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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TREND> NOTHING BETTER> FIRST DRIVE
S 클래스가 부분변경을 거쳤다. 기준이 움직였으니 이젠 럭셔리카 시장의 트렌드가 바뀔 차례다. 스위스에서 북쪽 국경을 넘어 독일 노이하우젠 비행장으로 가는 길. 난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지나 고속도로에 오르자마자 크루즈 컨트롤(디스트로닉)부터 켰다. 엊저녁 벤츠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개발 담당 크리스토프 폰 휴고(Christoph von Hugo)가 자랑한 준자율주행 시스템이 얼마나 뛰어난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하드웨어 구성은 대부분 비슷하다. 소프트웨어와 센서 세팅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벤츠는 뭐가 다르죠?” 조금 공격적인 질문에 그는 단호한 말투로 이렇게 대답했다. “우린 이런 시스템을 갖춘 차를 15년 전부터 판매해왔어요. 센서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죠. 그래서 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재료가 같아도 요리사와 조리 방법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신형 S 클래스요? 내일 타보세요. 자율주행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확실히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 분야에서 경쟁자보다 앞서 있다. 특히 차선 유지나 앞차를 따라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모터 트렌드> 8월호에 게재했던 준자율주행 기술 비교 테스트에서도 우린 E 클래스의 시스템이 가장 쓸모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신형 S 클래스 관련 자료에서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관련 기술들을 총칭하던 ‘드라이브 파일럿’이라는 말이 자취를 감추고 ‘보조(Assist)’라는 단어가 부쩍 늘었다. 이에 대해선 벤츠 코리아 직원이 설명했다. “오해나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예요. 지금 기술은 어디까지나 운전자를 돕는 수준이니까요.” 내가 그들과의 대화를 곱씹는 동안 신형 S 클래스는 스스로 차선과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달리고 있었다. 고새 1분이 지났는지 운전대를 잡으라는 경고가 떴다. 스티어링휠에 추가된 터치패드에 손가락을 살짝 대니(스티어링휠을 잡았다고 인식한다) 다시 조용히 제 갈 길을 갔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달라진 점을 확인할 수 없다. 터치패드는 E 클래스에서 먼저 선보인 장비. 방향지시등을 켜면 알아서 차선을 바꾸는 기능(액티브 레인 체인지 어시스트)이 신기하긴 했지만 이 역시 기존에 있던 기술이다(국내 도입은 아직이다). 지금까지 발견한 변화라곤 관련 스위치를 스티어링 칼럼에서 운전대로 옮겨 사용이 조금 더 편해졌다는 게 전부다. 이런 내 고민을 아는지 갑자기 앞쪽 도로 상황이 달라졌다. 공사로 인해 흰색 차선 위에 주황색 임시차선이 겹쳐져 있었다. 편도 3차로인데 차선이 8개나 그려져 있는 상황. 게다가 앞서 달리는 차도 없었다(벤츠 시스템은 차선이 애매할 때 앞차를 따라 달린다). 새 시스템의 차선 인식률을 확인하고 싶긴 했지만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잠시 운전대를 잡을까 고민하다 양옆에 다른 차들이 없는 걸 확인하고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신형 S 클래스는 거짓말처럼 임시차선에 맞게 궤적을 살짝 수정한 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달렸다. 아마 이전이었다면 정신 못 차리고 차선을 넘어갔을 것이다. 새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생긴 난 왕복 8차선에서의 좌회전과 비슷한 각도의 램프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운전대에 손을 올릴 준비를 한 후 (그간의 시스템들은 이보다 훨씬 완만한 코너도 돌지 못했다) 마음을 잔뜩 졸이고 있었지만 S 클래스는 이번에도 정확히 돌아나갔다. “와~” 나와 동승석의 일행은 동시에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이렇게 급격한 코너를 운전자의 개입 없이 달린 것도 신기했지만 차선 한가운데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유지하는 안정감이 더 놀라웠다. 그건 바로 사람들이 S 클래스에 바라는 예의 그 안정감이었다.
