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무백열은 바로 친구와 나의 얘기였네!
솔향 남상선/수필가
우리 속담에‘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그런가 하면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친구 잘 되는 것을 좋아하는 송무백열(松茂栢悅)’이란 말도 있다. 서두의 속담과 대비되는 내용이니 다행스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은 생존경쟁이 치열한 시대다. 이렇다 보니 남의 일에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을 먼저 걱정하는 세상이 되었다 .‘내 코가 석자’라는 오비삼척(吾鼻三尺)’ 이란 한자성어가 바로 그런 것이리라.
우리가 많이 쓰는 말에 풍화작용(風化作用)이란 말도 있다. 비 내리고 바람이 불고 폭풍한설에 시달리다 보면 단단한 바위도 깎이고 침식되기 마련이다. 자연의 돌도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생김새와 크기가 다르다. 산골짜기 상류에 있는 돌은 대체로 크면서도 모가 많이 져 있는 것이 많다. 하지만 하류에 있는 돌은 비가 와서 떠내려가는 중에 이리저리 부닥치며 하류까지 왔을 때는 모난 것이 닳아 둥그스름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람도 세월 속에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으며 살다 보면, 다양한 모습으로 탈바꿈된다. 혹자는 세월의 풍파로 망가지기도 하지만 세련되게 바뀌는 사람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만한 인품의 탈바꿈도 있는 것이다. 자연물이나 사람은 세월의 위력 앞에선 어쩔 수 없는 속수무책(束手無策)의 운명체라 하겠다.
과일도 시금털털하고 떫었던 열매가 비바람이나 병충해에 시달리고 일광을 쐬다 보면 맛 좋은 과일로 익게 마련이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그래서 인고(忍苦)의 세월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 하겠다.
그래서 ‘인내는 쓰다. 그러나 열매는 달다.’라는 명언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인고(忍苦)의 세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춘화 현상 일화’가 떠올랐다. 내용은 이렇다.
호주 시드니에 사는 한국 교민이 모국에 왔다가 예쁘게 핀 개나리꽃을 보았다. 돌아갈 때에 그걸 가져다 호주에 심었다. 봄이 올 때마다 개나리꽃이 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봄이 와도 꽃은 피지 않았다. 첫 해는 물론이고 2, 3년이 지나도 꽃은 피지 않았다
한국처럼 추운 혹한의 겨울이 없는 지대에서는 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호주에서는 개나리꽃이 필 수 없다는 걸 안 셈이었다. 이런 현상을 전문용어로 '춘화 현상'이라고 하는데, 튤립, 히아신스, 백합, 라일락, 철쭉, 진달래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하겠다.
우리 인생도 꽃의 춘화현상과 유사하다 하겠다. 눈부신 아름다운 꽃은 혹한을 견뎌야만 피어나듯이 사람도 산전수전 겪을 만큼 겪어야 제대로 성숙하는 것이다. 봄에 파종하는 봄보리에 비해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을 나는 가을보리가 수확량이 많고 맛도 더 좋다고 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고난을 많이 겪은 사람일수록 강인함과 인품의 향기가 더 짙게 풍긴다 하겠다.
나는 매일 아니면, 이틀에 한 번 정도 통화하는 친구가 있다. 송무백열(松茂栢悅)이 부럽지 않을 정도 좋은 친구다. 나를 위한 승진이나 영전보다도 웃으며 살 수 있는 건강을 빌어주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친구와 통화를 하다 마쳤다. 다시 집필하려는 순간 벨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바로 폰을 들어보니 방금 전 통화한 친구였다. 폰을 들자마자 하는 말이 ‘중요한 걸 빼 먹었다’ 는 거였다. ‘중요한 게 뭐냐?’ 했더니 ‘우리 한 번 크게 웃는 걸 빼먹었다.’는 거였다. 그래서 친구와 나는 폰을 들고 호탕한 웃음으로 주변 사람들이 어리둥절하게 웃어댔다. 송무백열(松茂栢悅)에서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하는 식으로 친구 잘 되는 걸 좋아한다.’ 했는데 우리는 그 이상으로 서로의 건강을 빌어주는 우정을 나누며 호탕한 웃음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송무백열(松茂栢悅)!
이 고사는 남의 얘기가 아닌, 바로 우리 두 사람 얘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송무백열은 바로 친구와 나의 얘기였네!’
중·고교, 대학 다닐 때에는 수위(首位) 자리 차지하려고
공부 잘하는 친구는 경쟁 대상 경계의 인물이었는데
산전수전 모두 겪은, 저무는 황혼, 인생 소풍 길에는
친구와 나 송백(松柏)이 돼 너털웃음뿐이었네.
송무백열(松茂栢悅)! 춘화 현상(春化現象)!
얻은 것은 우정과 인고(忍苦)의 교훈이었네.
고진감래 흥진비래의 뜻 이제서야 알겠구나.
값진 교훈 친구와 내가 빛나게 하리라.
첫댓글 크게 한 번 웃는 걸 빼먹어 다시 전화한 친구분이라니, 그 우정이 참으로 값지네요. 멋집니다.
선생님의 온유하고 따뜻한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선생님의 남을 먼져 배려하는 이타정신은
천성에서 왔을까?
끊임없는 인성 교육에서 왔을까?
마음을 훈훈하게하는 선생님은 세상의 빛이요. 소금 입니다.
찾아 뵙지못하는 제자는
늘 죄송한 마음 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