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장삼 공승제 유홍준 교수 축사
-2017.6.13. 전통문화예술 공연장(조계사)-
저도 원욱스님하고 인연이 꽤 오래 됐어요.
언제부터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오래 되었는데 어느날 저의 연구실에 와서 제목이 무지하게 길어요.
<백 인의 불자들이 백 인의 스님들에게 올리는 가사장삼 공승제 및 나를 바꾸는 화엄경 봉정식>을 하는데 여기와서 축사를 해달라.
아니 옷 해서 드리면 고만이지 뭐 또 식까지 해가지고 사람 오라가라 해.
지금 내 책 읽기도 바빠 죽겠는데 또 화엄경까지 읽으라 그래
이렇게 농담을 하면서도 축하해드리러 오고 싶었습니다.
완벽한 형식은 내용의 진실성을 담는다
저는 화엄경의 내용을 잘 모릅니다.
제가 미술사를 하기 때문에 미술이라는 형식을 가지고서 화엄경을 대하다 보면 완벽한 형식은 내용의 진실성을 담보해 줍니다. 그 형식이 완벽함을 추구한다고 하는 것이 겉치레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 갖고 있는 진실성을 담보하는 것입니다.
우리 국보 196호로 지정된 754년에 쓰여진 ‘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白紙墨書大方廣佛華嚴經)’에 보면은 제작 경위가 마지막에 쓰여 있는데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뿌리에 향수를 뿌려 키운 닥나무를 껍질을 벗겨 삶아서 종이를 만든다.
사경필사단은 모두 보살계를 받았고
잠자고 밥먹고 대소변 뒤에도 향수를 사용해 목욕을 한다.
숙소에서 사경 장소로 갈 때에는 청의동자를 앞세우고
4인의 악사가 음악을 연주하고
길에 꽃과 향수를 뿌리고
법사는 뒤에서 범패를 부르며 따라간다.
도착해서 삼귀의를 외우고 삼배를 올리고 난 다음 필사를 하였다.
다 마치고 숙소로 돌아갈 때도 똑같이 했다.”
이것이 750년 무렵에 백지에다가 묵서로 대방광불화엄경을 쓰는 그 분들의 마음을 쓴 것입니다.
석경에 담은 아름다운 글씨
구례 화엄사에는 화엄석경(華嚴石經)이 잔편(殘片)들이 있는데 그 글씨체 이상으로 아름답고 사람의 가슴에 강한 인상을 주는 글씨체는 참 보기가 어렵습니다.
아마 글씨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있다면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고 저는 전지 한 장에 잔편 네 개를 찍어서 탁본을 해놓은 것을 보고 언제가 내가 자신 있으면 그 옆에다가 그 글을 쓰는 것으로 하겠노라고 백지상태로 족자를 해서 연구실에 놓고 보고 있습니다.
무(無)자 화두
원욱스님이 지난 일생을 스님으로 살면서 평범하게 하는 것 같으면서도 이렇게 큰일을 하는 것을 지인으로 옆에서 보고 있는 것이 참 고맙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불교를 이해를 하면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없을 무(無)자 그 한 글자입니다.
반야심경에서도 다른 것은 다 이해하겠는데 무무명도 이해하겠는데 역무무명진은 뭔가?
그거 어떻게 되겠다는 것인가?
그래도 그게 옳다고 했으니까 그냥 외워가지고 이해하는 수 뿐이 없는데.
인각사(麟角寺)에 무무당(無無堂)이라고 하는 현판이 있는데 고려시대 때 인각사 스님이 무무당을 낙성을 하고서 그 기문(記文)을 써달라고 당대 문장가인 목은 이색선생이 낙서(洛西)에 왔다고 상주에 왔다고 찾아가서 써달라고 해가지고 쓴 글이 있습니다.
