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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답글 'Re: 불교의 교리에 대해서 질문이 있습니다.'에 대한 댓글에서 '지혜로운 자'님께서 다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올리셨습니다.
1. "내생에 지옥에 태어날 악업을 지은 사람도, 참회를 하면 현생에 골치만 아픈 정도의 과보를 받는다."는 쫑카빠 스님의 말씀과 "죄를 참회하면 가벼워지고 짧은 동안을 받는다."는 용수 스님의 말씀은, 참회를 하면 이번 생에 저지른 악업의 과보를 이번 생에만 가볍게 받고 그 업보가 다음 생으로 넘어가지 않고 이번 생에서 완전히 끝나버린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이번 생 동안은 그 악업의 과보를 가볍게 받고 다음 생에 그 업보대로 지옥으로 간다는 것인지 혼동돼서 확인하고 싶습니다.
2. 과거의 악업에 대해서 진심으로 참회했지만 이후에도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고 불쑥불쑥 죄의식과 후회로 마음이 많이 괴롭고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 같다면 이런 경우는 양심이 편안하지 않고 마음에 장애가 없어지지 않은 것이므로 다음 생에 그 업보를 무겁게 받지 않을까요?
답변입니다. 질문이 두 가지이기에 하나씩 다시 인용한 후 나누어 답하겠습니다.
1. "내생에 지옥에 태어날 악업을 지은 사람도, 참회를 하면 현생에 골치만 아픈 정도의 과보를 받는다."는 쫑카빠 스님의 말씀과 "죄를 참회하면 가벼워지고 짧은 동안을 받는다."는 용수 스님의 말씀은, 참회를 하면 이번 생에 저지른 악업의 과보를 이번 생에만 가볍게 받고 그 업보가 다음 생으로 넘어가지 않고 이번 생에서 완전히 끝나버린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이번 생 동안은 그 악업의 과보를 가볍게 받고 다음 생에 그 업보대로 지옥으로 간다는 것인지 혼동돼서 확인하고 싶습니다.
1. 답변입니다.
질문에서 "참회를 하면 이번 생에 저지른 악업의 과보를 이번 생에만 가볍게 받고 그 업보가 다음 생으로 넘어가지 않고 이번 생에서 완전히 끝나버린다는 뜻인가요?"라고 물으셨는데, 그렇습니다. 악업에 대한 참회가 완전히 성취되었다면, 현생에 가벼운 과보를 받고 내생까지 과보가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즉 내생에 지옥에 태어날 악업을 지은 사람도 현생에 골치가 아픈 정도의 과보만 받고, 내생에는 더 이상 그 악업에 대한 과보를 받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참회가 완전히 성취되지 않았다면, 내생이나 내내생까지 그 과보가 이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즉, 참회의 진실성, "앞으로는 그런 악업을 결코 짓지 않겠다."는 다짐의 정직성과 실천성 등에 따라서 참회의 격과 수준이 달라집니다. 1분 동안 참회한 것, 하루 종일 참회 기도 한 것, 100일 기도를 통해 참회한 것 등등 참회의 깊이는 천차만별이기에, 참회의 정도에 따라 과보가 달라질 것입니다.
2. 과거의 악업에 대해서 진심으로 참회했지만 이후에도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고 불쑥불쑥 죄의식과 후회로 마음이 많이 괴롭고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 같다면 이런 경우는 양심이 편안하지 않고 마음에 장애가 없어지지 않은 것이므로 다음 생에 그 업보를 무겁게 받지 않을까요?
2. 답변입니다.
"과거의 악업에 대해서 진심으로 참회했지만 이후에도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고 불쑥불쑥 죄의식과 후회로 마음이 많이 괴롭고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경우는, 아직 참회가 완전히 성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동아시아 불교든 티벳불교든 참회 기도의 성취는 '상서로운 신비 체험(瑞相, 서상)' 여부로 판단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동아시아의 천태종을 개창한 지의(538-597) 스님의 저술인 <수습지관좌선법요(修習止觀坐禪法要)>(일명 <소지관>)은 에서는 본격적인 좌선(지관) 수행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 첫 단계가 지계를 위해서 수계하는 것(앞으로 악행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수계 후에는 과거 또는 전생에 지었던 죄업을 참회해야 한다고 하면서 참회하는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가르칩니다.
