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상태(臨界狀態;critical state)
어떤 물질 또는 현상의 성질에 변화가 생기거나 그 성질을 지속시킬 수 있는 경계가 되는 상태를 가리키는 물리학 용어이다. 예를 들어 , 기체를 일정한 온도에서 압축시키면 액체가 되는데, 임계온도를 넘어서면 아무리 압축해도 액화가 되지 않는다. 이 때의 기체를 임계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다른 임계상태의 예는 독일의 ‘베를린 장벽’처럼 붕괴의 예다. 경제가 임계상태에 이르러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1961년부터 동독은 장벽을 쌓아 막는다. 2차 저지선에 전기를 넣은 철조망과 감시탑과 비밀경찰을 동원하고 지키면서, 동독은 50년은 물론 100년은 굳건히 유지될 것이라 큰소리를 친다. 그러나 1989년 11월 9일 오후 6시 50분 동독의 공산당 서기장 귄터 샤보프스키(Gunter Schabowski)는 동독 주민을 달래기 위해 여행자유화 조치를 발표했다. 동독 주민의 비자 신청 요건을 완화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실제로 비자를 신청해봤자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생색내기용 조치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동독 지자들은 물론 서방 기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 조치를 완전히 새로운 조치로 생각한 이탈이아의 리카르도 에르만(Riccardo Ehrman ) 기자가 집요한 질문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여행 자유화 조치가 시작되느냐? 물었다. 사실은 다음날부터 비자 신청이 가능했지만 질문공세에 지킨 권터 샤보포스기 서기장은 머뭇거리며 “그건.... 내가 아는 한 ... 지금 당장입니다” 비자신청을 지금 당장 시작된다는 말한 아주 사소한 말실수였지만, 여행자체가 당장 자유화된다는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기자는 본사에 당장 보도를 요청하고 긴급뉴스로 보도하자 다른 언론들도 뒤질세라 특종을 보도하기 시작한다. “내일 아침부터 동독 사람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베를린 장벽을 통행할 수 있게 되었다”며 자세한 해설까지 하는 일이 벌어지자 서독방송도 ‘베르린 장벽 철패’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한다. 결국 흥분한 시민들이 샴페인을 들고 축제분위기에 장벽으로 쏟아져 나왔다 환희의 노래를 부르는 군중들이 장벽에 몰리며 당황한 경비대장이 장벽을 개방함으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쉽게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는 경제 불황과 거듭되는 사회불안이 임계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복잡계 경제학에서 볼 때, 임계상태에 이른 경제나 정치 상황은 아주 작은 추격만으로도 쉽게 붕괴되거나 파국을 맞게 된다.
다른 예로 같은 1989년 일본 정부가 금리를 인상하고 대출 총량을 구제한 직후 경제 거품이 붕괴되면서 장기 불황에 빠져든다. 피상적으로 보면 금리 인상만 최대한 늦추면 파국을 막을 수 있다고 착각하기가 쉽다. 장기 불황의 원인은 금리가 아니라 빚더미로 지탱한 일본 경제의 불균형이 임계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단지 금리 인상은 방아쇠 역할이 뿐이었다.
그러면 금리 인상만 지연시킨다고 경제가 살아날까? 경제 관료들은 금리인상을 하지 않으면 장기 불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임계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는 한 , 경제는 아주 작은 충격만으로도 무너진다.
이처럼 ‘복잡한 세상 Complexity'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존은 경제학만 고집하는 관료는 ’방아쇠 후보일 뿐‘인 부동산 값 하락’만 막겠다며 대한민국 경제에 남아 있는 여력을 집중시키니 정부 정책은 빚더미를 부풀리고, 가계에 남아 있던 소비 역력까지 앗아가 경제를 임계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빠르고 쉬운 성장의 시대는 끝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의 생산성 향상 속도가 둔화되면서 비상이 걸린다. 총소요생산성 증가 속도가 급속히 추락한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성공한 기술이나 제품을 신속히 따라잡는 ‘빠른 추격자 전략’덕분이다. 이는 대기업 집단에 유리하고 한국은 특장점이 있어 지금까지 고속 성장을 하였으나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국가는 싼 가격으로 무장한 추격자에 따라 잡힌다. 앞으로도 우리가 공정하고 혁신적인 창업환경을 만들지 않고 대기업만 밀어주는 과거 추억만 고집한다면 우리 경제는 위기를 겪게 될 것이고 2020년 후반에 어섯 번째 물결이 시작된다고 하더라고 우리는 소외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이 1990년대 정보통신 혁명에 동참하지 못한 것도 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와 최악의 빈곤이 공존하는 나라는 맥시코다 마약 소굴로 알려진 북부지역이 하나하나 마약 갱단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 1975년 멕시코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1,000달러로, 남미국가 중 잘사는 나라다. 2007년부터 빌게이츠를 제치고 세계초고의 부자로 등극한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이 사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출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근로자들의 임금을 극도로 제한하는 전략을 써온 탓에 세계 최고의 부자와 최악의 빈곤이 공존하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멕시코는 과거 40년간 한국과 비슷한 국가 주도형 발전전략을 채택해 평균 6.2%의 경제성장률로,1975년 국민소득이 세계 47위의 나라로 우리보다 잘살던 나라다.
하지만 1976년 대규모 유전 개발에 성공하면서 멕시코의 놀라운 성장 신화는 막을 내린다. 석유가 국가 경제에 좋을 것으로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산유국의 저주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외화가 들어오자 통화가치가 올라가는 바람에 다른 산업들이 도태되고 경제의 기적을 가져왔던 성장 전략과 산업정책이 자취를 감춘다.
