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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 글은 소설입니다. 따라서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나 기관 혹은 단체명은
이해를 돕기 위해 편의상 사용한 것이며 실제와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2. 본 소설은 팩션입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깁니다.
3. 소설이라는 특성 상 등장하는 연도는 실제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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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5월 청와대 주변
청와대를 급하게 빠져 나오던 이윤진은 출입문에서 제지를 당했다.
“실례지만 어디 가십니까?”
정돈되지 않은 듯한 머리를 보며 이상하게 생각한 경비병이 물었다. 오늘 같은 행사에 초대된 사람이
이런 모습을 한 경우를 본적이 없었다.
“아, 남편이 물건 하나를 갖다 주러 이 앞에 와 있다고 해서요.”
“그럼 다시 들어오시는 겁니까?”
“네.”
“성함이…?”
“정나경인데요.”
경비병은 방문자 명단을 넘겨 이름을 확인했다.
“확인 됐습니다.”
출입문을 나선 정나경은 빠른 걸음으로 이동해서는 대로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갔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작은 승용차 한 대가 시동을 켜고 있는 것이 보였다.
차량 번호 1945. 볼 것도 없이 뒷좌석으로 올라탔고 차는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이윤진이네. 시간도 거의 정확하고.”
운전석에 앉은 박기호가 거울로 뒷좌석의 이윤진을 보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후-CCTV에 걸리는 않았지?”
이윤진이 숨을 고르며 조심스레 물었다.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이미 이 동네 CCTV는 다 조작해 놨어. 그리고 그 옆에 가방 보이지?
거기 있는 옷으로 갈아 입으면 돼. 아, 물론 난 보지 않을게.”
박기호의 어설픈 농담에 이윤진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천천히 옆에 있던 가방을 열었다.
흰색 블라우스, 베이지색 펜슬스커트와 자켓, 검정 하이힐이 들어있었고 고데기와 화장품들이 들어 있었다.
보통 아줌마에서 커리어 우먼으로 완벽 변신하는 것이다.
“여기서 공항까지 1 시간 걸리거든. 그 안에 변신을 끝내야 해. 뭐 너한텐 충분한 시간이겠지만.”
박기호의 주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윤진이 옷을 갈아 입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만지는 사이 차는 공항에 도착했다.
“자, 여기 비행기표. 청도에서는 왕유삼이 도와줄 거야.”
박기호가 비행기 표를 건네며 말했다.
“너는? 안 가?”
“난 아직 할 일이 남아서. 이 차도 처분해야 되고. 가짜 번호판 달은 거거든.”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이윤진은 청와대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커리어 우먼으로
완벽 변신한 모습으로 차에서 내려 공항으로 들어갔다.
아직까지 청와대 소식이 퍼지기 전이라 공항 분위기는 굉장히 평온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출국 심사대를 통과하는 순간만 빼고는 계속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비행기가 청도에 도착했을 때 공항 내의 TV 앞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TV뉴스에서 서울의 이상한 움직임을 집중 보도하면서 청와대에 무슨 중요한 일이 생겼음을 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공식적인 영부인 암살 소식은 발표되지 않았던 것이다.
약속한 장소에서 이윤진은 왕유삼을 만났다.
“여기.”
왕유삼은 검정색 작은 손가방을 건넸다.
이윤진은 내용물을 확인했다.
자신의 사진이 붙은 미국 여권과 미국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적힌 메모였다.
“재미있네. 지금부터는 미국 국민이라니. 그것도 아만다 린이라…”
가방을 닫으며 이윤진이 말했다.
“언제쯤이면 온전한 나로 살 수 있을까? 이윤진이란 이름이 적인 여권을 들고 말이야.”
“글쎄, 그건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 않을까? 그게 우리의 숙명이니까. 우리가 택한 운명이니까.”
말을 마치고 왕유삼은 큰 가방을 내밀었다.
“이건 변장에 필요한 것들. 지금 바로 사용하는 게 좋을 거야.”
