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는 모습 그대로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줄 아는 솔직함과
아는 것을 애써 안척하지 않고도
자신의 지식을 나눌 줄 아는 겸손함과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돋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있는 모습 그대로 아름답게 비치는
거울이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남에게 있는 소중한 것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선한 눈을 가지고.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화를 내거나 과장해 보이지 않는
온유함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특함으로 자신의 유익을 헤아려
손해보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마음보다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남의 행복을 기뻐할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삶의 지혜가 무엇인지 바로 알고
잔꾀를 부리지 않으며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깊은 배려가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잠깐동안의 억울함과 쓰라림을
묵묵히 견뎌내는 인내심을 가지고
진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꾸며진 미소와 외모보다는
진실된 마음과 생각으로
자신을 정갈하게 다듬을 줄 아는 지혜를 쌓으며
가진 것이 적어도
나눠주는 기쁨을 맛보며
행복해 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지인이 보내준 톡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xLaVpv9y5y8&list=RDQMzh7-J2fZKvY&start_radio=1
싹 씻겨
너무 맑다 하늘이
찬바람 불어도
기분 좋은건
봄인가 보다
산책 나서려니 집사람이 지붕에 고드름 얼었다며 해뜨면 나가란다
맑은 하늘가
번져가는 불그레한 빛깔
너무 아름다워 안되겠다며 산책 나섰다
싸늘하지만 옷을 껴입어 춥지 않다
이런 날은 오히려 힘차게 걸어보아야지
난 걸으면서 주변의 변화를 보는게 기쁘다
겟버들은 진즉 움텄고 길가 이름모를 새싹들도 쑥 자라 올랐다
봄에 나는 새싹은 뭐든 먹어도 독성이 없단다
어린 것들은 자체로 순수함을 지니고 있는지 모르겠다
쑥 냉이 달래 민들레 범범부리 쑥부쟁이
지천에 널렸다
봄엔 도다리 쑥국이 제 맛이라 하던가?
쑥 캐다 도다린 없어도 광어 있으니 국 끓여 먹어 볼까?
청둥오리 두 무리가 조양천에 놀고 있다
새로운 무리가 날아온 것같다
그래 잘 쉬었다 떠나렴
천변 산수유는 활짝 웃었다
바람 부니 노란 물결이 춤추는 듯
니네들도 봄을 마음껏 즐기렴
집에 오니 뻥이가 풀어졌다
어떻게 고리를 풀까?
몸부림치다 보니 풀렸을까?
난 이해 불가
뻥이를 다시 묶었다
이번엔 고리로 묶지 않고 아예 매듭을 지어 놓았다
이럼 풀 수 없으리라
아침 한술
일찍 식사하고 몇가지 일을 하잔다
올라오는 길의 능수화가 쓰러져 있다
그걸 바르게 세우고 풀이 많은 곳엔 제초제도 해야겠다
집사람이 서울 아짐에게 전화
쓰러진 나무를 세우려면 큰 쇠막대가 필요
아짐밭에 있는 쇠봉을 줄 수 없냐고
아짐이 그건 도저히 빼낼 수 없다며 집에 있는 걸 주겠다며 가지러 오라했단다
동물들 먼저 챙겨주고 가지러 가자고
닭장에 내려가 모이주는데 기러기 숫자가 이상
알 낳으러 들어갔나 하고 살펴보니 개장 입구에 기러기 한 마리가 죽어 있다
웬일?
알품고 있는 자리를 보니 그곳 기러기도 보이지 않는다
저런
알을 만져 보니 식어 버렸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 기러긴 보이지 않는다
죽은 기러길 저세히 살펴보니 목이 물려 죽었다
간밤에 산짐승이 들어 온 것같다
이런이라니
덫을 놔 산짐승을 잡아 버린 뒤엔 산짐승 피해가 없었는데 다른 녀석이 이곳을 찾아 온 것같다
그런데 어떻게 들어 왔을까?
쥐구멍 밖에 없는데 그곳으로 들어 올 수 있는 건 족제비
죽제비가 들어 왔다면 거의 다 죽여 버리는데...
또 족제비는 무거운 기러기를 물고 나갈 수가 없다
최소한 오소리나 너구리일 듯
그럼 덩치가 좀 있는데 어디로 들어와 기러길 물고 나갔을까?
이해할 수가 없다
집사람이 전화
어디 있냐고
닭장에 있는데 알 품던 기러기가 없어졌다고
집사람이 닭장으로 내려왔다
영웅이도 따라 왔다
같이 여기저기 들어 올 만한 구멍을 찾아 보는데 갑자기 영웅이가 죽는 소릴
가서 보니 산짐승 잡으려고 닭장 옆에 놓아 둔 덫에 발이 걸려 발버둥
이거참
이 덫에 걸리면 잘못하면 발이 부러지는데...