1981년 멕시코의 수출의 3/4을 차지하던 석유수출이 세계적인 불황으로 유가가 폭락하자 멕시코 경제는 위기를 맞는다. 결국 1982년 국가부도의 위기 속에 채무지불유예(Moratorium)을 선언하고 국제통화기금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 그러자 멕시코 정부는 수출주도형으로 전략을 바꾸고 경제 재건을 꾀하지만 근로자 몫이 줄어드는 바람에 노동생산성은 28%나 높아졌으나 임금은 오히려 22%가 줄어든다. 그러자 내수시장은 위축되고 아무리 좋은 상품이 나와도 국민이 사줄 내수시장이 없어지면 해외시장만 쳐다보는 처지가 되고 만다. ‘’한나라의 경제에서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기업의 이윤은 커지는 반면, 근로자들이 임금으로 받아가는 몫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이는 천수답 농사처럼 남의 나라 경제에 완전히 의존하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2005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국제이민, 송금, 두뇌유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국 192개국 중 인재유출 1위의 불명예는 멕시코다, 한해 대졸 인재가 78만명
쏟아져 나온다. 멕시코는 대학등록금이 모두 국비로 지원된다. 결국 세금으로 키운 인재를 다른 나라에 주는 꼴이다. 우리나라의 두뇌 유출도 만만치 않아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우리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다. 즉 외국에 나가 외국회사에 근무하는 것이 국익에 별 도움이 없는 것이다.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는 국가의 부는 나라 안에 쌓인 금은보화의 총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며 ‘중상주의’무지를 비판했다. 달러를 창고에 쌓아두면 국민이 더 가난해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국부를 증대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의 생산과 소비가 늘어나야 한다. 우리 경제가 멕시코의 실패를 답습하기 전에 200년 전애 얘기한 아담 스미스 선생의 혜안을 다시 돌이켜 봐야 한다.
정부는 모르는 진짜 경기 부양책은 무엇인가? 경기를 살린다고 하는 부양책에 대규모 건설사업이 있다. 이 정책에 참담한 실패를 한 나라가 일본이다. 부동산 거품이 급속도로 꺼지던 1992년부터 3년간 일본은 73조엔(약 700조 원)의 돈으로 건설경기에 붓는다. 하지만 일본은 25년에 걸친 불황을 겪고 있다.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 대비 245%를 기록해 국가 부채 비율 세계 1위 오명만 안고 있다. 이런 사실을 깨달은 일본 지방정부연구원은 국가재정 1조 엔을 건설경기 쓸 경우 1.37조 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같은 돈을 교육에 투자했더라면 1.74조 엔의 경제 부양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 섞인 보고서를 내 놓았다.이것이 정부는 모르는 진짜 경기 부양책인 것이다.
가장 강력한 투자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핀란드다. 전체학생의 15%에 달하는 이주민 자녀를 포함시켜도 각종 국제 학력 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다. 온갖 선행학습과 사교육으로 점철된 우리나라와 달리, 핀란드는 오직 공교육만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초등 한명의 교사 외에 두 명의 보조교사가 있다. 교사가 전체 학생을 지도하는 동안 낙오되지 않도록 보조교사가 학생 하나하나를 지도한다. 일대일 맞춤지도를 받는다.물과 나무 밖에 없는 핀란드는 사람이 최고의 자원이므로 단 한 명도 버릴 인재가 없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 교육철학 덕분에 핀란드는 공교육만으로 학생을 세게 최고의 인재로 키우는데 성공했다.
교육이 이미 계층 이동(심하게 표현하면 인도의 신분제도)의 장벽이 되기 시작한 우리나라와 달리, 핀란드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공정한 교육기회를 제공한다. 2010년 OECD가 부모의 수입이 자녀의 수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이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부모의 소득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이전된다는 뜻이고, 0에 가까우면 자녀의 소득이 부모의 소득과 연관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핀란드는 0.18을 기록해 영국의 0.5에 비해 훨씬 낮았다.
세대간의 ‘역전의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혁신의 주체가 될 청년들이 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나와 자신의 맞는 직장을 찾아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초기에 낙오된 청년들이 당장 먹고 살기 어렵게 되면 결국 시간제 일자리를 찾게 되고, 미래 세대의 생산성이 떨어지면 국가동력도 약화된다. 이런 청년을 위해 국가 재정으로 ‘실업부조’개선을 위한 제도를 두어 패자부활전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선진국은 공교육 시스템과 실업부조뿐만 아니라, 아동수당과 공공교육 , 공공주거 등 미래 투자세대에 각종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선진국은 21세기에 가장 소중한 자원인 ‘사람’에 대한 투자를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람밖에 없는 우리나라만 뒤지고 있는 것이다.
2014년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위대한 민족은 과거의 전통을 물러받아 새롭게 도전하는 그들의 젊은이를 귀하게 여긴다.” 는 메시지를 남겼다 상식적인 말이지만 가치를 잃어버린 우리나라에는 소중한 지혜와 통찰을 주는 말이었다.
2017 09 06
박종훈의 대담한경제 요약
21세기 북스
첫댓글 임계상태(臨界狀態)의 내용을
잘 읽고 감상하며 물러갑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의 참담한 교육환경
이해찬 세대의 아픔을
어찌 해결해야 할까요 ?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