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현보살과 고 김상택 거사님은 부부가 함께 금강선원에 나오셔셔 공부하시고 신행하셨던 분들이다. 늘 고요하고, 깊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 주신 분들이다. 선원 안에서나 선원 밖에서나 부부가 어쩜 그리도 늘 한결같은지, 그 분들 보다 훨씬 나이 많은 내가 오히려 배울 것이 많은 분들이었다. 보살은 나와 함께 선원의 편집부 일도 함께 했었다.
지난 9월 14일 참으로 애석하게 거사님께서 운명하셨다.
이 글은 각현보살이 거사님 상에 조문 오셨던 분들에게 드리는 글로 나에게도 보낸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여러 사람들에게 내가 말해 주고 싶었던, 거사님께서 운명 할 때 남겨 준 모습과 보살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기에 여러 사람과 함께 공부하고자 하여 까페에 올린다.
이하는 각현보살의 글이다.
고 김상택 화백의 미망인입니다.
삼우제와 초재를 마치고 9월 20일 안동 봉정사에서 올라 왔습니다.
상가까지 오셔서 조문해주신데 대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인편이나 조전, 조화를 보내주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고를 보내지 않았음에도 신문이나 방송을 보고 찾아와 주신 많은 분들께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고인은 늘 조용히 가기를 원했습니다. 장례의식도 최대한 폐를 끼치지 않은 범위에서 조촐히 하기를 바랐습니다. 이런 말은 평소뉴스를 보거나 신문에서 그런 상황이 있을 때 저에게 한 말입니다.
장례식 때문에 많은 분들을 불편하게 한다면 고인에게도 도움이 안 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가 늘 화두로 삼고 살았던 것이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생과 사가 둘이 아님을 보여주고 가신 분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염불을 하면서 편안히 떠났습니다. 진동으로 된 핸드폰이 울릴 때 끄라고 했고, 슬퍼하는 여동생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했습니다. 과연 그렇게 갈 수 있을까? 했던 의구심이 사라지고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확신을 주고 가셨기에 장례기간 내내 슬픔보다는 기쁨이 컸습니다. 생소한 장례분위기에 이해가 되지 않은 분들도 계셨을 겁니다. 우리는 함께 그렇게 보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의식이 있는 상태로 염불을 하면서 편안히 가는 방법은 살아 있을 때 열심히 수행하는 것 밖에 없다고 누구든 먼저 가면 8시간 염불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병원 측의 배려로 운명 후 곧장 안치실로 가지 않고 염불을 할 수 있었고 서로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고인은 임종 20일 전에 중앙일보를 사직했습니다.
그는 이미 중앙일보의 직원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회장님이나 사장님 많은 분들이 가족인 양 찾아 주셨습니다.
특히 회장님 아드님이 제 아들에게 “김화백이 있어서 중앙일보가 여기까지 왔다”고 한말은 아버지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고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진한 감동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고인은 평소에 유골은 화장 한 후 산골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좋아하는 봉정사 부도 탑 아래 옹이 박힌 소나무 밑에 뿌려드렸습니다.
현재 49재 중 입니다.
고인은 시골에 가서 살고 싶어 했습니다. 거기서 진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었고, 참선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지금 그가 내려가서 살 집을 짓고 있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못했지만 고인 대신에 여러분들이 오셔서 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조촐한 손님방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솜씨가 없어서 맛있는 음식은 기대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굶기지는 않겠습니다.
고인의 만평으로 상처를 받은 분들도 계셨을 겁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이 번 상중에도 많은 걸 느꼈고 배웠습니다.
저희 부부는 남에게 폐를 끼치고 시간을 빼앗는 것을 무엇보다도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빈소를 찾아 주셨습니다. 솔직히 부끄러웠습니다.
조문해주신 모든 분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도리인 줄 아오나, 이렇게 감사 편지로 대신 고마움을 전합니다. 연락이 끊긴 지인들이 지상이나 뉴스를 보고 오셔서 어떻게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난감 합니다.
2009년 9월 21일
- 고 김상택 화백 미망인 강혜경, 아들 승철 올림-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각현보살과 고 김상택 거사님 . 고맙습니다.
첫댓글 고 김상택 화백님께서는 '생과 사가 둘이 아니고 잘 사는것이 잘 죽는것' 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삼가 고인 의 명복을 빕니다.()()()..
임종을 맞이하는 자세를 혜거스님께 배운 그대로 실천하려 애썼던 두 분의 모습에 존경을 표합니다.
가신분으로 부터 많은걸 배웁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임종을 맞이하여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신 고인과 아름답게 고인을 보내는 모습을 실천하는 보살님께 존경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