夫欲懺悔者,須具十法,助成其懺:一者、明信因果;二者、生重怖畏;三者、深起慚愧;四者、求滅罪方法;所謂大乘經中,明諸行法,應當如法修行;五者、發露先罪;六者、斷相續心;七者、起護法心;八者、發大誓願,度脫眾生;九者、常念十方諸佛;十者、觀罪性無生。
若能成就如此十法,莊嚴道場,洗浣清淨,著淨潔衣,燒香散花,於三寶前,如法修行,一七、三七日,或一月、三月,乃至經年,專心懺悔所犯重罪,取滅方止。云何知重罪滅相?若行者如是至心懺悔時,自覺身心輕利,得好瑞夢;或復覩諸靈瑞異相;或覺善心開發;或自於坐中覺身如雲如影,因是漸證,得諸禪境界;或復豁然解悟心生,善識法相,隨所聞經,即知義趣,因是法喜,心無憂悔。如是等種種因緣,當知即是破戒障道罪滅之相。從是已後,堅持禁戒,亦名尸羅清淨,可修禪定,猶如破壞垢膩之衣,若能補治浣洗清淨,猶可染著。
若人犯重禁已,恐障禪定,雖不依諸經修諸行法,但生重慚愧,於三寶前,發露先罪,斷相續心,端身常坐,觀罪性空,念十方佛。若出禪時,即須至心燒香禮拜,懺悔誦戒,及誦大乘經典,障道重罪,自當漸漸消滅。因此尸羅清淨,禪定開發。故《妙勝定經》云:「若人犯重罪已,心生怖畏,欲求除滅,若除禪定,餘無能滅。」是人應當在空閑處,攝心常坐,及誦大乘經,一切重罪悉皆消滅。諸禪三昧自然現前
이에 대한 번역문을 인터넷 상에서 찾을 수 없는데, 이를 요약 설명한 웹사이트가 있더군요. 위의 한문에 대한 요약 번역문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죄를 참회하기 위해서는 인과를 확고하게 믿고, 자신의 죄에 대하여 두려움을 느끼고 깊이 뉘우치며, 참회법문을 배워서 법답게 참회해야 한다. 우선 불상 앞에서 자신의 죄를 드러내어 자백하고 앞으로 다시는 이러한 죄를 짓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해야 한다. 또한 참회한 후에는 죄의식을 끊어버리고 정법을 지키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큰 서원을 세워서 중생을 제도하기를 발원해야 한다. 또한 시방의 모든 부처님들을 생각하고 또한 죄의 성품이 공하여 본래 생긴 적이 없다는 무생(無生)의 도리를 관찰해야 한다.
이와 같은 법을 갖추어 도량을 잘 갖추고 목욕한 후에 깨끗한 옷을 입고 향을 태우고 꽃을 뿌려서 삼보 앞에서 법답게 수행하기를 7일, 21일, 한달, 석달, 내지 해를 지나도록 범한 중죄를 전심으로 참회해야 한다. 이 사람은 어떻게 중죄가 소멸한 상(相)을 알 수 있는가?
만약 행자(行者)가 이와 같이 깊이 마음으로 참회할 때
⒧ 스스로 몸과 마음이 가볍고 편안하며, 좋고 길한 꿈을 꾸되 꿈속에서 여러 가지 기이하고 신령스러운 모습을 보거나,
⑵ 혹은 저절로 착한 마음이 개발되어 일어남을 깨닫거나,
⑶ 혹은 좌선중에 몸이 마치 구름이나 그림자와 같음을 깨달아서 이로 인해 점차 선정의 경계를 증득하거나
⑷ 혹은 활연히 마음이 열려 법상(法相)을 알게 되거나 들은 경의 뜻을 깊이 이해하여 이로 인하여 법의 기쁨이 일어나고 마음에 근심과 후회가 없어진다.
