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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세간의 화두다. 우영우(박은빈 분)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캐릭터다. 변호사로 활동하는 자폐성 장애인이 없는 우리나라 현실을 비춰본다면 우영우가 변호사 활동을 하는 게 우리 사회에선 판타지지만, 드라마 소재로 신선하단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미 미국 등의 해외에선 자폐성 장애인이 변호사로 활동하는 예들을 볼 수 있지만 말이다.
만약 우영우 같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 어떨까? 자폐성 장애인을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폭행을 가한 사건에 관한 재판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재판부는 자폐성 장애인에게 행한 폭력을 훈육이란 목적으로 감경하던지, 집행유예했었다. 이를 보면서 장애 감수성이 없었다는 느낌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영우 같은 변호사들이 우리나라에 많아진다면, 훈육이란 목적으로 감경해야 한다는 장애 감수성 없는 판결보다는 장애인 당사자의 시각에서, 인권의 관점에서 가해자를 엄벌하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더욱 커지리란 예상을 해보게 된다. 이럼으로서 자폐성 장애인의 인권 증진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또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우영우 자신이 자신에게 있는 장애를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소개한 게 나름대로 고무적이었다. 이 작품 제작처에서 주인공 소개 시 처음엔 자폐증, 아스퍼거 장애로 소개했다. 자폐증은 실은 자폐성 장애이고 장애는 고칠 수 없음에도 자폐증이라면 장애를 고칠 수 있다는 거기에, 당사자로선 반인권적인 말이라 봤다.
그래서 자조모임에서 성명서를 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성명서를 봤는지 드라마에선 자폐증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현재까지는 하나도 없다. 또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도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단 말을 하면서 장애를 다양성으로 보는 시각도 드러냈다.
아스퍼거에 대해선 아동의 발전 가능성을 인정한 측면이 있지만, 장애인을 살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인정하며 살인하는 나치 부역에 동조한 사실까지 소개했다. 장애인의 존재를 말살하는데 동조한 인물이 아스퍼거였단 사실을 보며 이제는 아스퍼거 장애로 나를 특징 지우는 게 싫어진다.
▲ 젊었을 때의 한스 아스퍼거 모습. ⓒwikipedia
한편 우영우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그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은 것을 가지고 드라마 안에서 권모술수란 별명의 우영우 동료 변호사인 권민우(주종혁 분)은 우영우의 무단결근이라며,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 분)에게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는 장면이 나온다. 정명석은 사직서를 자신이 처리하지 않았기에 발생한 것이라고 권민우에게 설명한다.
이에 대해 권민우는 우영우가 장애가 있으니 배려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자 정명석은 우영우는 꽤 잘하고 있다면서 사건에 집요하게 매달릴 줄도 알고 발상도 신선하다며 우영우 변호사에게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고 권민우에게 자신의 견해를 전한다.
우리는 무조건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애인을 대할 때가 종종 있다. 장애인은 무조건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할 때도 종종 있기도 하다. 하지만 서로 배울 점이 있다는 정명석의 말에서 그는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생각하고, 장애인도 강점이 있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라고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알거나 경험한 게 있으면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알려주고,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기도 한다. 장애인이라고 도움 줄 수 없는 게 아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아는 거는 알려주는 것이 장애 여부 상관없이 인간 삶의 일상 중 하나가 아니던가?
이런 시니어 변호사가 있는 로펌이라면 일할 맛이 날 것 같다. 물론 처음엔 장애인이라 변호사로 잘 일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기에, 자폐성 장애인이 일할 수 있겠냐며 반신반의했던 시니어 변호사 명석의 모습이 비쳤던 점을 고려하면 생각이 바뀔 수 있을까 하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고무적인 모습이라 좋다.
▲ 우영우가 자신의 친구인 최수연 변호사와 대화하는 모습. ⓒENA Youtube 캡처
이렇게 고무적인 면이 있는 반면에 조금은 우려스러운 부분들도 있었다. 먼저 자폐성 장애인 캐릭터를 고를 때 비장애인으로 골랐다고 하는데, 발음이 좋다는 것이 그 이유였단다. 자폐성 장애인은 발음이 어눌해서 우영우 캐릭터로 선택하지 않았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장애인을 차별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발음이 좋으면 드라마 시청자들로선 시청에 좋고, 발음 어눌하면 시청자들이 시청할 땐 조금 불편한 감이 있을 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또한, 연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드물기에, 그렇게 되었다는 것도 이해되기는 한다.
하지만 비장애인이 자폐인의 삶을 살아본 건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연기를 잘할 수 있도록 이해가 쉽거나 맥락에 따르는 자료 등의 정당한 편의를 평소에 제공했더라면 이들도 연기를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연기력에 자폐성 장애인의 삶을 살았기에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고도 더 많은 공감을 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정당한 편의를 권리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기에,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연기를 배우는 게 쉽지 않고, 연기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 수가 드문 것이다. 배우를 비장애인으로 골랐기에 비장애인 중심의 시각으로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우영우 역을 맡은 배우 연기도 약간은 어색한 감이 들기도 한다.
