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엄마 이 영상 봤어? 진짜 웃겨~ 봐봐 봐봐 "
" 엄마, 이 고양이 좀 봐, 너무 귀엽지? 우리도 고양이 키우면 안 돼요? "
'응, 안 돼. 니들 키울 돈도 없어' (마음의 소리)
딸 둘 앞에 앉아 있으면 서로 공유하고 싶은 영상을 연신 틀어댑니다.
" 그런데 너희들은 이런 영상을 어떻게 이렇게 금방 찾아? 다 저장 해 둔 것도 아닐거아냐? "
" 어~ 그냥... 사람들이 검색했을 것 같은 단어를 치면 돼. 엄마 주호민 알지? 주호민?"
" 모르는데... 주호민이 누구야? "
" 그 <신과 함께> 웹툰 작가. 얼마전에 영화로도 나왔잖아?.
그 사람이 대머리거든. 그래서 <빡빡이 리코더>라고만 쳐도 그 사람이 올린 리코더 영상이 나와"
그러면서 그 영상을 보여줍니다.
" 어? 엄마 이 노래 아는데... 야~ 이 노래 진짜 신난다. 엄마도 이거 불 수 있지 않을까? "
"....."
엄마를 말리고 싶은 마음인건지
좀 전까지 영상을 보면서 까르르대던 딸들은
침묵합니다.
애들이 초등학교 때 쓰던 리코더는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고
이 참에 검색을 하다가 나무 리코더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
며칠 후 리코더가 도착했습니다.
예쁩니다.
플라스틱 리코더가 3천원쯤 하니
저는 열배나 비싼 돈을 주고 이 리코더를 샀습니다.
나무재질이다보니 아무리 여러번 불어도 침 냄새가 나지 않고 은은한 나무 향이 나서 더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내가 산 리코더가 바로크식인지 저먼식인지도 모르고~
두 종류가 운지법이 다르다는데 둘 다 운지법을 모르고~
내가 아는 것은 도레미파솔 뿐이고~
이 곡을 연주 하려면 2옥타브 높은도, 파 #, 솔#, 시b 등등 알아야하고~
도도리표가 나오면 어디를 반복하는지 모르고~
높은 음을 내려면 왼손 엄지를 반만 막아야하는데 엄지 손톱을 짧게 잘라내도 높은 음이 안나고~
결정적으로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노래가 신난다는 건 박자가 빠르다는 것.
박자가 빠르다는 건 연주하기 어렵다는 것.
유튜브를 찾으면 수많은 리코더 강의 영상이 나오지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영상을 보면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여서 몇 번을 되돌려봐도 헤드뱅뱅 더 모르겠습니다.
믿을 건 네이년 (?) 뿐!!!
검색이 주특기인 저는, 몇 시간 동안 몇 개의 운지법을 겨우 알아냈습니다.
높은 파#의 경우, 오른손 엄지를 반만 막고, 오른손 중지와 검지를 어쩌구 저쩌구, 왼손 검지는 어쩌구...
이쯤되니 어느 손가락이 검지인지 중지인지 그것마저도 헷갈려지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글로 설명되어 있는 것을 하나하나 집어가며 소리를 찾습니다.
그러면 뭐 하나요?
다음날 되면 홀라당 다 까먹는데?
그래서 결국 저만의 표식으로 그려뒀습니다.
이제 더듬더듬거리면서 연습을 시작합니다.
너도 덥고 나도 더운 이 여름날.
우리집 창문도 열려있고 윗집, 아랫집 창문도 열려있을테니
이렇게 박자도 소리도 엉망인 저급 수준의 리코더 연주를 몇날 며칠 듣게해서 이웃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는 없는 법.
일단 창문과 방문을 모두 닫고, 선풍기를 4단으로 틀고, 한 자리에서 20~30회 정도 반복 연습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머리가 띵해지면서 산소가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에어컨이 있는 마루로 탈출하기 일쑤였습니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이상한 증상이 생깁니다.
오늘 막히는 구간을 집중적으로 연습해서 부드럽게 연주할 수 있게 되면
내일은 어제 잘 됐던 구간이 또 안 됩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또 집중적으로 연습하면 다음날은 멀쩡히 잘 됐던 구간에서 또 새로운 구멍이 생깁니다.
구멍 무한 반복.
포기 욕구 대폭발.
드디어 연습 한 달째.
" 애들아. 현숙이 이모 (40년 절친) 가 엄마가 이 곡 잘 불게되면 영상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어. 촬영 좀 해봐
엄마는 어차피 친구도 없어서 어디가서 연주 할 데도 없다. 푸하하. 외할머니 팔순날이라도 가서 불어야하나 ? "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계속 틀리는 저에게
" 어머님! 아직 촬영할 단계는 아닌것 같습니다. 연습을 더 하고 오세요~"
" 아니야. 아니야. 촬영한다니까 긴장되서 그래~"
몇 차례 더 찍어주던 작은 딸이 약속 있다고 나가면서 셀카 촬영법을 알려줍니다.
촬영을 마치고나니 큰 애가 스윽 다가와 영상을 하나 더 보여줍니다.
