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이 지적하신 '아끼고 지키는 국민성'에 관한 부분에 대해 떠오르는 말이 있어 몇자쓰려고 했는데 또 길어져서 댓글대신 답글로 남깁니다.
글에 사용한 사진들은 뉴질랜드인데요, 사실 그 나라 사람들, 또는 서구 선진국이라 불리는 캐나다, 미국, 호주 등지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특별히 선진적인 국민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연과 공공기물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관리감독과 사회 시스템이지요.
우리나라도 변화하고 있고, 많은 점에서 선진화 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우리나라 고속도로 공중화장실을 보세요. 예쁘게 단장하고 관리하고 캠페인을 벌이니 예전의 더럽고 냄새나던 화장실은 거의 사라졌죠.
뉴질랜드와 영국, 캐나다 등지에서 온 제 친구들이 우리 동네를 산책하며 가장 감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공원 곳곳에 만들어놓은 운동기구들입니다. 자기네 나라 같았으면 젊은 아이들의 Tagging (스프레이등으로 길거리 벽, 간판, 공공기물등에 낙서하는 짓)이나 이유없이 공공기물을 부수는 짓 등으로 일주일도 안되서 다 망가졌을 거라며 놀라워합니다.
국민성이 타고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공재화나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의식수준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진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정부나 공공단체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효율적인 관리감독과 시스템을 고안해 내는 것이 정치인,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한가지 좋은 시스템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뉴질랜드와 호주의 일부 시는 지역별로 일년에 한번씩 큰 쓰레기 버리는 주간이 있습니다. 버리기 힘든 가구나 가전제품, 폐자재, 고물 등 쓰레기 봉지에 담기지 않는 큰 물건을 집앞에 그냥 내 놓는 겁니다. 그러면, 필요한 사람들이 와서 물건을 줏어가기도 하고 마지막 날에는 쓰레기 차가 와서 치워갑니다. 줏어간 물건은 분류해서 최대한 재활용을 한 후 나머지를 폐기처분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책상하나 버리는데 만원짜리 스티커를 사야하는 일은 없죠. 쓰레기 주간을 기다릴 수 없는 사람들은 물론 돈을 내고 물건을 처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다렸다가 안 쓰는 큰 쓰레기를 처리합니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 본 얘기인 것 같은데.....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 학생들이 보도를 이용하지 않고 아름답게 조경을 해 놓은 장미정원을 가로질러다녀서 문제가 됐답니다. 경고문을 붙여놓았지만 그 길이 빠르기 때문에 급한 학생들은 또 다시 장미를 밟고 뛰어가곤 했죠. 새로 부임한 학장이 이 문제를 보고받고 한 마디 했답니다. "그럼 장미를 옮겨심고, 그 곳에 길을 만드세요."
정부의 역할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 읽어내고 죄를 짓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국민성이 후져서 안돼! 가 아니라, 국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스템과 캠페인을 연구해야 하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쓰레기가 쌓여있는 곳에 쓰레기를 버립니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기 민망하도록, 깨끗하게 도시 미관을 단장하고 청소부를 더 많이 배치하고 더 많은 잔디와 꽃을 심으면 상황은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양심이 없는 사람들도 예쁘게 조경이 된 곳엔 쓰레기를 버리지 않습니다. 보통 널부러진 것들이 많은 공터에 쓰레기가 쌓이죠.
주차문제도 그렇습니다. 단속을 위한 단속을 하기보다.... 주차할 공간을 확보해서 그 쪽으로 유도를 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대안없이 단속만 하면 그 차들은 다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성동구인가 은평구 인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 구에서 주택단지 빈 공터를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사업이 아주 성공적이라고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빈 땅을 1년 이상 무상임대하는 조건으로 구에서 투자해 땅을 다지고 주차장으로 꾸민 뒤, 그 투자금은 아주 저렴한 주차비로 충당하는 시스템이죠. 신도시는 서울과 상황이 많이 다르니 이 곳 실정에 많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죠. 핵심은, 사람들이 죄를 저지르게하는 원인을 찾아 그 대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고, 관리감독에도 충분한 예산을 투여해야 한다는 겁니다.
공무원들이 욕을 먹는 이유는, 세금이든 수익금이든 ....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써야 할 돈을 너무나도 엉뚱하게 사용해댄다는 것입니다. 사람냄새도, 문화의 향기도 느껴지지 않는 삐까번쩍한 건물을 지어대고, 보도블록을 뜯었다 붙였다하고, 은하레인인가 뭔가를 800억 들여서 지었다가 다시 철거할 400억의 재원이 없어 방치해 놓고..... 그러면서, 정작 필요한 곳에 재정투입을 요구하면 예산이 없다는 말만 해댑니다.