이윤진은 가방을 열어 보았다. 역시나 옷가지와 화장도구, 그리고 가발이 들어 있었다.
“마무리하고 나면 가방은 화장실 안에 그냥 두면 돼. 다른 사람이 와서 가져갈 테니까.”
“쉽지 않네.”
가방을 닫으며 이윤진이 한마디 던졌다.
“그러게 말이야. 비행기는 1시간 후 출발이야. 몸조심 하고.”
“고마워. 그나저나 중국은 좀 어떨 것 같애?”
“예측하기 어려워. 공식적인 거야 다른 나라들 하는 것과 마찬가지겠지만 그 뒤에선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할 수 없어.
북한을 예의주시 하겠지만.”
“알았어. 기회가 되면 또 보자고.”
“그래. 총통님께 안부 전해 드리고.”
뒤돌아서는 윤진을 보며 왕유삼은 자신의 증조모도 저런 뒷모습을 가졌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증조모 권기옥은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였다.
학생시절 교사의 권유로 비밀 결사대인 송죽회에 가입해 독립 운동에 투신했다고 한다.
평양청년회 여전도단을 조직해 비밀 공작을 펼치다가 발각되자 상하이로 망명해 임시정부에서 활동했는데
1923년 임시정부의 추천을 받아 운남 육군 항공학교에 제1기생으로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비행사로서의 삶을
시작했으며 하늘에서 일본과 맞서 싸우겠다는 굳은 각오로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그녀는
졸업 후 풍옥상 휘하 공군에서 한국 최초의 여류비행사로 복무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손녀이자 왕유삼의 어머니는 중국 남자와 결혼해서 네 명의 자식을 두었으며 그 중 셋째가 왕유삼이었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던 왕유삼은 미국 유학시절 그를 만나고
자신의 인생관이 송두리째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됐다.
사실 중국에서 중국 아버지와 중국어를 쓰며 자랐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중국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증조모의 얘기와 한국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실상에 대해 알고 난 뒤에는
어머니의 나라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힘썼던 분들의 후손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중국 역시도 일본에 의해 마루타 실험 같은 너무나 잔인한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을 배웠고 분노했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그를 따르기로 하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왕유삼은 시선을 돌려 TV를 보았다.
여전히 그 앞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청와대를 빠져 나온 윤진이 골목으로 사라졌을 때 같은 골목에서
윤진과 똑 같은 옷차림을 한 여자가 나와서는 큰 길에서 택시를 잡았다.
“서울역이요.”
택시가 서울역에 서자 여자는 빠른 동작으로 지하철역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는 여자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세면대 위의 가방을 들고 칸 안으로 사라졌다.
여자는 가방 안의 옷과 신발들을 꺼내 갈아 입고 머리는 말총머리로 질끈 묶었다.
그리고는 화장실을 나와 밖으로 나가 택시를 타고는 고속터미널로 가서
다시 지하철로 동서울 터미널로 이동 후 강릉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는 잠적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고향 집에서 엄마와 조용히 지내고 있으면 자신의 할 일은 끝난 것이다.
서동진은 외부의 어린이 날 행사에 참여 했다가 조성렬의 연락을 받았다.
“그래? 알겠네. 수고했네.”
전화를 끊고는 비서에게 얘기해 행사 주최자에게 양해를 구하도록 하고 급히 차로 이동하면서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어떻게 됐습니까?”
여자의 목소리였다.
“계획대로 됐습니다.”
음-수화기 너머로 짧은 감탄사만 들렸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그럼 이만.”
통화를 마친 그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기사에게 얘기했다.
“청와대로. 가장 빠르게.”
# 2014년 6월. 동경.
“다카하네상, 도대체 제대로 되는 게 뭡니까?”
콘래드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다카하네에게 큰 소리를 치고 있었다.
“독도를 갖고 이명박을 움직이면 모든 게 가능할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게 뭡니까?