" 엄마, 다음 도전곡은 이거예요. 이 노래 알지? Speechless. 영화 알라딘 OST. "
" 아니야, 엄마 일단 트로트 하나 하고, 그 다음에 그걸 하던지 말던지 하겠쓰으~ 어디가서 앵콜 받으면 한곡 더 불 줄 알아야되지 않겠어? 호호호 "
좋은 태도라며 진정한 피리스트(?) 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낄낄거리며 응원해 줍니다.
이 더운 여름.
독학파 피리스트 윤앤현은 리코더와 함께 나름 즐거웠습니다.
친정 엄마 생신이 오기 전에 얼른 한곡 더 연습해야겠습니다. 앵콜을 받을지도 모르니까요 ^.^
청취자의 귀를 교란 시키기 위해
<할아버지의 11개월> 원곡을 틀어두고 촬영했습니다.
여전히 고음은 삑사리이고, 뒷 부분에서는 손가락이 꼬이고 호흡도 딸립니다. 헥헥~~
그런 관계로 일부만 올렸습니다.
첫댓글 응원합니다^-^
연말에 멋진 연주 기대할께요 ~~
우와 대박 ! !
황급히 헤드폰을 찾아 쓰고
집중해 들었다요
훌륭합니다~~
독학파 윤앤현님을 열렬히 응원하며
앵콜 ! 앵콜 !
10월인가에 캠핑장에서 대규모행사 있는거같던데
거기서 들려주시면 좋곘습니다.
와우~~
멋져요!!!
의지도 대단하시고
담에 도보에서 멋진 연주 듣는걸
상상해 봅니다^^
화이팅!
응원합니다~~~
우와~~~
짝짝짝! 칭찬박수 보내드려요^^
간만에 순찰 중에 경쾌한 연주 듣고 기분이 좋아져서 나갑니다..
와~~~♡♡♡
역시 윤앤현님이십니다.
힘껏 응원합니다.
다음 카페 생일에 꼭 들려주세요.
기대하겠습니다.♡♡♡♡
짝짝짝~
참 잘해쓰요~
배움의 열정에 칭찬과 응원 보냅니다~
선선한 가을날
숲속에서의 작은 음악회 기대합니다~^^
윤&현님 파이팅!!
평소에 익숙한것 보단
새로운 스텝을 배우는 댄스
모르는 것에 집념이 이루어 낸
악기 연주...
나이들어가는 우리에게 치매예방
최고의 취미입니다
나만의 한가지 악기 리코더...
무척 잘 어울립니다
책과 음악연주 그리고 운동,
삼박자를 응원합니다^^
내가 하고싶은 일
중도에 포기하는
의지박약이라 무척
부럽습니다
그 열정에 박수를..
언제봐도 예쁜 윤앤현님
응원합니다
멋집니다!!! 도전^^♡
와우~~대단하십니다^^
짝짝짝 박수 보냅니다~~
음악1도 모르는 내겐 너무 멋져요!
도전에 박수치며 응원합니다 ★★★~
팔방미인
응원합니다
리코드 연주 듣는 그날까지
윤앤현님의
글이 올라 왔을때
한줄 한줄 아껴가며 읽다가 ㅋ
나중에 동영상이 나타났을때
와~~~ 드디어 해냈구나
덩달아 신나하며
블루투스 이어폰 찾아 다시듣고
있습니다~
상큼하고 귀여운 선율
윤앤현님과 똑같습니다
다음 앵콜곡은 신나는 트롯으로
부탁드려요~^^
우와~~
멋진걸 윤앤현님!!!~
제 귀에는 넘넘 완벽~ 완벽~~ㅋㅋ
윤앤현님의 그 집념에~
역쒸 젊음은 좋은것이여~~~ㅎ
윤앤현님 덕분에 또 웃어가는 하루~
감사합니다~
담 도보에 꼭 리코더 가지고 오셔서 들려주세요~~^^♡♡♡
오~~예~~~
짝짝짝짝~~~~^^
역시 윤 앤 현 님!!!!♡♡♡
나무리코더라 그런지
소리가 맑고 정감있어요~~♡
- 영원한 팬 그래이거다 -
윤앤현님 대단하십니다~
저 같으면 포기했을듯요~~
역쉬 윤앤현님 ♡
다음 연주가 기다려집니다!!
멋진 윤앤현님
새로운 도전에 박수보내며 응원합니다
이 속도로 연습하면 일취월장
가을잔치 연주회도 손색 없을 듯 하네요
기대기대할께요~~
와 ~~~~ 짝짝짝~
대단해유 ~~^^
멋지게 삶을 사는 그대에게 다시 한번 짝짝짝 ~~
길사랑 총무 귀염둥이 윤앤현님~~
그곡을 시작으로 더 발전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시작이 반이라 연습할수록 가속도가 붙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님들과 교감하는 젊은엄마
부럽습니다~~
화이팅 입니다~~^^♡♡♡
감동적인 연주
연주자가 이쁘니까
소리도 이쁘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열심히 하는모습이 이쁘네요 처음부터 잘하는사람있나요 하다보면 숙달이 되겟지요. 보기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