난 그 무무당이라고 하는 글이 없고 없는 집인가 아니면 없는 게 없는 집인가.이게 도저히 해석이 안되는데 마침 목은 이색선생의 기문이 있다고 해서 얼른 찾아봤더니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내가 불자도 아니면서 스님들을 좋아하는 것은 스님들이 갖고 있는 사고의 개방성, 우리 유학자 유생들처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그 큰 도량에 있었다. 어느날 인각사 스님이 무무당을 세우고 나에게 기문을 써달라고 했는데 내가 가본 무무당은 이러이러하게 생겨서 그동안 절집이 균형을 잡지 못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무무당이 생김으로 해가지고 인각사가 바로 서게 된 것이 마음에 기쁘다. 그런데도 선방과 요사채의 비례가 맞지 않아서 나중에 할 수 있다면 그것마저 잡았으면 좋겠다.”
그래놓고 “무무당의 뜻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더 잘 알기 때문에 아무 말 안하겠다.” 라고 썼습니다.
문화재청장을 하면서 조계사에 자주 드나들 수 뿐이 없었습니다만 그때 총무원장을 하시던
지관스님께 “지관스님 이 무무당을 둘 중의 하나 어느 건가 해석을 해주십시오. 없고 없는 집입니까? 없는 게 없는 집입니까?” 그랬더니 지관스님이
“없고 없는 게, 없는 게 없는 거다.”
들어보니까 그게 맞는 것 같아요.
나도 거기에서 뭔가 참 무릎을 치는 것 같은 그래서 무무명이 무고 역무무명진이 그래서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로운 형식의 이 불사가 만중생에 부처님 가르침을 드날리기를
불교 행사에 오지 않아도 마하반야바라밀다 심경은 외워서 알고 있습니다.
신묘장구대다라니도 외우는데 명지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가르치면서 4학년 시험문제에 반드시 한 문제는 나오니까 F는 없다. 한 문제는 미리 가르쳐준다.그래갖고 가르쳐 준 시험 문제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280자 쓰라는 것입니다.
미술사 하는 사람들이 절집에 가가지고 집을 보고 부처님 패션이 어떻게 되고 헤어스타일이 어떻게 되고 이런 것을 따지기 전에 그것이 조성되어 가지고 우리 마음에 전달되는 것을 보려면 새벽 예불에 못들어 간다 하더라도 그래도 이것은 외워야 한다. 해서 다 가르쳐놨더니 왜 이걸 또 한국말로 다 바꾸어 놓아 가지고 우리 후배들에게 얼마나 또 원망을 받아야 할지, 오늘 아까 좀 하려고 했더니 난 정말 모르는 것을 하고 있어서.
그래도 우리가 이런 새로운 형식 이 시대에 맞는 형식을 찾아가지고 우리는 불편하더라도 다음 사람들에게 편한 것을 해주는 것이 또 형식의 변화인 것 같습니다.
가사장삼 공승제가 언제 끊어졌는지 모르지만 또 언제 생겼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새로운 불교계의 한 의식으로 행해져서 그것이 또 하나의 전통이 되어서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 만중생에게 전달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원욱스님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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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생각지도 못했는데... 큰 보너스~ 유홍준 교수님의 말씀, 좋았습니다. _()()()_
네 그런데 교수님은 무자화두 무무당에 관한 말씀을 왜 넣으셨을까, 녹취하면서 문득 궁금해졌는데...'나는 불교를 잘 모르나 스님들의 사고의 개방성이 좋다'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을까?....아무튼 큰스님은 무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중생이다...라고 화답하신 것 같고...저는 이런 대화를 관전하는 것이 (저의 오해이든 이해이든) 무척 즐거웠습니다.
자칫 흘려버리기 쉬운 어느 한 대목을 깊이 사유하는 것!
녹취자만의 전매특허인 감칠맛과 즐거움이 거기에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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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욱스님 수고하셨습니다." 하셨는데요.
왜 수고지요? 受甘하셨는데...
참 다양한 말씀들이 새로운 아침을 여는듯....고맙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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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사시는 휴휴당에 대해서는 방문객들에게 어떻게 해석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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