이런 가지가지 상(相)을 보고 파계한 중죄가 소멸하였음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다시 계를 굳게 지키면 이것도 역시 지계청정이 되어 선정을 닦을 수 있다. 마치 옷이 더럽혀졌을 뿐 아니라 여기저기 찢어지고 떨어져 나갔어도 잘 수선하여 꿰매고 씻어서 청정하게 만든다면 또한 염색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만약 중죄를 범한 사람이 이 죄로 인하여 선정에 장애가 될 것이 두려울 때 비록 위와 같이 법답게 모든 행법을 행하지는 못하더라도 오직 두려움을 품고 깊이 뉘우쳐 조용한 곳에서 삼보전에 죄를 고백하고 단정히 앉아 죄의 성품이 공함을 관찰하고 시방의 부처님을 생각하고 염불하며, 염불을 마치고 나면 지극한 마음으로 향을 태우고 예배하며 참회하고 계율을 외우고 또한 대승경전을 독송하면 도를 장애하는 무거운 죄가 점점 소멸해간다. 이로 인해 계율이 청정해져서 선정을 개발할 수 있다. 묘승정경(妙勝定經)에서는 “만약 중죄를 범한 이가 마음에 공포가 생겨서 이것을 없애려고 할때 선정을 제외하면 다른 방법으로는 소멸시킬 수가 없느니라.”고 설했다. 이 사람이 조용하고 일없는 곳에 머물면서 항상 좌선하고 또한 대승경전을 독송하면 일체중죄가 다 소멸하고 모든 삼매가 자연히 나타나게 된다. (출처 -https://blog.naver.com/dhammatruth/222952450211)
여기서 보듯이 참회가 성취되면 ⑴⑵⑶⑷와 같은 상서로운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 문장이 들어 있는 <수습지관좌선법요(修習止觀坐禪法要)>는 <천태소지관>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출간되어 있더군요. 교보문고 링크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850520
그리고 티벳불교 쫑카빠 스님의 <보리도차제광론>에서도 악업의 정화와 참회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 핵심만 발췌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악업을 정화하는 방법
1.참회(현행을 파괴) - 무시이래 악업을 회상하여 참회한다.
2.공에 대한 이해, 다라니, 기도(현행을 대치) - 반야경 등을 독경한다. 공성을 잘 이해한다. 다라니를 염송한다(꿈에 정죄상이 보일 때까지). 형상에 의지한다(불상 조성). 공양에 의지한다(부처님과 불탑에 공양). 명호에의지한다(제불의 명호를 듣고 수지).
3.10선을 행한다(죄악을 막아 그침).
4. 삼귀의와 보리심을 닦는다.
* 악업이 정화되었을 때 꾸게 되는 꿈의 종류
1.악식(惡食)을 토하는 꿈
2.낙유를먹고 토하는 꿈
3.해와 달이 떠서 허공을 다니는 꿈
4.불타는 꿈
5.물소가 흑인을 제압하는 꿈
6.비구, 비구니의 꿈
7.우유나무, 코끼리, 우왕, 사자의 꿈,
8. 미묘한 궁전, 청문 설법의 꿈
...
* 악업이 정화되는 모습
1.큰 고통의 인(因)이 작은 고통의 인(因)으로 변하게 함
2.악취에 태어나지만, 그곳의 고통을 받지 않게 함
3.혹은 현신에서 약간의 두통만 받는 것으로 전환
4.오래 받을 고를 짧게 받게 하거나 받지 않게 함
* 그 밖의 경구
“제업은 백겁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경문의 전제는 ‘대치품(對治品)을 닦지 않는다면’이다.
참회와 방호로 인해, 내생에 받을 악업의 과보를 현생에 받게 되고, 지옥고가 골치가 아픈 정도로 끝난다.
근본죄는 참회해도 初地 이상을 얻을 수 없다.
정법비방자는 참회 후 10겁을 지나야 인위(忍位)에 오른다.
손이나 발을 다쳐서 치료하는 것보다 다치지 않는 것이 낫다.
질문에서 "참회했지만 이후에도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고 불쑥불쑥 죄의식과 후회로 마음이 많이 괴롭고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 같다"라고 쓰셨는데, 그런 분의 경우 아직 '참회'가 성취되지 않은 것으로 아시고, 위에 열거한 여러 방법으로 더 진실하게 참회할 경우, 참회가 성취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 답변을 마칩니다.
첫댓글 참회했는데도 마음이 계속 괴로우니 차라리 죄의식과 후회의 고통이 영혼에 각인돼서 내생에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랬는데,
공이라는 것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지만 공에 따르면 왠지 그런 생각조차도 잘못된 것 같네요.
감사드립니다.
교수님 좋은 답글 감사합니다.나무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