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숲과 문화연구회 격월잡지인
'숲과 문화' 2019년 9,10월호에 실린
임주훈회장님의 글을
원문 그대로 인용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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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나무(Betula schmiditii
Regel, Schmidt's Birch)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하늘의 광명을 환(桓),
해가 솟는 밝은 땅,
땅의 광명을 단(檀)이라 한다.
박달나무의 이름,
'박달'이란 순우리말이고,
한자말은 '단목(檀木)'으로서
우리 민족의 시작을 알린 단군신화의
신단수(神檀樹)와 일치한다.
『규원사화』 「단군기」에는
'박달나무檀'의 한국어 고유 발음이
'박달(朴達)' 혹은 '백달(白)'이라
언급하고 있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신단수가
박달나무가 아니고 느티나무이거나
좋은 나무를 의미할 것이라는
이견도 있지만,
박달나무는 ‘개천절'에 걸맞은 나무로서
물박달나무, 개박달나무 등 같은 속의
나무들이 전국에 분포한다.
박달과 관련된 언어로는
'앗달'과 '아사달'이 있는데,
'앗/아사(少, 始)+달(산)'로,
여기서 달의 의미는
삼국시대나 고구려시대에는
산을 의미했다.
박달나무는
목재의 비중이 0.94로서
온대 지방에서는
가장 단단한 나무이기 때문에
옛날에는 각종 병기(兵器),
포졸들의 육모방망이, 수레바퀴 살,
방아와 절구 공이, 홍두깨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조리도구를 만드는 데도 쓸모가 많아서
떡살과 다식판도 만들고,
머리빗으로도 썼다.
현대에 와서도 무주구천동 계곡에
서식하는 박달나무를 잘라
경찰봉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편,
겨울철의 '개화(改火)'에
박달나무 판에다 구멍을 뚫고
회화나무 막대기로 비벼서
불을 일궜다고 한다.
박달나무는
단순히 일상용품을 만드는 데만
유용한 생활재가 아니었다.
지금도 마을에 당산나무가 있듯
사람들의 치성과 기도를 들어주는
신령수로 활용되었거나,
고조선 때부터 활을
단궁(박달나무로 만든 작은사냥활),
맥궁, 낙랑단궁이라고 부르며,
사냥활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사찰이나 관광지 입구에는
기념품 가게가 많은데,
영주 부석사 입구에 가면
박달나무 도마를 살 수 있다.
3번의 연마 과정을 거쳐 만드는
도마로서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춘양목 도마보다 서너 배 무겁기는 하지만,
관리만 잘 하면 20 ~ 30년 거뜬히
쓸 수 있단다.
홍두깨는 옷감을 감아서 다듬이질하는데 사용하는 도구인데,
대개 박달나무를 지름 7~10cm,
길이 70~90cm로 둥글게 깎아
표면을 곱게 다듬은 나무막대이다.
홍두깨에 푸새를 한 옷감이나
홑이불 같은 것을 감아 홍두깨틀 위에
올려놓고 1~2사람이 마주앉아
다듬이 방망이로 두들기면 홍두깨가
빙빙 돌며 구김살이 펴진다.
오늘날은 화학섬유의 발달로
홍두깨를 보기 어려우나,
1930년대까지도 세탁 과정의
필수 도구였다.
요즘은 주로 칼국수집에서
국수를 밀 때 사용된다.
경상북도 문경시에는
문경새재가 있는데,
박달나무를 소재로 한 민요가
여러 수 전해 온다.
단풍나무(Acer L., Maple )
우리나라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여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나라이다.
단풍나무는
가을에 잎이 붉은 색으로 변하여
주변 경관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낙엽활엽수로서 은행나무와 함께
가을을 상징하는 나무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북쪽에서부터
‘단풍(丹楓)’이 파도처럼 밀려
남쪽으로 내려온다.
가을에는 '풍악산(楓嶽山)'이라 불린
금강산에서부터 설악산을 거쳐
내장산에 이르러 단풍이 마감된다.
정작 단풍나무는
내장산에 서식하고 있고,
다른 지방은 대부분 정원수로
식재한 것들이며,
산에는 당단풍이나
좁은잎단풍이 차지하고 있다.
해발고가 높은 곳에는
산겨릅나무, 시닥나무 등이 자란다.
경기도 지방의 개울가에는
신나무가 가을을 빨갛게 물들인다.
단풍잎은
여러 갈래로 갈라지나
전체적으로 원형에 가깝다.
엽맥이 장상맥으로서 사람 손바닥
느낌을 주기 때문에 더욱 친숙하다.
식물 중에
사람 손바닥같이 생긴 잎을 가진 나무들은
대부분 인삼이나 음나무,오갈피나무처럼
사람 몸에 좋은 성분들을 머금고 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새빨갛게 물든 단풍잎을 따서 책갈피로
사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열매는
길이 1cm 정도의 시과(翅果)로서
곤충의 날개처럼 생긴
타원형의 날개를 가졌다.
공중에 던지면 프로펠러처럼 돌면서
천천히 낙하하기 때문에
가을철 어린 아이들의
좋은 장난감이 된다.
목재가 단단하고 질겨서
로마 병정들은 창을 만드는 소재로
단풍나무를 사용하였다.
나무색이
하얀색, 혹은 밝은 나무색인 점이
특징적이어서
오늘날에는 체육관이나 볼링장의
나무바닥, 악기, 테니스 라켓의 재료로
사용하기도 하며,
무늬가 아름다워 물푸레나무와 함께
고급 배트, 가구재 등으로 쓰인다.
악기재로도 사용되는데
대체로 소리가 밝아지고,
펀치감이 강조된다고 한다.
캐나다의 상징인 사탕단풍에서
수액을 추출하여 가공한 메이플 시럽처럼
우리나라의 단풍나무 중에도
수액을 추출하여 음료로 마시거나
약용으로 사용하는 단풍나무가 있다.
봄철에 고로쇠나무 수액을 마시고,
따뜻한 방에서몸을 지지며 쉬는 행위는
전래적인 휴양행위요
치유행위라고 할 수 있다.
산겨릅나무는
보통해발 600미터 이상 되는
심산의 골짜기나 계곡 부위에서 자라는데,
간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훼손이 심하여 보호종으로
구분되는 나무이다.
산겨릅나무가 가지고 있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알코올을 분해하는데 탁월하여
숙취 해소용으로 해독작용이 뛰어나,
간에 쌓여있는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피를 맑게 해주는 작용이 있어
백혈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며,
몸의 붓기를 완화시키고,
손발저림 같은 혈액순환 장애를
치료하는데 효과적이다.
단풍나무와 관련한 행사로
내장산 단풍축제,
독립기념관 단풍나무숲길 힐링 축제 등이
행해지고 있으며,
설악산, 오대산, 지리산 같은 명산 또한
단풍 관광이 성하다.
봄철의 고로쇠축제는
하동, 장성 백양사, 무주구천동,
진안 운장산, 포항 죽장, 김천 수도산,
양평 단월, 인제 방태산 등
거의 전국적으로 행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