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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5일, 전국 방방곡곡에 만세 소리가 가득 찼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광복에 이르기까지, 40년 역사의 발자취를 영화로 따라간다.
1905. 11. 17 을사조약 일본이 강제로 대한 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통감부를 통한 보호 정치를 실시한 조약. 1910. 8. 29 경술국치 일본에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넘기는 한일합병조약을 체결해 국권을 상실하고 일본에 편입된 날. 경술년(1910)에 벌어진 국가적 치욕이라는 뜻에서 '경술국치'라 부른다. 1910 '도마 안중근'(2004) 하얼빈 역의 총성
1909년 동의단지회를 결성하며 손가락을 잘라 구국투쟁을 맹세한 도마 안중근(유오성). 1909년 10월 26일, 도마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 역에서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직후 일본 뤼순 감옥에 수감돼 온갖 고문을 당했고,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결국 고국 땅을 밟지도 못한 채 안중근 의사는 1910년 3월 26일,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투쟁은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항일 투쟁의 도화선이 됐다.
1912년 고종의 외동딸로 태어난 덕혜옹주는 1925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일본 유학을 떠났고, 1931년 일본 백작 다케유키(김재욱)와 정략결혼했다. 그는 광복 후에도 왕실의 혈육을 부담스러워 한 이승만 정부의 입국금지조치로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1962년에야 51세의 나이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198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창덕궁 낙선재에서 여생을 보냈다. 허진호 감독이 망국의 옹주로 태어나 부유할 수밖에 없었던 한 여인의 안타까운 삶을 애잔한 시선으로 보듬는다.
일제의 탄압이 거세지는 중에도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신문물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금녀의 벽을 깨는 신여성들이 등장했다. 비행사를 꿈꾸던 박경원(장진영)도 그 중 하나였다. 그는 1925년 일본 도쿄 가마 비행학교에 입학해 한국 최초의 여성 민간 비행사가 됐다. 1928년 도쿄 요요기 연병장 비행경기대회에서 3등에 올라 ‘2등 비행사’가 된 그는 1933년 일본에서 출발해 고국을 거쳐 만주로 가는 장거리 비행에 도전했다가 시즈오카현 겐가쿠산의 짙은 안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녀와 함께 날던 ‘푸른 제비(靑燕)’와 함께 추락했다.
'대호'는 1925년 지리산 일대를 배경으로, 지리산 호랑이 사냥에 나선 일본 군인들에 맞서 산군 ‘대호’의 명예를 지키려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최민식)의 대결을 그린다. 일제는 ‘조선의 얼을 끊는다’는 명목으로 산을 토벌하고 동물들을 몰살했다. 희생당한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호랑이. 조선인들이 신성하게 여겼던 호랑이를 일제는 해로운 동물로 분류하고 무차별 포획했다. 1921년 경주에서 포획된 호랑이에 대한 기록을 마지막으로 조선에서 호랑이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지령을 받아 친일파 암살 작전을 펼친다. 안옥윤은 실제 독립 운동가였던 남자현과 이화림을 토대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남자현은 ‘여자 안중근’,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린 인물이며, 이화림은 김구가 이끄는 애국단의 활동가였다. 천만 영화 '암살'은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여성 운동가들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조선총독부 1급 서기관 이해명(박해일)은 비밀구락부 댄서 조난실(김혜수)을 만나 한 눈에 반한다. 하지만 난실이 싸준 도시락이 총독부에서 폭발하자, 해명은 그제야 난실이 독립운동을 위해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사라진 난실을 찾아 헤매는 해명에겐 조국보다, 출세보다, 사랑이 더 중하다. 이지민의 소설 '모던보이: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를 정지우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 역사의 무게에 짓눌리고 싶지 않다고 발버둥쳐도, 결국 그 무게를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1930년대 경성의 모던보이, 모던 걸들의 이야기.
열네 살 정민(강하나)과 영희(서미지)는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에게 끌려간다. 공장에 취직시켜준다고 했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많은 또래 소녀들이 일본군의 성노예로 고통 받는 생지옥이었다. 일본은 1932년 군 위안소를 만들고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한 후부터 ‘군위안부’ 제도를 체계적으로 실행했다. 광복 전까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의 여성들이 일본 군인의 성노예로 끌려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아직도 일본은 공식적으로 위안부가 일본군 성노예였음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고 있다. 이 사실을 증언할 할머니는 이제 40명 뿐(7월 14일 기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1940년대 경성은 조선의 전통 문화와 일본, 중국, 유럽에서 받아들인 신문물이 더해진 문화적 코스모폴리스이기도 했다. 1943년을 배경으로 하는 '해어화'는 두 여성 예인이 주인공. 대성권번에서 함께 자란 소율(한효주)와 연희(천우희)는 세상 둘도 없는 동무다. 소율은 전통적인 정가 명인으로 명성을 떨치고, 연희는 당대 최고의 가수 이난영(차지연)의 눈에 띄어 대중가요 가수가 된다. 하지만 소율이 연모하는 가요작곡가 윤우(유연석)가 연희에게 빠져들면서 파국이 시작된다. 정가가 상류층의 고급문화였다면, 가요는 식민지 대중들의 마음을 달래는 위로의 노래였다. 1930년대 중반부터 황금기를 맞은 한국 대중음악계의 태동기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영화.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난 윤동주(강하늘)와 송몽규(박정민). 이들은 문학 공부를 위해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몽규는 일본 유학생을 모아 독립운동을 계획하고, 동주는 시를 쓰며 조국의 아픔을 표현했다. 서로를 질투하면서도 동경하는 두 청년은 항일운동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고, 나란히 후쿠오카 형무소에 복역하다가 고문과 생체실험을 당해 끝내 사망한다. 실제 윤동주는 1945년 2월 16일, 28세의 젊은 나이로 타계했다. 그가 남긴 시들은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묶여 문학적으로 큰 인정을 받았고, 현재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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