우영우는 드라마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등으로 소개한다. 또한, ‘영 투더 우 투더 우’등으로 동료와 시니어 변호사 등에게 인사하기도 한다. 이는 자폐성 장애 특성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장애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기에, 이런 소개나 인사는 장애의 희화화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유투버가 우영우 패러디 영상을 만들었는데, ‘영 투더 우 투더 우’등으로 인사하는 말투와 표정 등을 그대로 흉내내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한 누리꾼은 비장애인의 장애 증상 재연 말고 무슨 가치가 있냐며 유투버를 비판했고, 다른 누리꾼의 경우엔 장애인이 소멸 수준인 국가에 자신의 입맛에 맞으면 너도나도 소비한다며 자폐성 장애인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 지난 7월 18일 유투브 채널 ‘우와소’는 ‘이상한 와이프 우와소’란 제목의 짧은 영상을 개제했고, 영상 속 등장인물이 드라마 우영우의 말투와 표정을 흉내내는 모습(등장인물 모자이크 처리됨). ⓒ이상한와이프우와소 갈무리 영상
이에 대해 유투버는 ‘자폐증상’을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한 게 아니라, 우영우를 따라 했을 뿐 장애를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보면 자폐인만 고립될 거라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사실 희화화에 관련해선 여러 논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 유투버 행동을 보면 희화화한 것이란 생각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꼭 같은 것은 아니지만, 과거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 나는 장애특성으로 인해 장난을 이해하지 못했고, 심지어 서투른 행동과 말투로 동료들에게 놀림당함은 물론 몸을 만지는 장난과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기억한다. 속으론 불쾌함과 수치심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희화화 소식을 들으면 놀림 받는 것 같아 빡치는 기분이 들게 된다.
희화화가 고질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데는 장애를 다양성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아닌 것에도 요인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장애를 다양성으로 존중하는 사회가 될 수 있게 해야 하고, 아울러 장애인식이 좋아지려면 어려서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며 활동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럴 때 희화화는 우리 사회에서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의 자폐성 장애인 캐릭터는 비범한 천재로 나온다. <비밀의 남자>, <굿닥터> 등에도 자폐성 장애인은 천재로 나온다. <말아톤>이란 영화에선 중증 자폐성 장애인이 나온다.
이처럼 드라마나 영화 등에선 비범한 천재거나, 중증 자폐성 장애인만 나오는 게 거의 대부분이다. 증증 자폐인의 경우 부양 부담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부모의 목소리만 부각돼, 돌봄 중심의 결론으로 된 얘기가 레퍼토리처럼 나오게 된다. 천재의 경우는 서번트 서사가 대부분이었다. 이를 통해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중증이나 천재만 있는 거로 생각하기 쉽다. 하긴 자폐성 장애인 정책이 중증 장애 중심의 정책인 걸 생각하면 별로 놀랍지도 않다.
▲ 서번트 증후군을 언급하는 영화 ‘레인맨’과 드라마 ‘굿닥터’. ⓒ다음영화, 페이스북
결국, 영화, 드라마, 뉴스 등에서 나오는 자폐성 장애인을 통해 천재가 아니면 사회에서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투명인간으로 취급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마스킹을 하느라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는 여성 자폐인, 사회성이 높으나 장애특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폐인, 자기 자극 행동을 하는 자폐인, 발화하지 못하는 자폐인 등 다양한 자폐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살아나간다. 실제로 호주에선 이런 사람들의 일상도 이들의 관점에서 드라마, 영화, 뉴스 등을 통해 잔잔하게 주류사회에 드러낸다.
천재, 중증 자폐성 장애인뿐만 아니라, 마스킹으로 인해 정체성 감추는 자폐인, 자기 자극 행동을 하는 자폐인 등 다양한 유형의 자폐인들이 드라마, 영화, 뉴스 등을 통해 좀 더 일상적인 존재로 주류사회에 등장해야 하고 이런 기회들이 자주 많아져야 한다. 무엇보다 장애인이기 이전에 존엄성 있는 사람이란 관점에서 이들을 조명했으면 한다.
이외에도 우영우 건을 계기로 자폐성 장애인에게 취재 요청을 집중적으로 하는 걸 보면 반갑다가도, ‘굿닥터’ 등이 그랬듯 드라마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반짝 관심으로 끝나지 않을까 두렵고, 복잡한 심경까지 들게 된다. 그래서 이번 우영우 건을 계기로, 평소에 자폐성 장애인의 삶과 인권 상황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인권적 관점으로 보도하는 실마리를 찾았으면 한다.
자폐성 장애인 당사자들도 대중들의 장애인식 증진을 위해 장애인식 강사 등의 활동과 사회활동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결론을 말하자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소개 등 장애를 다양성으로 보는 시각을 드러내고,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메시지 등은 이 드라마를 긍정적 시선으로 보게 되는 요소들이다,
반면에 희화화 관련 논란,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의 장애인 캐릭터 연기 등은 드라마를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그래서 긍정적, 부정적 시선이 공존하는 상반된 시선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바라보게 된다.
앞으로 6회가 남았다. 남은 횟수 동안 천재이자 자폐성 장애인 우영우보다는, 자폐인이기 이전에 인간 우영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드라마 구성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다양한 자폐인의 일상이 주류사회에 자주 드러나 사회에서 자폐인이 다른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시발점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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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