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창원천 하류
어린이날에 이어진 월요일은 대체 공휴일이었다. 어제는 낮부터 내리던 비가 한밤중엔 태풍급 바람을 동반한 폭우로 변했다. 날이 밝아오자 비바람이 그쳐 기상이 평온해졌다. 밤새 호우와 강풍 주의보가 발령되었으니 야외 활동을 자제하십사는 안전 안내 문자가 연속해 날아왔다. 새벽에도 전일부터 내린 많은 비로 안전사고가 우려되니 하천 출입과 논밭 물꼬 작업을 금하십사 했다.
내게는 금쪽같은 휴일이라도 산행이나 산행은 유보하고 집에 머물렀다. 다행히 도서관에서 빌려다 둔 이기동의 ‘한국의 유학(상)’이 있어 펼쳐 읽었다. 동아시아 유학의 전체적 구조와 흐름을 조감한 ‘유학 오천 년’(전5권) 중 세 번째로 조선전기 학자까지 다룬 부분이다. 이 시리즈는 유학의 발원과 완성에서부터 동아시아 유학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조감해낸 저자의 필생 노작이다.
다소 무게감이 나가는 책이라 조용히 침잠의 세계에 빠져 읽기 알맞아 그럴 시간이 나길 기다렸는데 마침 독파하게 되었다. 앞으로 틈을 내서 남은 ‘한국의 유학’ 하권에 이어 ‘일본과 베트남 유학’ 편인 5권까지 마저 읽어낼 계획이다. 집에서 서너 시간 집중해 읽고 이른 점심을 먹고 산책 차림으로 현관을 나섰다. 배낭에는 도서관으로 반납 책이 그거 말고도 시집 2권이 더 있었다.
아파트단지 이웃 동 꽃대감이 가꾸는 꽃밭을 둘러봤다. 친구가 간밤에 유튜브로 보낸 소재로 삼은 붓꽃이 소담스레 피어 있었다. 친구는 싹이 터 자라는 철포백합 주변 잡초를 뽑으면서 비가 잦아 꽃들이 올해처럼 속도가 웃자라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꽃밭에 봄꽃은 모두 저물고 여름꽃이 무대에 오르려고 대기하는 꽃밭이었다. 친구와 아침 인사를 나누고 아파트단지를 나왔다.
외동반림로를 따라 걸으니 반송 소하천 냇바닥에는 노랑꽃창포가 화사했다. 새로 도입될 급행버스 우선 통행을 위한 노선 개량 공사는 마무리 단계였다. 중앙분리대 조경과 차선까지 그어져 버스 도착을 알리는 계기판을 점검하는 중인 듯했다. 원이대로를 건너 창원 레포츠파크 동문에서 폴리텍대학 구내를 거쳐 교육단지 창원도서관으로 가서 무인 반납기에서 도서를 반납 처리했다.
공공 도서관은 연휴 3일 가운데 하루 정도는 개관해도 좋을 듯하나 직원들의 여가 활용을 고려해서인지 모두 문을 닫았다. 이미 예고된 휴관 일정이라 집을 나설 때부터 도서관 열람실에 머물 계획은 아니라 창원대로와 인접한 올림픽공원으로 나가 창원수목원 언덕으로 올라섰다. 음지식물원에는 은방울꽃이 맺혀가고 수국은 철이 일러도 제철을 맞은 장미와 작약은 화사하게 피었다.
수목원에서 창원대로 갓길 보도를 잠시 걸어 용원지하도 부근에서 창원천 하류로 갔다. 일전 지상에 보도된 창원천 하도 정비 공사 현장이 나왔다. 공사가 시작될 무렵 나는 그곳에서 군락으로 자생하는 삼잎국화 잎을 넉넉하게 따 지인들에게 보낸 바 있다. 냇바닥 절로 자라는 삼잎국화는 나물로 좋은데, 창원천 하류에서는 하천 바닥 준설로 앞으로 몇 해 동안 볼 수 없을 듯하다.
보도를 따라 걷다가 우천과 휴일로 장비가 멈춰 선 둔치 현장에서 남겨진 삼잎국화를 몇 줌 뜯었다. 다시 산책로를 따라 덕정교를 지나니 음력으로 그믐으로 가까워지는 사리 썰물이라 봉암에는 갯벌이 드러났다. 산책로까지 나왔던 칠게가 잽싸게 몸을 숨기고 모래톱에는 시베리아에 서식하다 우리나라는 나그네새로 나타나는 청다리도요새 한 쌍이 머리를 맞대고 먹잇감을 찾았다.
남천이 흘러와 창원천과 합류하는 산책로 언저리는 아까시꽃이 피어 꽃송이가 일렁거렸다. 갯벌이 드러난 모래톱 가장자리는 갈대가 새순이 돋아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었다. 창원천 하류에서 남천을 거슬러 삼동교로 향해 올라갔다. 공단지역 공장들은 휴일이라 부분 조업만 이루어져 가동을 멈춘 곳이 많았다. 창원대로에서 충혼탑을 거쳐 운동장에서 반송시장을 둘러 집으로 왔다. 24.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