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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망나니와 고삐 카페, 내허벅지둘레 = 지구공전둘레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모두 돌아가셨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매일 엉엉 울기만하던 사이, 소식을 듣고 몰려든 친지들에 의해 장례식 준비가 빠르게 이어졌다.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현실에 빗물처럼 주룩주룩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돌변한 친족들은 울고있는 망고의 손에 쥐어진 돈에 눈이 돌아가 금수처럼 달려들어 서로 언성을 높여댄다. 망고에게도 평소 얼굴조차 모르던 친지들이 다가와 살갑게 굴며 위로의 마음을 표현하지만 망고는 눈물이 흐르는 와중에도 계속 팔뚝에 올라오는 소름을 문지르기 바쁘다. 사람이 어찌 이리 잔인할까, 저는 제 눈앞에서 사라진 부모님이 아직까지 믿기지 않는데 이 무정한 사람들은 벌써 자신의 손익을 계산하고 있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망고에게 아무도 시선 한조각 주지 않는다.
자리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이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 때문에 캄캄하던 시야에 빛이 들어왔다.
낯이 익은 남자가 제 머리카락을 걷어올려 귀에 꽂아주고는 손가락을 들어 발갛게 부어올랐을 망고의 눈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울지 말고, 나랑 가자."
1. 이수혁
"일어났냐."
"네에."
그가 망고를 데려온 후에도 제대로 잠드는 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혼자가 되어버린 사실이 무서워 펑펑 울다보면 벌써 밝아오는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쓰러지 듯 잠드는 나날이 계속 되다보니 어느새 뒤바껴버린 밤낮.
오늘 역시, 해가 완전히 지지 않고 달이 어슴푸레하게 떠오른 저녁에 나누는 인사다.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데려온 이 남자는 망고의 아버지에게 자신도, 자신의 아버지도 큰 은혜를 입었다고 했다.
그의 가족들은 모두 외국에 여전히 남아있어 그 혼자만 한국에 살고 있단다. 망고는 그의 고급 오피스텔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어릴때 때 만나서 자주 놀았고 무척이나 친했었지만 그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외국으로 나가버린 탓에
지금은 서먹하기만 하다.
"또 존댓말. 죽을래?"
"아, 아뇨! 아니!"
"빨리 나와."
망고는 어색해서 반사적으로 나가는 존댓말이 그에게는 무척이나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의기소침해진 망고가 말수도 적어지고 방 밖으로 잘 나오지 않을 때마다 일부러 배려를 섞은 것인지는 몰라도 야밤에 끌고나와 외출을 강행한다. 우느라 바뀐 자신의 밤낮은 이 남자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가자."
"네, 아니. 응."
어둑어둑한 밤이 찾아와도 그는 개의치 않고 오히려 망고의 손을 잡고 쑥쑥 긴 다리로 잘만 걸어간다. 그러다가 망고가 따라가기 벅차 잠시 숨을 몰아쉬면 그 짧은 순간을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걸음을 늦추거나 주변 벤치에 앉아서 쉬곤한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난 밤이 좋아."
"어?"
"넌?"
"아, 저도 좋아요."
그는 키득키득 웃으며 긴 손기락으로 망고의 뺨을 꾹 찌른다.
"낮은 너무 피곤해."
"저는 밖으로 잘 안나가서 모르겠...."
"야."
"네?"
"너 또 존댓말."
오늘도 사과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며칠 뒤, 그가 중요한 서류를 놓고 갔다는 문자가 왔다. 이번에 맡은 프로젝트에 필요한 서류란다. 망고는 재빨리 서류를 챙겨 그의 회사로 향했고 피곤해 보이던 목소리에 그가 좋아하는 바닐라 라떼를 사들고 그의 회사에 도착했다.
"수혁 씨."
"응."
다 왔다는 연락에 나온 그는 예상대로 몹시 피곤해 보였다.
어깨를 주무르며 목을 돌리는 그의 손에 서류를 건네 주는데 대뜸 그가 망고의 손을 끌어당겨 품에 끌어안았다.
망고의 동그란 어깨를 단단히 움켜쥔 손이 느껴졌다. 망고의 목덜미의 코를 박은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고 그의 숨결을 따라 피부에 느껴지는 바람에 화들짝 놀란 망고는 그의 가슴팍을 밀어낸다.
"무슨!"
"하, 살 것 같아."
"수, 혁 씨?"
"냄새도 거지 같은 것들이 지랄들이야. 네 냄새 맡으니까 살 것 같아. 맛있는 냄새나네."
코가 개코다. 망고는 베시시 웃으며 그에게 바닐라 라떼를 건넸다.
