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가 끝이 없다 지금은 한창 벼꽃이 개화를 하기 시작해 장마가 계속되면 쭉정이 많아지고 흉년이 든단다.
稻花風際白 (도화풍제백) 벼꽃은 바람 앞에 희고 荳莢雨餘靑 (두협우여청) 콩꼬투리는 비 온 뒤에 푸르다. 物物得其所 (물물득기소) 사물마다 제자리를 얻었으니 我歌溪上亭 (아가계상정) 나는 시냇가 정자 위에서 노래 하노라. - 題平陵驛亭 楊以時-
기후변화의 영헝 탓인지 요즘은 가을 장마에 가을 태풍까지 만고에 농사에 도움이 되지않는 것은 물론이고 가을 채소도 파종을 해 놓으면 녹아버리고 잘 안되는 모양이다.
참 평균을 이루어 내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예년 같은 일조량 예년 같은 강수량에 시기에 맞은 기온이 되어야 곡식이나 과일도 제대로 익거나 자라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작황이 예년 같지 않고 출하량이 줄게 되면 농민은 농민대로 손익을 맞추기 힘들 뿐만 아니라 그 것이 곧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불러 오게 되는 것이다.
草堂霖七月(초당임칠월) 초가집 칠월 장마 霖雨夜三更(임우야삼경) 한밤중에 장마 비는 주절주절 내리는데 欹枕客無夢(의침객무몽) 베개를 높여도 잠은 오지 않고 隔窓虫有聲(격창충유성) 창밖엔 벌레소리 요란하네 - 雨夜有懷 / 印毅-
요즘은 그래도 수리 시설이 잘 되어 있고 하천 정리나 배수로 정리가 잘 되어 있어 왠만큼 많은 비가 내려도 하천이 범람 하거나 제방이 무너지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어릴적엔 도랑은 폭이 좁은데다 제대로 된 저수지가 없고 규모가 작은 저수지라 물을 자장 하는 기능도 떨어지고 산은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다 보니 비가 오고 나면 순식간이 물이 다 흘려 내려 개울이 범람하고 농지로 물이 흘러들어 벼를 심은 논이 쑥대밭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반면 좁은 도랑에 많은 물이 내려 가면서 보가 무너지고 바닥이 완전 뒤집어져 흙탕물이 한바탕 흘러내려가고 나면 지금 처럼 도랑에 잡풀이 무성하지도 않아 하천 바닥이 깨끗해지고 바닥이 보일때쯤 이면
지금 생각해 보니 비가 오고 큰물이 지고 나면 강에 있던 미꾸라지가 물길을 따라 골짝으로 올라 왔던 모양인데 개울 가장 자리 풀숲에 대소쿠리를 갖다대고 발로 풀숲을 밟아 들어가면 놀란 미꾸라지가 대소쿠리로 들어가게 되는 원리로 어릴적 기억으로 소질이 있는 아이는 그렇게 해서 제법 많은 양의 미꾸라지를 잡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가을은 추어탕의 계절이다 어느 동물 없이 마찮가지 이겠지만 여름한철 왕성한 먹이 활동 덕분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미꾸라지를 잡아 끓인 추어탕 맛은 가을 별미다.
霧冷驚秋夕(무냉경추석) 차가운 안개가 추석절에 스며들고 雲飛戀故丘(운비련고구) 하늘에 구름 흘러가니 고향 더욱 그리워라. 魚肥香稻熱(어비향도열) 물고기 살찌고 향기로운 벼는 익어가는데 鳥宿翠林稠(조숙취림조) 빽빽한 푸른 숲에 새가 깃드는구나. - 永州故友 / 鄭夢周 -
요즘은 미꾸라지도 사욱을 하고 사료를 먹여 키우니 항생제에 대한 부담은 감수를 해야 겠지만 옛날위 추어탕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맑은 물에서 헤엄치는 놈을 잡아서 추어탕을 끓였으니 그맛 또한 오죽 하겠는가?
나는 특히 추어탕에 국수를 넣어 말아먹는 것을 좋아한다. 먹기의 편안함 때문일 수도 있고 급하게 먹는 내 식사 습관에 밥보다는 국수 한 그릇 말아서 후루룩 마시는 것에 익숙해서 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밥과 같이 먹을 때는 가끔 빡뻑한 남원식을 선호 하기도 하는데 추어탕은 시원한 국물 맛일 것이다.
추어탕을 참 감칠맛 나게 잘 끓이는 동창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끓이는 추어탕 맛의 여운은 해마다 이맘 때쯤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생각을 키운다.
그때 당시에는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워낙에 나누고 베풀기를 좋아 하는데다 배포가 큰 여장부라 수시로 친구들 불러 추어탕을 끓여 내었는데 그 진한 추어탕의 국물맛을 아직 잊지 못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 친구 그 잘하는 추어탕은 접어두고 소양수욱을 전문으로 삶아 내는 "금촌" 이란 식당을 하고 있는데 역시 손맛은 타고 나는 것인지 이 또한 때때로 나를 유혹하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