중국이 움직이기는커녕 이명박이 암살당하지 않았습니까?”
계속되는 콘래드의 질책성 호통에 다카하네는 따로 대꾸를 하지 않았다.
내가 세운 계획에 덮어 놓고 좋다고, 추진하자고 한 사람은 너라고, 이 흰 돼지야.
콘래드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며칠 전 죽음의 문턱 앞까지 다녀 온 그로서는 담배라도 펴야 좀 진정이 될 듯 해서였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습니까?
백발의 레오 로스차일드는 평소의 느리고 평온한 말투로 물었다.
그의 질문에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의 눈은 콘래드 블랙에게 쏠렸다.
“저, 그게…지금 다양한 변수를 생각해서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건이라…”
콘래드는 손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식은 땀을 닦아가며 겨우 대답을 했다.
“지금까지 쓴 돈이 얼마인지는 알지요?”
레오 로스차일드가 변함없는 말투로 물었다.
어떻게 들어보면 꼭 기계로 목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일정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실패하면 어떻게 하겠다고 얘기한 것도 기억하겠지요?”
콘래드는 가슴에 서늘한 바람이 들어왔다 나가는 것을 느꼈다.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다음 계획을 세우지도 못했다…”
레오 로스차일드는 엄지손가락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블랙 씨. 911 이후 우리가 왜 아프간을 침공했는지 알고 있습니까?”
뜬금없는 질문에 콘래드는 당황하며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저 레오 로스차일드의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수 많은 아랍 국가 중에 우리가 왜 아프간을 차지하기 위해 911을 일으켰는지 아느냐고 묻는 겁니다.”
“저, 그게…잘…”
내용을 모르는 콘래드는 말을 얼버무렸다. 모른다고 아무 대답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콘래드의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매부리코 남자는 생각했다.
‘쯧쯧. 저렇게 정보와 내부 상황에 둔감하면서 어떻게 홀린저 그룹의 총수까지 올라갔을까?”
“바로 중국 때문입니다.”
레오 로스차일드는 말을 이었다.
“중국이 이란으로부터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석유를 공급받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프간은 중국과 이란 사이에 있지요.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을 쥐고 있으면 중국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아프가니스탄에 미군을 배치해 놓은 것이고요.”
여기까지 얘기한 레오는 잠시 말을 쉬더니 콘래드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왜 이라크를 있지도 않은 핵 시설이 있다고까지 하면서 공격해서 차지했는지 알고 있습니까?”
“그건…아무래도 석유 확보를 위해…”
콘래드는 자신 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왜 사우디 아라비아나 이란이나 쿠웨이트 같은 다른 산유국이 아니라 이라크였을까요?”
레오의 이어지는 질문에 콘래드는 답을 하지 못하고 연신 손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낼 뿐이었다.
“이란 때문입니다. 이라크와 아프간 사이에 있는 이란을 우리 말에 따를 수 밖에 없도록 고립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럼 이란은 자연히 우리를 따를 수 밖에 없으니까요.
한국에, 일본에, 대만에, 필리핀에 아직도 꽤 많은 미군이 있는 이유도,
최근 인도를 지원해 인도군이 주변국으로 배치되고 있는 것도 중국 때문입니다.
중국이 움직이기만 하면 바로 우리 손에 넣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란 얘기지요.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소수민족 독립운동이 일어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언제나 적당한 선을 넘지 않았어요.
그런 중국을 움직이겠다고 자신있게 얘기하더니,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레오의 느리지만 긴 설명 끝에 이어진 또 다른 질문에 콘래드는 어찌할 줄 몰랐다.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요?”
“알고 있습니다.”
콘래드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겠습니다.”
콘래드는 담배를 비벼 끄며 다시 물었다.
“다른 계획은 없냐고 물었습니다.”