집사람을 불러 몸부림치는 영웅일 꽉 잡으라 하고 덫을 벌리려는데 너무 힘들다
몇 번 실패하다 겨우 덫을 벌려 영웅이 다리를 빼냈다
빼내서 집사람이 그 자릴 주무르니 가만있다
아이구 다행
뼈가 부러지지 않은 것 같다
산짐승 잡으려다 괜한 영웅일 잡을 뻔 했다
품고 있던 알을 모두 빼내 왔다
무려 18개
10여일 있으면 태어날 것인데 올 봄에 기러기 부화는 산짐승 때문에 실패한 것같다
지금 품고 있는 기러기 두 마리는 4개 1개
그걸 잘 부화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집사람과 서울아짐 집에 가니 긴 쇠봉 두 개를 주신다
나 혼자선 들 수가 없어 집사람과 같이 들고와 쓰러진 나무 곁에 놔 두었다
나무를 세우기 전 죽은 기러길 손질
기러기는 뜨거운 물에 데쳐도 털이 잘 빠지질 않는다
강진처형이 기러길 샴푸로 씻은 뒤 데치면 털이 잘 빠진다고 예전에 한 말이 생각난다
따뜻한 물에 샴풀 풀어 기러기를 한번 씻었다
털에 묻은 기름기가 씻겨 가는 것같다
기러기를 끓인 물에 담갔다가 털을 뽑아 보니 뽑힌다
털을 뽑아 기러기를 손질했다
한시간 가까이 걸린다
집에서 손질하는게 쉽지가 않다
손질해 보니 목뼈가 부러져서 죽었다
기러기 목뼈를 으스러뜨릴 정도면 오소리나 너구리 일 것같다
황칠 가시오가피 헛개 옷나무 등을 넣어 압력솥에 고았다
이 고은 물로 기러기 백숙이나 만들어 먹어야겠다
힘들어 막걸리 한잔
웅이 녀석 다리를 절지만 괜찮은지 내 옆에 앉아 한점 달란다
옛다 너 오늘 죽을 뻔했다 한점 먹으렴
쓰러진 나무를 감고 있는 능수화를 먼저 다듬으려고 전정가위 낫 톱을 가지고 아래로
고목에 능수화를 올렸는데 오래 되다보니 능수화 가지가 많이 뻗어 고목이 지탱을 못하고 쓰러졌다
능수화를 어느 정도 정리한 뒤 바르게 세워야겠다
능수화 가지를 정리하고 고목을 세우려는데 너무 무거워 우리 둘만의 힘으론 안되겠다
노열동생에게 전화하니 받질 않는다
노열동생과 같이 하면 좋겠는데...
우리 힘으론 할 수 없어 다음에 하자고
집사람과 닭장엘 다시 한번
들고 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들어가는 문 철망에 구멍이 뚫려 있다
어허
이곳으로 들어왔다 나간 것같다
바로 앞에 새장이 있는데 그 밑을 보니 알 품고 있던 기러기가 죽어 있다
이 녀석이 기러기를 물어 와 이곳에서 뜯어 먹은 것같다
기러기를 반쯤 뜯어 먹었다
예전에 닭장을 습격해 기러기를 죽인 것과 비슷하다
저번 산짐승이 없어지니 새로 한 마리가 온 것 같다
이 녀석을 잡아 버려야 오지 않을 건데...
당분간은 뻥이를 닭장 안에 넣어두어야겠다
그리고 덫은 입구에 설치하고
난 왜 이리도 가축 관리를 못하는 걸까?
집사람과 뚫어진 그물망을 케이블 정리선으로 엮어 산짐승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뻥이를 데려다 놓거나 덫을 설치해도 또 찾아 올지 모르겠다
내가 더 조심하는 수밖에
어느새 12시
집사람과 막걸리 한잔으로 점심을 때웠다
집사람이 모과나무 밑에 쌓아 놓은 나무를 치우자고
너무 보기 싫단다
그래 모과나무가 마당가에 있는데 그 밑에다 나뭇가지를 쌓아 놓았으니 보기 싫다
나뭇가지를 부엌으로 가져다 때자는데 별로 불 땔 일 없고 자잘한 나무라 산에 버리자고
산에 놔두면 썩는다고
그럼 거름도 되고
모과나무 밑에 쌓인 나뭇가지를 모두 옆 산으로 옮겼다
집사람이 주변을 정리하니 깨끗하게 보인다
낮잠 한숨
막걸리 한잔 마신게 꽤 취한다
집사람이 황룡으로 파크볼이나 치러 가자는 것을 취하니까 별 생각 없다
한숨 자고 나니 세시가 넘었다
곤 약물에 기러기를 넣고 녹두 울금 대추 밤 구기자 인삼을 넣어 삶았다
기러기는 탕을 끓이거나 백숙을 해먹어도 괜찮다
꺼내 온 기러기 알도 삶았다
이건 뻥이와 웅이에게 주어야겠다
삶은 알을 깨 보니 거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참 아깝다
뻥이와 영웅이에게 주니 맛있게 잘 먹는다
영웅이가 덫에 걸린 발을 절룩거렸는데 이젠 발을 잘 딛는다
별 이상없이 나은 것같다
다행이다
기러기가 맛있게 익었다
막걸리 한잔 더 하고 싶어 사거리 나가 막걸리를 사왔다
집사람은 서울 아짐을 올라오시라고
셋이서 기러기 백숙으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서울아짐은 처음 먹어보는데 맛이 좋단다
기름기가 별로 없어 담백한 맛이 난다
죽까지 맛있게 잘 먹었다
서울 아짐이 죽이 맛있다하니 내일 아침에 드시라고 한그릇 담아준다
서로 나누어 먹으면 좋지
오늘 밤에도 산짐승이 내려올 것 같다
뻥이를 닭장에 데려다 놓고 입구에 덫을 놔 두었다
녀석 제발 걸렸으면 좋겠다
그래야 죽은 기러기 복수를 하지
한 일 없었는데 잠이 온다
일찍 자는게 남는거겠지
노적봉위가 불그레
여명이 밝아 온다
님이여!
있는 그대로 감사하며
오늘도 평화와 행복이 님과 함께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