"드세요. 피곤하실 것 같아서 당 보충 하시라고 사왔어요."
"이것도 맛있겠네. 고마워."
바닐라 라떼를 받아든 그가 한 모금 마시고는 씩 웃었다. 어서 들어가 보시라며 인사를 하는데 갑자기 그의 얼굴이 코 앞으로 쑥 들이밀어졌다.
"왜, 왜요?"
"또 존댓말."
아, 미안... 하고 중얼거리자 그는 씩 웃더니 커다란 손으로 망고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고는 뒤돌아 걸어갔다. 그가 헝클여놓은 머리카락을 정리하던 도중 방금 그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짚어냈다.
" '이것도' 맛있겠다? "
며칠 뒤, 수혁이 돌아오기 전 그의 방 청소를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얹혀 사는 신세라 이렇게 가정부 역할이라도 틈틈히 하지 않으면 눈치가 보인다. 그는 이미 고용한 파출부가 있다며 나를 말렸지만 이따금씩 준비해주는 음식을 반기는 눈치였다.
띠딕,
그가 들어오나보다. 거의 손 댈 것이 없던 그의 방을 둘러보다가 침대 옆의 미니냉장고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목이 말라 연 냉장고 안에는
몇 개의 수입맥주와,
정체 불명의 붉은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 죽 늘어서 있었다.
"이게 뭐지?"
병으로 손을 뻗는 순간 익숙한 긴 손가락이 망고의 손목을 가로챘다. 수혁이었다.
그는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며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그거 별 거 아니야. 토마토 주스야."
2. 김도진
"아저씨, 아저씨. 일어나세요."
"조금만 더 자면 안 될까..."
"식사라도 잠깐 하시고 주무세요. 아침도 거르셨잖아요. 지금 점심 드셔도 많이 늦으셨어요."
믿기지 않을만큼 잘생긴 그의 나이는 무려 37세란다.
부모님의 빈자리가 서러워 밤마다 우는 망고의 곁에서 등을 토닥이며 느긋한 말투의 위로는 몹시도 다정했다.
안 그래도 낮은 편인 그의 목소리가 잠결에 더욱 낮아졋지만 아이처럼 칭얼거리는 모습에 망고는 고개를 저었다.
"졸려."
장례식장에서 울던 망고를 데리고 나온 그는 딱히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그저 부모님과 지인이라고 했다.
단순한 인연으로 성인 여자 하나를 덥썩 맡기에는 어폐가 좀 있지 않느냐하는 망고의 말에도 그는 빙긋 웃을 뿐이었다.
어서 일어나라고, 일어나서 밥 먹으라고 한 번 더 재촉하는 망고의 목소리에 못 이겨 그는 비척비척 몸을 일으켰다. 추위를 잘 타는 모양인지 가볍게 환절기에 들어선 지금 저녁이되면 쌀쌀하다며 카디건이나 얇은 스웨터를 꺼내입고 자는 그다. 물론 혼자 입는 것은 뭐라고 하지 않겠는데 꼭 한 번씩 망고에게 입을래? 하며 자신의 옷을 건네는게 일종의 관례처럼 굳어졌다. 요즘 날씨가 그저 선선한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망고로서는 살짝 곤란한 친절이었다. 그는 살짝 드러난 목덜미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망고야, 물 한 잔만."
"여기요. 미리 준비 했어요,"
어째서인지 그는 물을 자주 찾는다. 잠을 자고 일어나거나 샤워 후, 밥을 먹은 후에도 그는 꼭꼭 물 한 잔씩을 마시곤 한다.
정수기 요정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심지어 그는 누르면 다섯가지 모양의 얼음이 나오는 정수기를 꽤나 사랑하는 모양이다.
"....하트 모양 얼음이 없어."
"안 나오는 걸 어떡해요. 그냥 드세요."
"하트 모양 얼음..."
다 큰 서른 일곱살 성인이 고작 하트 모양 얼음이 없다고 침울한 표정을 짓는다.
남들이 보기엔 단지 입술을 살짝 내민채 눈을 내리깐 것이 전부이지만 망고는 컵 안에 든 얼음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그의 시선에 하트 모양 얼음에 대한 집착을 알아채고 결국 우르르, 한컵 가득 받아 나온 하트 얼음 서너 개를 그의 잔에 퐁당퐁당 넣어주었다.
"잘 마실게."
"....네에."
빙긋 웃는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심장에 좋지 않다. 망고는 그 몰래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미쳤어, 김 망고. 엄마 아빠 가신지 얼마나 됐다고 팔자 좋다. 게다가 이 분은 거의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 없는데.