그의 계속되는 강한 호통조의 말투에 짜증이 난 다카하네는 그냥 여기서 관계를 끝낼까 생각하다가
그 동안 그의 돈을 너무나 많이 빌렸기 때문에 그랬다가는 곱게 죽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센카구 열도를 활용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한국의 독도처럼 일본과 중국이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곳으로
중국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이다.
“이번에도 섬인가요? 그 섬으로는 가능하겠습니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타카하네의 구상은 일본 해상경비병의 보호 아래 일본 어선이 그 곳에서 조업을 하는 것인데
한 번 조업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자극될 때까지 반복해서 계속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 곳에서 조업을 하는 중국과 대만 어부들을 나포하거나 그 근처에서 쫓아내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분명히 막강한 해군을 그 곳에 배치할 것이다.
그 때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이 일본을 도와주면 무언가 일이 터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던 콘래드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추진 하시오. 이번엔 절대 실패가 있어서는 안 되오.”
“알겠습니다.”
다카하네는 결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왕유삼에 의해 이들의 계획은 좌절됐다.
만약 중국이 움직여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 중국에 개입하게 된다면 한반도는 위험하다는 것이
왕유삼과 신현국의 공통적인 의견이었기 때문에 왕유삼은 오방국을 통해 후진타오를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만약 일본의 시나리오대로 된다면 한 반도는 위로는 미국, 아래로는 일본에 둘러 싸이게 된다.
북한이 침착하게 남한과 협조해서 행동하면 좋겠지만 만의 하나
미친척하고 미사일이라도 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한다면 일본의 자신들의 국가방위를 핑계로 움직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한국은 또 다시 일본의 지배하에 놓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소한 일본과 전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쯤 되면 미국과 일본은 이미 서로의 득실에 대한 얘기가 끝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설사 북한이 남한과의 협조를 공고히 한다 해도 일본이 독도를 차지하기 위해 군대를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고 그렇게 되면 뉴라이트를 위시한 한국의 권력을 차지한 민족 반역 세력들은 국가를 위한다는 것을 핑계로
독도를 그냥 일본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았다.
과거 서쪽과 남쪽을 통해 조선 침략의 깃발을 올렸다면 이번엔 동쪽부터 침략의 깃발을 들어 올리게 되는 것이다.
중국을 차지한 미국에게 북한은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일본이 하는대로 그냥 놔둘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일본은 가만히 앉아서 독도와 센카쿠열도를 차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과거처럼 대한민국까지 좌지우지할 가능성도 높다.
“아홉 개를 가진 자가 하나를 더 가지려 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홉 개를 가진 만큼 아량을 베푸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슨 뜻인가?”
왕유삼의 얘기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 오방국이 되물었다.
정말 혈연이 아니면 이 자리에 절대로 앉을 수 없는 두뇌를 가진 한심한 인물이군.
“지금 일본은 의도적으로 우리를 도발하고 있는 겁니다.
저들 뒤에는 분명히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있다는 뜻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래서?”
“그냥 놔두시라는 겁니다. 무시하는 거지요. 저러다 제풀에 지칠 겁니다.
대만에도 연락하셔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렇긴 한데 말이야…”
오방국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무언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가만히 놔두면 우리가 일본한테 호구 잡히는 거 아니겠어? 전 세계에서 그렇게 볼 수도 있을 텐데.
덩치만 컸지 댜오위다오에서 일본이 마음대로 놀 게 놔둘 수 밖에 없는 힘없는 중국으로 생각할 텐데.”
“잠깐입니다. 어차피 본질적인 힘은 우리가 월등하니까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본질과 그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실리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주석께서 동의하실까?”
오방국은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 불만족스러우시면 다른 방향으로 제재를 가하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공식적인 성명을 통해 중국국민들의 일본 관광을 불허하거나
일본에게 꼭 필요한 지하자원 수출을 금지시키는 내용으로요.
지금 일본의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을 겁니다.”
“알겠네.”
이후 중국은 왕유삼의 계획대로 움직였고 결국 콘래드와 다카하네는 또 한 번 실패를 맛보았다.
Leg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