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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水湖誌) 제3장 표범머리를 가진 남자
제8편 고아내의 사랑 8-1🎈
백수건달들은 매일 고기며 술을 가지고 노지심을 찾아왔다.
그는 은연중에 그들의 두목이 돈 셈이었다.
어느날 술자리에서 건달들은 노지심에게 무예 실력을 보여 달라고 간청했다.
노지심은 흥이 나서 62근짜리 강철로 만든 무기를 다루는 재주를 보여주었다.
모두가 감탄의 눈으로 구경하고 있을 때 담 너머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잘한다. 잘해!"
노지심이 바라보니 담 옆에 한 관리가 서 있었다.
머리에는 두건을 썼고 머리칼은 뒤통수에 묶였으며 갑옷을 입었고 허리띠를 메고 가죽신을 신었으며 손에는 부채를 들고 있었다.
표범머리와 고리눈과 제비턱에 수염을 길게 기른,
키가 팔 척쯤 되어 보이는 사십대의 남자였다.
"저분이 누구시냐?"
노지심이 묻자,
누군가 대답했다.
"팔십만 금군의 창봉 훈련교관 표자두 임충이라는 분입니다."
"그럼 들어오시라고 해라."
그 말에 임교두는 담을 뛰어넘어왔다.
임충은 이날 아내와 함께 여종 금아(錦兒)를 데리고 가까운 오악묘(五嶽廟)에 참배왔다가 뜻밖에 봉술 쓰는 소리를 듣고 구경하고 있는 중이었다.
둘이 만나기는 처음이었지만 피차에 느낌이 같아서 두 사람은 곧 의형제를 맺었다.
두 사람이 나무 아래서 막 술잔을 기울일 때,
여종 금아가 숨 가쁘게 달려왔다.
아내 장씨가 오악루에서 무뢰한들에게 붙들려 위급하게 되었다는 전갈을 받은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임충은 노지심과 훗날을 기약하고 급히 오악루로 달려갔다.
그가 다락 앞까지 가보니 활과 대롱과 대나무를 손에 든 무뢰한 7, 8명이 삥 둘러선 가운데 한 젊은이가 장씨의 소매를 잡아 오악루 위로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임충은 벽력 같은 소리를 지르며 단숨에 뛰어들어 젊은이의 목덜미를 잡고 한 주먹에 때려눕혔다.
쓰러진자는 뜻밖에도 고태위의 양아들 고아내(高衙內)였다.
본래 고아내는 동경성에서도 소문난 불량배로 아버지 세도를 믿고 남의 처자를 함부로 희롱하기로 유명한 자였다.
임충은 몹시 괘씸하고 분했지만 상관 고태위의 낯을 보아 감히 고아내에게 더 이상 어떻게 하지는 못했다.
그 사이에 고아내는 무뢰한들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
고아내는 그날 집으로 돌아오자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며칠동안 문을 걸어잠그고 임충의 부인 생각에 깊이 빠져있었다.
고아내는 그 여자를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해 버렸던 것이다.
그러자 부안(富安)이라는 자가 고아내의 형편을 알고 찾아왔다.
"며칠 못 뵌 사이에 얼굴이 안됐군요.
그런 일로 애태우실 것이 뭡니까?"
"그런 일이라니,
자네가 내 맘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소인만은 훤히 압니다.
나무 목(木) 둘 때문에 괴로워하시는 거 아닙니까?"
나무 목이란 수풀 림(林)자.
고아내는 부안에게 은근히 물었다.
"내가 임충의 아내를 한시도 잊을 수가 없네.
무슨 도리가 없겠는가?"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소인의 말대로만 하십시오."
부안의 계교란 임충의 친구 육겸(陸謙)을 시켜 먼저 임충을 밖으로 꾀어낸 다음 부인을 유혹해내는 일이었다.
본래 육겸이라는 자는 의리보다 명예와 목전의 이익에 눈이 어두운 자였다.
육겸은 고아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오랜 친구 임충을 배신하기로 마음먹었다.
육겸은 다음 날 임충을 중심가의 술집으로 불러냈다.
술자리에서 임충은 육겸에게 자기 부인이 고아내에게 당했던 일을 하소연하듯 말했다.
그러자 육겸이 다시 말했다.
"그것은 고아내가 누군지 모르고 그랬던 것이 아니겠소.
형님의 부인인 줄 알았다면 어찌 감히 그런 무례를 범했겠소.
이젠 잊고 어서 약주나 듭시다."
임충이 주점에서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에 하녀 금아가 찾아와 외쳤다.
"나리께서 나가신 후 한 사람이 찾아와서 자기는 육겸의 이웃에 사는데 지금 임교두께서 육겸과 약주를 드시다가 갑자기 쓰러져 인사불성이 되었다고 말하면서 아씨를 모시고 갔습니다.
제가 아씨를 따라 육겸 나리 댁에 갔더니 나리는 안 계시고 전날 오악루에서 아씨를 희롱하던 젊은 녀석이 있었습니다.
쇤네는 다락 위에서 아씨가 사람 살리라는 비명 지르는 소리를 듣고 놀라서 나리께 알려드리러 찾아 왔습니다. "
임충은 그대로 육겸의 집으로 달려가 층계를 올라갔다.
다락문은 굳게 잠겼는데 방 안에서 아내 장씨의 꾸짖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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