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 맞으며 무사히 골인
~ 일본제일의 호수 비파호 일주 기행록(7)
5월 27일(월),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오전 8시, 우장을 갖추고 전용버스에 올라 막바지 출발지점으로 향하였다. 한 시간여 만에 이른 곳은 비파호대교에서 멀지 않은 지점, 버스에서 내리자 빗방울이 가늘어졌다. 곧바로 걷기 시작, 30여분 걸으니 비파호대교 입구를 지나 한적한 주택가로 접어든다. 잠시 후 이른 곳은 호반의 경관이 수려한 단아한 절, 조금 전에 입구를 스쳐온 비파호대교의 전경이 한눈에 잡히고 등록문화재에 오른 산문(山門)과 길게 옆으로 뻗어 나온 가지가 용틀임하는 보물급 소나무 등 서기가 가득한 경내를 한 바퀴 돌아 나오니 우중의 음산한 기운이 사라진다.
호반에서 바라본 비파호대교
두 시간여 열심히 걸어 이른 곳은 관광온천지구, 가는 길목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온천시설을 갖춘 깔끔한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들었다. 식사에 앞서 온천수에 발을 담그니 심신이 한결 개운하다. 12시 경에 오후 걷기, 한 시간여 걸어 호반을 바라보니 5일 전에 출발하며 살폈던 경관들이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선다. 어느새 빗줄기가 가늘어졌다가 그치기도. 도착지점에 가까운 호반주위에는 인근 여러 대학의 수상교육시설이 눈에 띠고 일본의 국방부격인 자위대의 군사기지도 지나친다. 막바지에 들른 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오랜 사찰 미이데라(三井寺), 수십만 평의 광대한 경내에 각종 국보와 문화재가 가득한 경승지에 30여분 머물게 한 집행부의 센스에 박수를 보낸다. 산사를 나서 출발지점인 하마오스 호반에 도착하니 오후 3시 반, 6일간 180여km 대장정의 골인을 자축하며 마주치는 손뼉에 힘이 붙는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시원한 맥주로 건배하며 대단원을 마무리, 역사적인 큰 행사를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마무리한 집행부와 참가자, 성원하신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비피호 일주를 마치 후 환호하는 일행
저녁 6시, 대한민국민단시가현지방본부가 주선한 축하 파티가 펼쳐졌다. 시가현 민단은 지난 해 5월, 한일우정걷기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로 이곳을 지날 때에도 호반에서 함께 도시락을 나누며 환영과 격려를 보낸 바 있는데 뜻밖의 자리를 마련한 호의가 고맙다. 숙소에서 걸어 15분 거리의 민단소유 건물에서 단원들이 손수 준비한 식음료와 과일 등이 풍성하고 걷기멤버들과 단원들이 테이블마다 동석하여 나누는 교제가 정겹다. 마무리에 함께 부른 아리랑과 후루사토, 고향의 봄 등이 애틋하고 민단 여성단원들의 합창이 청아하다. 모두들 건승하시라.
민단의 환영만찬에서 담소하는 모습
* 환영만찬 도중 비파호 인근에 거주하던 고 안정일 동호인의 추모행사를 곁들였다. 안정일 선생은 조선통신사 한일우정걷기를 비롯, 여러 국내외 걷기행사에 함께 한 재일동포인데 5년 전에 우리 곁을 떠났다. 이 자리에서 5년 전 인생은 아름다워 시리즈에 그분의 부음을 들은 후 기록한 글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여러 부 프린트하여 공유하며 추모의 뜻을 피력하였다. 다음은 그 요지,
재일동포 안정일 씨의 부음을 듣고(2019년 8월)
2019년 광복절 아침, 한국체육진흥회 선상규 회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한일우정걷기에 참가한 재일동포 안정일 씨의 부음을 전해 들었다. 엔도 야스오 일본걷기 대표로부터 8월 9일에 별세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알려온 전화, 이미 장례를 치른 후라 삼가 애도를 표한다는 뜻을 폰으로 주고받은 후 몇몇 지인들에게 그 소식을 알려주었다. 아내의 반응, ‘안정일 선생이 돌아가셨네요. 작년에 함께 걸은 제주도의 추억이 새롭습니다. 내 유머집도 그분 덕에 빛을 보았는데요’ 안정일 씨는 2014년 재2차 한국일주 때와 2018년 제주도 걷기 때 내가 쓴 글에 본인의 삽화를 첨부한 기행록 번역본을 만드는 수고를 해주었고 여러 차례 조선통신사 걷기, 대만일주 걷기 등을 함께 하는 등 각별한 사이였다.
지난(2019년) 5월, 제7차 조선통신사 한일우정걷기 때 일본 시가현의 비와코 호반에서 인근에 사는 안정일 씨와 재회하였다. 약해진 몸으로 걷기동호인들과 잠시 상면한 후 헤어지는 발걸음에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이처럼 속히 먼 길 떠날 줄 그때는 미처 몰랐지요. 그는 내 글을 번역하면서 한글작업이 일본어 쓰기보다 어렵다고 술회하였다. 일본어가 모어(母語)가 되는 재일동포들의 고단한 삶, 고국에서도 현지에서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재일동포의 신산(辛酸)함을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을까. 엄중한 한일 간의 불협화와 갈등을 목도하며 눈을 감은 안정일 선생이여, 반목과 불화의 세상 벗어나서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누리소서.
2019년 5월, 비와코 호반에서 안정일 씨와 함께 한 모습
첫댓글 교수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상규 회장님을 비롯한 참가자 모든분들께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