뺨을 찰싹찰싹 때리고 싶지만 그렇게까지 하면 그가 의아하게 바라볼까봐, 딱히 해명할 길이 없어 관두었다. 그렇게 물을 마신 그를 데리고 식탁으로 가 아주 늦은 아점을 먹기 시작했다.
"요새는 괴롭히는 사람 없지?"
"네? 아, 네. 갑자기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뚝 연락이 끊겼어요."
"다행이네."
젓가락을 쥔 손가락에 턱을 괸 그가 눈을 접으며 웃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그에게 친척들이 생판 모르는 남자 집에 왜 가 있는 거냐며 서로 자신의 집에 오라고 거의 협박에 가까운 말들을 지껄이는 것을 그가 목격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연락이 끊겼다. 망고는 그에게 물어봐도 제대로 된 대답을 얻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입을 잠깐 떼었다가 이내 포기했다.
"왜?"
"아뇨! 아, 아저씨는 왜 항상 집에 계실까 해서요."
"음? 내가 내 집에 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그가 계란 말이를 한 번 집어먹고는 나날이 음식솜씨가 는다며 망고를 칭찬했다. 괜히 어색한 기분에 망고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저, 저처럼 만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집이 이렇게 좋은데 회사 같은 데 안 다니셔도 되는 건가요? 저, 저 때문이시라면 안 그러셔도 돼요!"
그는 그렇게 좋아하는 물을 두 어번 마시더니 빙그레 웃었다.
"우리 망고, 착각이 심하구나."
"네?"
"나한테 아직 그 정도의 가치는 없어, 망고는."
"아, 네."
그의 집에서 얹혀 산지도 어언 한달. 나름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울타리 밖으로 쫓겨난 기분이다. 괜히 민망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해서 망고는 귓바퀴를 만지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런데 귀여우니까 일단 지켜보고 있는 중이야."
참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망고는 생각했다.
그날 밤, 늦은 새벽. 뜬금 없이 눈이 떠진 망고는 황당한 기분에 눈만 깜빡이며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목이 마른 기분에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유리잔을 꺼내 정수기 앞에 서서 얼음 버튼을 누르자 평소엔 더럽게 안 나오던 하트 얼음이 무려 다섯 개나 연속으로 떨어진다.
"헐, 평소에 아저씨가 그렇게 찾을 때는 치사할 정도로 안 나오더니. 정수기 개새끼."
투덜거리며 얼음을 반쯤 채운 잔에 물을 가득 따라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 그의 방문이 벌컥 열렸다.
"상황 제대로 정리하고 있어. 강북 쪽은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쓸 데 없이 판만 커지만 경찰들 개 떼같이 몰려들어서 현장 청소하는데 번거로운 거 뻔히 알고 있으면서 멍청하기는."
정장 자켓을 걸치며 나온 그는 평소와 다름 없이 낮은 톤의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몹시도 신랄했다. 끼어들기도 민망해서 그냥 그가 나갈 때까지 얌전히 있자 싶어 망고는 숨까지 멈추었다.
"됐어.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거야. 몇 명이나 죽었....."
"어....음. 어디, 가세요?"
숨을 멈춘 보람은 별로 없었다. 그와 눈이 바로 마주쳤으니까.
그는 잠시 당황한 듯 망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다가 평소와 같이 말했다.
"망고야, 물 한 잔만."
엉겁결에 손에 들린 물잔을 내주자 그는 잠시 컵 안에 있는 하트 얼음 다섯 개를 보다가 망고와 눈을 마주치고 빙그레 웃었다.
"하트가 다섯 개네. 오늘은 목숨 다섯 개니까 아저씨 힘내고 올게."
3. 송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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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망고 씨 보고 싶다."
"저 여기있는데요."
"어? 진짜네! 난 망고 씨가 너무 보고 싶어서 내가 만들어 낸 환상인줄 알았지!"
소파에 기대 우중충한 얼굴로 중얼거리던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망고의 곁으로 내려와 앉았다. 소파 아래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던 망고의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어 어깨에 볼을 부비는 그는 순한 강아지 같은 인상의 소유자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친절하고 귀여운 모습에 마치 동생이라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망고다.
