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토 2,1-8.11-14 루카 17,7-10
+ 오소서 성령님,
오늘은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입니다. 요사팟 성인은 1580년경 오늘날 우크라이나 땅인 볼로디미르에서 태어나셨는데, 당시 이곳은 폴란드 영토였습니다. 동방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요사팟 성인은, 상업에 종사하던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 위해 오늘날 리투아니아의 수도인 빌뉴스로 보내져 도제 수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스물네 살에, 당신을 가르치던 스승과 함께 바실리오 수도회에 입회하였습니다. 요사팟 성인은 이집트 사막 교부들을 본받으려 노력했으며 ‘예수 기도’를 끊임없이 반복하여 잠을 자면서도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예수 기도’란, “하느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죄인인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기도문을 틈날 때마다 반복하는 기도입니다.
또한 “주님, 성교회에 일치를 주시고, 분리된 이들에게 회심의 은총을 주소서”라는 기도도 많이 바치셨습니다. 젊은 수도자의 영성이 뛰어나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영적 지도를 청해왔습니다.
성인은 스물아홉 살에 사제서품을 받고 서른일곱 살인 1617년 11월 12일, 바로 오늘 주교품을 받으셨습니다. 신기하게도 주교품을 받으신 날과 순교하신 날이 같습니다.
당시 리투아니아에는 가톨릭교회와의 일치를 주장하는 쪽과 분리를 주장하는 쪽이 맞섰는데, 요사팟 성인은 일치를 주장하여, 교황님의 수위권을 인정하고 리투아니아 교회가 동방 가톨릭으로 편입되도록 힘썼습니다. 이에 대해 분리를 주장하는 쪽은 요사팟 성인을 주교좌에서 쫓아낼 계획을 세웠고, 결국 성인은 1623년 11월 12일, 도끼와 총으로 끔찍하게 살해되셨습니다.
성인은 들판과 병원, 감옥에서 그리고 여행 중에도 고해성사를 주셨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목을 하셨으며, 한평생 교회 일치를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오늘날 교회는 요사팟 성인을 ‘일치의 사도’라 부르며 공경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티토서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에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남녀노소에 따라 각기 다른 도덕이 있지는 않습니다. 복음은 하나이지만, 사람들이 저마다 신분과 조건에 따라 복음을 실천하며 살아가도록 독서는 권고하고 있습니다.
나이 많은 남자들에게, ‘건실한 믿음과 사랑과 인내를 지니라’고 말하는데요, 여기서 인내는 희망을 달리 표현한 말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회의적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믿음과 사랑과 인내 곧 희망은 더더욱 중요하고, 성령께 이 은사를 청해야 합니다.
나이 많은 여자들에게는 ‘험담하지 않고 술의 노예가 되지 않으며 선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권고하는데,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하는 말씀일 것입니다.
이어서 젊은 여자와 젊은 남자에게 하는 권고가 나오는데, 공통점은 ‘신중하라’는 것입니다. 이 ‘신중하라’는 말은 ‘절제’라고도 번역되는 ‘소프로나스’라는 단어인데, 오늘 독서에 세 번 나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하고 말하여라.”
오늘날 SNS의 발달로 ‘자화자찬’하는 것이 유행입니다. 저명인사들은 TV에 나와, 자기밖에 알 수 없는 일을 자랑삼아 늘어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덕목은 자화자찬이 아니라 겸손과 절제입니다.
암브로시오 성인은 말씀하십니다. “자기를 칭찬할 생각을 하지 말고, 하느님의 심판을 가로막지 말며, 때가 되어 재판관께서 오시어 판결을 내리실 때를 기다립시다.”
또한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이렇게 말씀하시는데요, “온갖 덕을 다 실천하더라도 그것을 자랑삼는 사람은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며 모든 것을 잃고 맙니다.”
한편, 기원전 3세기경 활동한 유다인 학자 ‘소코’의 ‘안티고노스’라는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상을 바라고 주인을 섬기는 종처럼 되지 말고, 상을 바라지 않고 주인을 섬기는 종처럼 되어라. 그리고 하늘에 대한 두려움이 너에게 있게 하여라.”
우리가 봉사를 하고 사도직 활동을 할 때, 내가 하느님의 종이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지, 혹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 일을 하는지 시시때때로 멈추고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자신의 단점이라고 자각하면서도, 정작 그것에 휘둘리며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것의 종이 됩니다. 하느님을 주님으로 섬길 것인지,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자기 주인으로 섬길 것인지 우리는 깨어 식별해야 합니다.
요사팟 성인께서 순교하신 이후, 성인께서 활동하신 지역 일부는 가톨릭으로 개종하였지만, 대부분은 러시아에 의해 강제로 러시아 정교회로 편입되었습니다. 하늘에서 이것을 보신 성인께서는 아마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을까요. “저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유제프 심레르( Józef Simmler), 성 요사팟의 순교, 1861년경.
출처: Josaphat Kuntsevych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