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부산에서 값이 떨어지고 있는 돼지고기를 속여서 팔았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영향으로 값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일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돼지갈비에 다른 부위를 섞어 내고 있다는 겁니다.
모두 물신주의 때문이겠지요.
돈이 된다면 무슨 짓이든 하고 보는 게 사람 욕심이긴 해도 너무 하네요.
'가릿국밥'이란 메뉴를 보셨나요?
'가릿'은 함경도 말로 갈비를 뜻하는데,
갈비와 양지로 육수를 내 선지·양지·두부를 곁들인 함흥식 국밥입니다.'
어느 신문에서 본 구절인데, '가릿'은, '가리'의 잘못이라고 합니다.
가리는, 1980년대에 출판된 국어사전에 '소의 갈비를 식용으로 일컫는 말'
'소 따위의 갈비'를 고기로 일컫는 말'로 나옵니다.
또 '가릿국'은 '소의 가리를 토막쳐 푹 고아서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맑은 장을 친 국.
갈비탕. 갈빗국'이라 풀이돼 있습니다.
30년 전만 해도 갈비와 가리는 같은 뜻으로 쓰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데, 국립국어원이 1999년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가리가 ''갈비'의 잘못'이라고 나옵니다.
'어원에서 멀어진 형태로 굳어져서 널리 쓰이는 것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표준어 규정 제5항을 따른 것이지요.
강남콩, 삭월세를 버리고 강낭콩, 사글세를 표준어로 택한 근거이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가리'를 버리고, 널리 쓰이는 '갈비'를 표준어로 삼은 것입니다.
(왜 둘 다 표준어로 삼으면 안 되는지,
왜 하나는 기어이 비표준어로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규정은 그렇습니다.)
이런 사정에 비춰 보면 가릿국밥은 '가릿+국밥'이 아니라
'가리+ㅅ+국밥'인 걸 알 수 있습니다. '가릿'에 들어 있는 'ㅅ'은 사이시옷이었던 것입니다.
한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아래를 보자구요.
① 김치국밥 돼지국밥 선지국밥 소고기국밥 소머리국밥 순대국밥 황태국밥
② 김칫국밥 돼짓국밥 선짓국밥 소고깃국밥 소머릿국밥 순댓국밥 황탯국밥
이 정도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벌써 눈치채셨을 겁니다.
즉, ②보다 ①이 더 입에 잘 붙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재료명+국밥'일 때는 사이시옷을 적지 않습니다.
2016년 2차 국어규범정비위원회에서 결정된 원칙이기도 하구요.
그러니, '가릿국밥'은 '갈비국밥'이라야 하지만, 백번 양보하더라도 '가리국밥'이 되어야 합니다.
반면, '재료명+국'일 때는 사이시옷을 적어야 합니다.
즉, '김치국 돼지국 선지국 소고기국 순대국 황태국'이 아니라
'김칫국 돼짓국 선짓국 소고깃국 순댓국 황탯국'으로 써야 하는 것입니다.
역시 [김치국/김칟꾹, 돼지국/돼짇꾹…]처럼 소리내 발음해 보면
사이시옷이 있어야 입에 착 달라붙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