외롭고 괴로웠으며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 발버둥쳤던 수많은 시간동안 그는 곁에서 끊임없이 위로하고 망고에게 세상은 즐거운 일이 가득하다며 양 팔을 휘저어가기까지 하며 격렬하게 외쳤다. 그는 교수셨던 아버지의 애제자라고 했다. 평소 자신에게 당신의 딸이 예쁘다며 꼭꼭 소개시켜 주겠다고, 우리 딸내미 다른 놈이 채가기 전에 냉큼 데려가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아버지의 말이 기억나 친척들의 무관심 속에서 엉엉 울고 있던 나를 무작정 데려왔다고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예쁘다며 그는 언제나 나를 칭찬했다. 고맙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일면, 동생처럼만 보이는 자신과는 다른 마음으로 저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망고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망고 씨, 오늘은 뭐 먹고 싶어요?"
"글쎄요. 중기 씨는 뭐 먹고 싶은데요?"
"저야 망고 씨가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어요."
댕글댕글 나뭇잎 모양의 눈을 접으며 웃은 그에게 망고는 하하, 짧게 웃으며 대꾸했다. 어쩐지 짭쪼름한 고등어 조림이 먹고 싶다.
"저는 고등어 조림이 좋을 것 같아요."
"어? 저도 그 생각했어요."
"중기 씨, 거짓말 치지 말아요. 중기 씨 거짓말 칠 때 귀 움직이는 거 모르죠?"
"엑?!"
화들짝 놀라 양 귀를 움켜쥐는 모습이 역시 너무 귀엽다.
시간이 흘러가고, 망고의 상처도 조금씩 굳어져가고 있었다. 그의 헌신적인 노력과 망고 스스로의 의지로 부모님의 그림자에서 나날이 벗어나던 중 망고의 눈에 자꾸만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와 계속해서 눈이 마주칠 때마다 뺨이 붉어지는 느낌과 가슴에서 울리는 고동은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이었다. 새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와 잦은 만남을 가졌다.
처음에는 가볍게 동료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로 만남을 가졌고, 어느새 점차 망고는 그와 둘만 만나 밥을 먹는 사이로까지 발전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로부터 그 남자 역시 망고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기뻐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어쩐지 목이 메어서 눈물을 삼키며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그 남자는 망고가 몹시 사랑스럽다는 듯 그녀를 한 번 품에 꼭 안아주고 집 앞까지 데려다 준 후 헤어졌다.
"망고 씨 왜 안 오지...올 때가 됐는데."
"저 왔어요.'
"망고 씨!!"
현관문 바로 근처에 앉아서 벽에 기대고 있던 그가 망고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반색하며 몸을 일으켰다. 저녁도 먹지 않고 기다린 것이 뻔해서 망고는 안 쓰러운 마음에 저녁을 먹었냐고 물어보았다. 그의 대답은 당연히 아니라는 쪽이었다.
"망고 씨랑 먹고 싶어서 기다렸죠!"
"뭐 먹고 싶은데요?"
"망고 씨가 먹고 싶은,"
"싶은 거 말고, 중기 씨가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며 턱을 쓰다듬는 그가 귀여워 비식비식 웃으며 구두를 벗고 마루에 발을 내딛었다. 그를 지나쳐 방에 먼저 들어가려는 순간 손목이 단단하게 틀어잡혔다.
"아야!"
당황하기도 했지만 손목을 쥔 악력이 너무 세서 망고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평소에 망고가 손가락 끝만 종이에 베여도 약상자를 들고와 붕대를 둘둘 말아대며 호들갑을 떨던 모습과 달리 그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물었다.
"망고 씨, 이거 무슨 냄새에요?"
"네?"
"남자 향수 냄새 같은데."
그는 망고의 어깨를 끌어당겨 그녀를 한 번 푹 끌어안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확 고개를 떼어냈다.
"망고 씨 남자 만나요? 평소에도 흐릿흐릿하게 묻기는 했지만 그냥 지나치다 벤 건 줄 알았는데. 오늘은 뭐에요?"
"아니, 저 그게."
"말해요. 누구에요?"
씩 웃는 그의 표정이 어딘가 무서워서 망고는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그는 손목을 아직까지 붙들고 있어서 피까지 안 통하는 느낌이었다. 망고는 갑자기 더럭 겁이 나 괜히 큰 소리를 냈다.
"내가 남자를 만나든 말든 중기 씨가 무슨 상관이에요! 이것 좀 놔요, 아파요!"
".....미안해요. 많이 아팠어요?"
눈을 부릅뜨며 쳐다보다가 금세 안색이 돌변한 그는 걱정스럽게 자신이 쥐고 있던 망고의 손목을 쓰다듬으며 울적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요. 누나를 뺏기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어요. 원래 남동생들은 다 그런 가봐요."
"아..."