완성도에 대한 집착 지난 7월 메르세데스 벤츠가 스위스 취리히에서 연 신형 S 클래스 시승회에 참석했다. 이번 S 클래스는 2013년 데뷔한 6세대의 부분변경 모델. 그렇다. 지난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 S 클래스다. 벤츠는 전통적으로 세대교체 때 판을 뒤엎고 부분변경에서 이를 치밀하게 다듬는다. 이번 S 클래스가 차체 전반에 걸쳐 무려 6500개 이상의 부품을 바꿨지만 디자인적 변화가 그리 크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게다가 6세대 S 클래스는 데뷔 이후 30만대 이상이나 판매됐다. ‘역대급’ 성공을 거둔 모델이기에 크게 뜯어고치기가 더욱 조심스러웠을 수도 있다. 그런데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벤츠는 디테일의 달인. 작은 것을 바꿔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굉장히 능숙하다. 신형 S 클래스는 확실히 이전보다 스포티하다. 밑변을 판판하게 다지고 광섬유 세 가닥을 심은 헤드램프와 공기흡입구를 키운 범퍼가 이런 느낌을 주도한다. 하지만 결코 가벼워 보이진 않는다. 마이바흐 전용이었던 트윈 루브르 라디에이터 그릴로 S 클래스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정도의 무게감을 더했기 때문이다(이제 마이바흐 그릴에는 작은 엠블럼이 붙는다). 테일램프에도 당연히 변화가 스몄다. 디자인은 이전과 비슷하지만 불빛이 더 강렬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어두운 곳에서 도어를 열거나 잠그면 불빛을 아래쪽부터 순차적으로 밝히며, 상황에 따른 조도 차이의 폭이 커졌다. 대부분의 부분변경이 그렇듯 옆모습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앞뒤 모습이 단단해지면서 매끈한 차체가 이전보다 더 도드라져 보인다.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은 인테리어로도 이어진다. 가장 돋보이는 변화는 새 스티어링휠. 스포크를 두 개에서 세 개(네 개로 볼 수도 있다)로 늘려 스포티한 감각을 강조했다. 스티어링휠에 인색한 벤츠답지 않게 기본형, AMG 라인, AMG 등 트림에 따라 형태를 달리한 것도 특징이다. S 클래스 인테리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완전히 한 조각으로 연결한 후 해상도를 높였다. 덕분에 이전보다 더 매끈해 보인다. 시동 버튼, 리모트 키, 무선 충전패드, 64색 앰비언트 라이트 등 그동안 개선된 기술과 장비들도 빠짐없이 담았다. 하지만 S 클래스 고유의 분위기는 그대로다. 공조장치, 오디오 등 일부를 제외한 모든 편의장비 제어 버튼을 커맨드(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몰아넣고 가죽, 다이나미카, 나무, 금속, 카본, 플라스틱 등 질감과 색상이 제각각인 소재를 절묘하게 엮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냈다. 미래지향적인 인테리어는 첨단 장비만을 늘어놓는 것으로 완성할 수 없다. 이처럼 전통적인 소재를 조화롭게 어울렸을 때에 가능한 일이다. 신형 S 클래스를 통해 처음 선보인 ‘에너자이징 컴포트 컨트롤’도 커맨드를 통해 실행된다. 이는 벤츠가 올해 초 CES에서 선보였던 탑승자 건강증진 시스템 ‘핏 & 헬시(Fit & Healthy)’ 콘셉트의 일환으로 오디오, 마사지, 공조장치, 방향제(에어밸런스 패키지), 시트·패널 히팅, 조명 등을 이용해 탑승자의 기분전환 또는 피로회복을 돕는 장비다. 가령 따뜻함(Warmth)을 선택하면 히터와 시트·패널 히팅, 그리고 핫스톤 마사지가 작동되면서 조명이 붉은색 계열로 바뀌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식이다. 참고로 에너자이징 컴포트 컨트롤은 모든 좌석에서 사용할 수 있다. 즉, 뒷좌석에서 등받이를 43.5도로 기울이고 발 받침대에 다리를 얹은 후 이 기능을 사용하며 출퇴근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매끈하고 웅장한 최신 V8 벤츠 부분변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 바로 새 파워트레인이다. 세대교체 때 선보인 플랫폼을 다듬어 부분변경을 통해 신형 엔진을 얹는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새 엔진은 3.0리터 직렬 6기통 디젤 터보와 가솔린 터보, 4.0리터 V8 터보 등 무려 3개나 된다. 600마력 오버스펙의 AMG 4.0리터 V8 터보도 아직 E 63 S 4매틱+에만 쓰인 신상이니(국내에는 S 63 4매틱+를 통해 먼저 데뷔한다) 사실상 V12 엔진의 S 600과 S 65만 빼고 모두 신형 엔진인 셈이다. 물론 각 나라 법규에 맞는 세부 조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일부 모델에 기존 엔진이 쓰일 수는 있다. 이번에는 신기술이 대거 투입된 직렬 6기통 가솔린이 그럴 가능성이 크다. 엔진 라인업 변화에 따라 모델명 숫자의 기준도 배기량에서 출력으로 바뀌었다. 때문에 S 500에 역사상 처음으로 6기통 엔진이 쓰이게 됐고 새 V8 엔진을 얹은 모델은 기존 S 500보다 출력이 높다는 이유로 S 560으로 불리게 됐다(국내에서 S 500의 자리는 S 560이 대체하게 된다). 