선된 수치지만, 다른 강력범죄인 살인(0.1%)과 강도(0.2%) 사건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인권침해 최소화한 보호수용 도입을
형사 정책 전문가들은 과거 정부에서 도입을 추진하다 중단된 보호수용제 도입을 대안으로 꼽고 있다. 보호수용제도는 아동 대상 성폭력범이나 연쇄살인범, 성폭력 상습범 등 흉악범이 형기를 마치더라도 추가로 사회와 격리한 채 치료작업을 병행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강씨 사건은 전자감독제도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날이 밝을 땐 출근하고 자유롭게 전자감독 대상자로서 생활하다가 밤에는 주거지 제한만 하지 말고 수용시설에서 숙식 및 생활하게 하면 훨씬 더 당국의 관리·감독이 용이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2010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보호수용법 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우려에 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가 각각 제출한 보호수용 관련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살인, 성폭력 범죄 등을 2회 이상 저지르는 등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면 형기 종료 후 형기와 별도로 최대 10년까지 수용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있다.
보호수용제는 전두환 정권 시절 도입된 보호감호제와 달리 인권 침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과거 보호감호가 절도범까지 대상으로 했던 것과 달리 보호수용제는 성범죄, 살인 사건 등 대상 범죄가 제한적이다.
아울러 접견, 서신 왕래, 전화 사용을 무제한 허용하고 최저임금 이상 근로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최대한 인권 침해를 줄이면서 재범 위험성이 높은 흉악범을 교화한다는 게 보호수용제의 목적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보호수용제도가 책임주의적 관점에서는 이중처벌 아니냐는 위헌요지 논란이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위험성이 높은 출소자의 경우 일정 기간 보호수용 하는 것은 형벌의 의미보다는 사회안전, 사회복귀, 치료과정으로서 보호수용이라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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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fnnews.com/news/202109011817477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