뭐라 대꾸할 새도 없이 구급상자를 가져오겠다며 헐레벌떡 뛰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방금 전 모습이 착각이라도 되는 것 같다. 두려운 기분에 망고는 입술을 깨물었지만 그 후, 그의 행동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심지어 망고의 남자친구가 된 그 남자를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기까지 했다. 망고가 소리친 이후 의기소침해 진 모습이라든가 많이 소심해지고 조심스러워진 모습이 보여서 괜히 미안해진 기분에 망고는 그에게 좀 더 신경쓰기로 했다.
"오늘도 상훈 씨 왜 안 나왔죠? 아는 거 있어요, 망고 씨?"
"네? 아뇨?"
그와 망고의 남자친구가 형 동생 할 정도로 친해져 망고도 마음 놓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망고의 남자친구가 소리 소문 없이 회사를 빠졌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전화를 해봐도 받지 않는다. 그날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에 일도 제대로 못하고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갔다.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를 걸었는데, 문득 그의 벨소리가 들린 것 같은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곧 전화를 받지 않는 다는 안내 음성과 함께 망고는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우와! 망고 씨다! 지금 딱 망고 씨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문 앞에 왔는데!!"
"중기 씨...상훈 씨가 갑자기 연락이 안 돼요."
"어? 형이요? 갑자기 왜 그러지?"
"모르겠...어? 이 피는 뭐에요?"
시선을 떨구던 망고는 길게 늘어져 허벅지까지 오는 그의 흰 티셔츠 한쪽에 튄 핏방울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 옷을 흘끔 내려다 본 그는 하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전에 망고 씨가 해준 고등어 조림이 너무 맛있어서 오늘 한 번 해보려구 노력 중이에요. 저쪽에 고등어..싱싱하게 하려고 거의 생 것으로 가져왔는데 피가 살짝 튀었나보네요."
"그래요...?"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던 그에게 빙그레 웃어주던 망고는 싱크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흠칫 굳었다.
이상하다.
뭔가 이상하다.
주방 싱크대는 분명 그의 허리 높이일 터인데, 어째서 허벅지까지 내려온 그의 티셔츠 끝자락에 피가 튀어있는 걸까?
게다가 핏방울의 방향은 위에서 아래로 튄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튄 것이었다.
망고는 문득 집 앞까지 걸어오며 걸었던 전화 끝자락에 얼핏 그의 벨소리를 들었던 것 같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저기요, 중기 씨."
"네?"
"나한테, 뭐. 숨기는 거...없어요?"
그는 무슨 소리냐는 듯 멀뚱한 얼굴로 망고를를 쳐다본다.
"숨기는 거라뇨? 그런 거 없어요."
그의 귀가 살짝 움직였다.
하.......여기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원빈한테 몰빵 쏠리게끔 쓴 것 처럼 보이는 건 너망의 착ㅋ각ㅋ
회피하기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시다시피 수혀기는 뱀파이어, 빈느는 졸라무서운 조폭, 중기는 집착남.
빈느 패널티 좀 줄까. 다른 파 조폭드리 망고의 삶을 위협함.
수혀기 패널티는 다른 뱀파이어들이 망고의 삶을 위협함.
중기는 중기한테 잘해주기만 하면 아주 편안하고 아름다운 삶. 하지만 이미 살인을 눈치 챈 시점에서 아웃인가...으앙앙대.
집착남 좋아하는 망고들 살려쥬뮤ㅠㅠㅠㅠㅠㅠㅠ3
똥손 글 읽어주느라 고마웠어!! 쓸 데 없이 길지?!?!?!? 자, 그래서 망고들의 선택으!?!?!?!?!?!?!?
1,2,3 중에!! 한 명만 고르기!! 회피도 없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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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1111111과 22222222222 중에 고를 수가 없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1 ..다른건넘무셔
나 이런 망상글 넘 좋아♥
1111분위기 으앙쥬금
정수기요정ㅋㅋㅋㅋㅋㅋㅋ
목숨이다섯개
그 정수기 제가 살게요
11111111111111111111133333333333333333333
양쪽에 끼고 살겠다.
원빈>수혁>중기
1111111111112222222222222222 나 미쳐..........
아..뱀파이어였어..??...사ㅏ랑해....
아..조폭이여었어..??..사ㅏ랑해.....
아..집착남이였어..??..사ㅏ랑해.....
222........다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이여시갘ㅋㅋㅋ
2번...... 내가 누울곳은 여기네요....2번입니다 저에게 와주시죠 빈느
왜...한명만 고르라는거죠?
글쓴이가 제일 잔인하다 ..난 누구도 포기할 수 읎어!!!
다좋다ㅜㅜ
헐퀴
22222
고르라면 2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