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고 여행자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국 웬만한 곳에서는 00축제라고 해서 외지 사람들을 불러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취업 철이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지요.
마지막 학기를 보내며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의 문을 두드리는 계절이거든요.
취업을 위한 첫 준비가 바로 이력서를 쓰는 것입니다.
‘이력’은 자기가 겪어 지내온 학업과 경력의 발자취이고,
‘이력서’는 이 이력을 적은 서류를 가리킵니다.
추임 35일만에 자진사퇴한 법무장관께서 서울대에 복직신청서를 내면서
그 짧은 장관이력을 적어넣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자말 ‘이력’ 말고
순 우리말 가운데도 ‘이력’이 있습니다.
순 우리말 ‘이력’은 “많이 겪어 보아서 얻게 된 슬기”를 뜻합니다.
가령, “이젠 이 장사에도 웬만큼 이력이 생겼다.”와 같이
어떤 일에 ‘이력이 나다’, ‘이력이 붙다’처럼 사용하는 말입니다.
이럴 때 쓰는 ‘이력’과 한자말 ‘이력’은 전혀 다른 말이니 잘 구별해야 합니다.
한글학회는 한자말 ‘이력’을 순 우리말로 바꾸어 ‘해적이’라 쓰고 있습니다.
자기가 지내 온 일들을 햇수 차례대로 적은 것이어서 ‘해적이’인 것입니다.
한자말과 순 우리말의 소리가 똑같아서 어느 한쪽이 잘 쓰이지 않게 된 사례가 더러 있습니다.
이때에는 주로 순 우리말 쪽이 한자말에 가려 버립니다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줄여서 ‘노총’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생긴 지 한 세기가 되지 않았는데도 ‘노총’ 하면 누구나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몇 백 년 이상 써 온 순 우리말 가운데도 ‘노총’이 있습니다.
순 우리말 ‘노총’은 “일정한 기일 동안을 남에게 알리지 않아야 될 일”을 뜻합니다.
가령, “그 일은 노총이라, 일이 완성될 때까지 비밀이다.”처럼 쓰는 말이랍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패스트트랙으로 제출된 여러 입법 처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나 봅니다.
사법개혁법안이 먼저냐, 선거법제가 먼저냐를 두고 여러 정당의 선택이 엇갈려서 그렇답니다.
정치란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는 데 이력이 난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하는 과장인데...
그저 사익추구에만 이골이 난듯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