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이라 쓰고 우리는 “근”하고 읽는 문자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중 이 “근”이 들어간 순수한 우리말에는 “차근차근, 잘근잘근, 조근조근, 지근지근, 후텁지근, 매작지근, 근들근들, 근들거리다, 두근두근, 얼쩍지근, 녹작지근, 미지근, 새근새근 ...”등이 있습니다.
이들 순우리말들의 공통점으로 “조금, 조그마하게, 조금씩 자꾸”라는 말뜻을 공통으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그마하게, 작게 만드는 것이 “끊다”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위의 순우리말과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어서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음이 “근”인 한자들 주에서 “조금, 조금씩 자꾸, 조그마하다, 끊다”라는 의미를 지닌 한자를 하나씩 찾아보겠습니다. 먼저 도끼근(斤)을 살펴봅니다. 도끼는 물건을 토막내어 작게 만드는 사물이니 근 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다음은 가까울 근(近)입니다. 근처, 근방에 쓰이는 이 가깝다는 말은 거리가 짧아 조금이다, 작다는 의미이니 가까운 것도 근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다.
“근”으로 많이 쓰이는 한자로 뿌리근(根)이 있습니다. 근본, 근원에 쓰이는 이 뿌리는 어떤 것일까요? 뿌리는 식물의 밑동으로 땅속이나 다른 물체에 박혀 수분과 양분을 빨아올리며 줄기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뿌리는 원뿌리와 곁뿌리로 이루어지거나 수염뿌리로 되어 있습니다. 이때 곁뿌리와 수염뿌리는 자잘하면서도 조그마한 뿌리가 많이 뻗어 나가 만들어집니다. 땅속에 박혀 줄기를 지탱하는 원뿌리도 조금씩 자꾸 나누어지지만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는 자잘한 곁뿌리야말로 식물이 살아나가는 근본, 근원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음으로는 부지런할근(勤)을 살펴보겠습니다. 한자에서 보다시피 부지런함이란 힘을 쓰는 것입니다. 부지런히 힘을 쓴다는 것은 한 번에 큰 힘을 내어 일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 일을 해결함에 있어 차근차근히 힘을 지속적으로 조금씩 자꾸 사용해야 하니 근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근면하여야 하며 부지런히 공부하여 학문에 힘쓰는 것도 근학이라 말하면 될 것입니다. 은근하게 끈기 있게 도전을 하여 가다 보면 어느덧 정상에 다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은근과 끈기(근기)도 조금씩 자꾸 무엇인가를 해 나간다는 뜻인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