중국 시장에서 큰 숫자를 선호하는 데다 북미에서는 오래전부터 V8 모델을 S 550이라고 불렀으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참고로 마이바흐 S 클래스의 모델명엔 시장 특성도 반영된다. 가령 마이바흐 S 600의 후속인 S 650은 중국 시장에서만 S 680으로 팔리게 된다. 중국인들은 3, 4, 7을 싫어하고 6, 8을 좋아한다. 한국 기자들에게 제공된 시승차는 S 560 4매틱과 S 63 4매틱+다. 엔진은 두 모델 모두 4.0리터 V8 바이 터보다. 설계는 같지만 세부 구성과 출력 특성은 전혀 다르다. C 63에 쓰인 476마력 M177을 기본으로 출력을 조금 낮춘 엔진이 S 560의 M176이고 실린더 압축비를 낮추고 터보차저, 인젝터, 인터쿨러 등을 키워 출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엔진이 S 63의 M177+다. 또한 S 560의 엔진은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지만 S 63의 엔진은 AMG 공장에서 ‘원 맨 원 엔진’ 방식으로 조립된다. 재미있는 건 M177의 오일순환 시스템을 드라이섬프로 바꾸고 냉각 계통을 강화하면 AMG GT에 쓰이는 M178이 된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V8 엔진으로 구성을 달리해 콤팩트 고성능 세단에서 풀사이즈 럭셔리 세단을 거쳐 정통 스포츠카까지 모두 커버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S 560은 최고출력 469마력을 5250rpm에서, 최대토크 71.4kg·m를 2000rpm에서 낸다. M177 대비 토크밴드가 약간 뒤로 밀렸지만 조금 더 많은 힘을 낸다. 당연히 회전감각이나 가속감각은 흠잡을 곳 없다. 우리가 V8 S 클래스에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매끄럽고 웅장하다. 가속페달을 탁 치면 그 큰 몸집이 바람을 탄 깃털처럼 밀려나간다. M177 특유의 거친 느낌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V8 엔진의 감성은 살아 있다. 회전수를 높이면 손끝과 발끝을 통해 불안정한 진동이 희미하게 전달된다. 스포츠 모드 이상에서는 이런 느낌이 더 강해진다. 스로틀을 활짝 열면 V8 엔진의 기름진 사운드를 기분 좋게 뿜어낸다. 아마 V8 엔진을 우상처럼 숭배하는 미국 시장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이번 S 클래스는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차이가 굉장히 크다. 엔진의 반응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물론 스포츠 모드부터는 일부러 변속 충격까지 연출한다. 서스펜션의 변화도 뚜렷하다. 특히 S 560의 커브 모드(S 클래스 쿠페에서 가져왔다)가 인상적이다. 앞쪽 도로 상황에 맞게 미리 바퀴 높이를 조절해 차체 흔들림을 억제하는 매직 보디 컨트롤에 추가된 기능으로 코너 직전에 무게중심이 몰리게 될 쪽을 살짝 높여(반대쪽을 동시에 낮춘다) 차체가 기울어지는 것을 막는다. 탑승자의 몸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장비인데 마법같이 힘 받을 서스펜션만 단단해지는 느낌이라 운전까지 즐거워진다. 차체가 주저앉고 난 후에 개입하는 기존 수평 유지 장비들보다 승차감도 좋고 자세 변화에 대한 예측도 훨씬 쉽다. 그런데 S 63 4매틱+에서는 이 커브 모드를 사용할 수 없다. 매직 보디 컨트롤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길이 5.2미터, 무게 2톤이 넘는 거대한 차체를 마음껏 휘두를 수 있게 돕는 AMG 스포츠 서스펜션(에어매틱)이 들어간다. 덕분에 최고출력 612마력의 대부분을 뒷바퀴에 쏟아부을 때도(4매틱+는 앞뒤 구동력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E 63 S에서는 ‘후륜 고정 드리프트 모드’도 가능하다) 앞머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차체 뒤쪽이 조금 눌리면 가속감이 더 맹렬하게 느껴지겠지만 S 63은 가슴을 후벼 파는 사운드 하나만으로도 탑승자를 압도한다. 가속페달을 짓이기면 9단 멀티클러치 변속기(MCT)가 기어를 바꿀 때마다 차체를 있는 힘껏 튕겨내며 윈드실드 너머의 풍경이 세단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들이닥친다. 최근 4기통 AMG와 6기통 AMG에 치여 잠시 잊고 지냈지만 역시 AMG는 기골이 장대한 세단에 무지막지한 엔진을 얹어 폭력적인 감각을 끌어내는 데 있어 그 누구보다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다. S 63 4매틱+의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시간은 3.5초. 동급 경쟁자는 물론 AMG GT R보다도 빠르다. ‘제로백’을 0.5초나 앞당겼음에도 S 63의 연비는 약 13퍼센트(유럽 기준)나 늘었다. 엔진 배기량이 약 1.5리터 줄긴 했지만 효율이 크게 개선된 데에는 가변 실린더 제어 시스템의 영향이 크다. S 560 4매틱과 S 63 4매틱+는 이제 상황에 따라 엔진의 절반(4기통)만을 사용해 달린다. 별다른 소음이나 진동이 없기 때문에 작동 여부는 계기판의 작은 표시등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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