하늘문화센터를 보면서, 송도의 국제 어린이 도서관이 떠올랐습니다. 전에 한번 다녀온 후기를 썼었는데..... 건물이 너무 커서 책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던 그 도서관이요. 저는 송도 국제 어린이 도서관보다 영종도서관이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규모도 딱 알차고 적당하며 아기자기한 이벤트도 많이 하고.... 동네 주민들이 책을 가까이 하도록 하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지요.
제가 뭔가 끄적이는 걸 좋아하고, 그래서 하늘문화센터에 다녀온 소감을 넋두리겸 개탄 겸 그냥 가볍게 쓴 것인데 어쩌다 보니 무슨 논쟁처럼 되었네요. 있는 것을 잘 활용하고, 적은 투자로 고 효율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을 연구하고, 시민들이 범법자가 되지 않도록 공공재화를 관리하는데 공을 들이고 예산을 활용했으면 좋겠다!!! 라는 것이 제 글의 취지였습니다.
또한, 화려한 유리와 대리석으로 꾸며진 건물보다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도시가 필요하다는 제 개인적인 소견은 그저 개인적인 소견으로 읽어주시고, 공금 사용의 과정과 그 정당성에 대해서 묻는 것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하니 하늘문화센터의 예산 구성과 집행을 어디에서 하는 것인지 아는 분은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총선 투표할 때 참고하게요.
- 리즈 -
첫댓글 리즈님의 말씀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논쟁(?) 사실 큰 논쟁도 아니지만, 얼마든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람들마다 생각과 보는 시각이 다를수 있으니까요. 필요하면 만나서라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발전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제도적, 시스템적으로 목적과 방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건 맞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영마루공원에 담배꽁초들 많이 버리니 시민이 범법자가 되지 않도록 쓰레기통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다른 이야기 입니다만, 뉴질랜드에서 따라오는 뒷사람을 위해 출입문을 잡아주면, 뒷분들은 땡규라고 반드시 말하죠? 우리는 어떻습니까? 쌩까고 가는사람,
줄줄이 들어오며 쳐다도 안보는 마치 문열어주는 알바생 취급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습니다. 스스로 겸면쩍어 괜히 잡아줬어하는 생각이 들죠. 물론 고마움을 표시해 주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것들은 국민성이라기 보다는 그냥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타인에 대한 예절 또는 기본적인 생활태도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아마 점차 나아지리라 생각하구요. 그리고 문화센터 제가 볼때는 이제생긴지 한달밖에 안되었으므로 우리가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신도시에 잔디를 덮는 것 보다 더 값어치 있도록요. 이도 우리할 따름일 겁니다. 구청이나 시청만 탓하고 있는 것 보다는요.
우리할 따름에 포함되는 우리 시민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공공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 참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지역의 대리자격인 국회의원과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진정으로 우리를 대변하고, 꼼꼼히 제대로 살림을 하는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참견하고 의견을 개진해야 그들이 시민을 홀대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리즈님의 댓글에 동의합니다. 공공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 우리의 역할 맞습니다. 우리를 홀대하지 않게 지속적으로 우리의 의견을 제시합시다. 그리고 이번에 국회의원, 살림살이 공무원 제대로 뽑읍시다. 그리고 하나더 제의하는건 리즈님이 제안한 헌가구 교환의 마당, 우리가 조직해서 함 해봅시다. 그라고 우리 신도시 내 조경 다른 곳과 다르게 함 꾸며 봅시다. 저도 잔디로 덮어 멋진 마을이 되기 바랍니다. 그럴려면 이제부터 어떻하면 좋을까요? 저도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매우 동감입니다...제 자신 늘 고민하는 부분이고,,,확신이 서지 않는 부분인데.....과연 인간성의 문제인가 아니면 (사회)시스템의 문제인가 늘 고민이 됩니다.
언젠가 밤 12시 다되어서,,,시내에서 들어오는데,,,,영종 들어와서,,,적색 신호등에 서 있는데,,,,뒷차가 빵빵 거리다가는,,,,제 왼쪽(중앙선)넘어서 제 옆에 서더니...욕을 하고 갑디다....순간 "내가 욕 먹을 일 한건가?"..... ㅠ.ㅠ
정말 우리동네 주차 문제는 지역 주민 보다 타 지 차 들이 더 많은것 같지 않아요?
차라리 많은 주차 구역을 만들어 놓고 주민은 아주 저렴하게 그외 타지 차 는 제대로 주차비를 받음 안될까 싶던데...
너무나 많은 차들이 세워놓고 해외도 가고 오고 ... 이상한 차들이 많은 영종도 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