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두었던 빵에 푸른 꽃이 피었다.
딸이 사흘 전엔가 구웠던 빵인데 서로 양보한답시고 두었다가 오늘 먹어치워야지 했는데 완전 꽃밭이다.
집에서 구운 것이니 물론 방부제는 안들어갔고 더구나 수분이 많은 종류이니 쉽게 상할 수는 있겠으나 순식간에 이리 되다니...
빵이 아깝기는 하지만 기분은 오히려 좋았다.
그만큼 좋은 먹거리였다는 의미이니까...
냉장고를 정리하면서 제법 된 것 같은 먹거리가 여전히 쌩쌩해 보이면 의심이 생긴다.
무엇이 들었길래 도통 상할 생각을 안한단 말인가?
그러길래 가끔씩 곰팡이가 피어있는 먹거리를 보면 오히려 반갑다.
아, 너는 상할 여지가 있었구나.
예상못한 곳에서 툭 튀어나오는 곰팡이는 결코 반갑지 않지만 모든 곰팡이가 싫은 건 아니다.
이 짝 동네서 살면서 가장 아쉬운 먹거리가 버섯이다.
모양은 다르지만 곰팡이의 일종이라는 버섯이 한국 슈퍼에는 지천이더구만...
버섯만 있으면 반찬 걱정을 안할 것 같다.
볶아먹고, 무쳐먹고, 부쳐먹고, 끓여먹고, 생으로 혹은 익혀서...
한국에서 고깃집에 가면 고기는 관심없고 버섯만 리필해먹다 나중엔 미안해서 돈주고 시켜먹었었다.
어디서 버섯도 못먹고 사는 사람인가 했겠지만 정말 맛있는 버섯을 못먹고 산다.
대신 이 짝 동네에 있을 땐 푸른 곰팡이가 핀 블루치즈를 먹는다.
난 블루치즈 자체는 즐기지 않지만 블루치즈 얹은 고르곤졸라 피자는 좋아한다.
간단하게 난이나 피타 브레드에 마늘소스를 듬뿍 바르고 블루치즈와 모짜렐라 치즈를 솔솔 뿌려 오븐에 구워내 달콤한 꿀을 찍어 먹으면 꼬리꼬리한 맛과 달콤함이 묘하게 어울리는 재미난 맛이 된다.
곰팡이 덕에 먹을 수 있는 게 어디 이뿐이겠는가?
발효라는 점잖은 표현으로 말하지만 곰팡이의 활약으로 우리 밥상이 풍성해지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어디 먹기만 할까?
푸른 곰팡이에서 얻은 유명한 항생제는 수많은 인류의 목숨을 구하고 고통을 덜어주었으니 고마울 뿐이다.
물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 대면하는 곰팡이는 제거하고 싶은 대상일 뿐이지만 그건 곰팡이의 잘못이 아니고 그것이 자라나도록 방치한 나의 잘못으로 치자.
죽은 생명체를 분해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소중한 역할을 하는 곰팡이.
이렇게 유용한 곰팡이가 제 몫을 잘해야 하는데.
코로나와 힘겨운 싸움을 해온지 벌써 일년이 넘었다.
그 싸움의 도구로 수많은 일회용품들이 사용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지만 지금은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저 먼 대양 어느 곳에 새로운 대륙처럼 떠돌고 있다는 쓰레기 섬이 하나 둘이 아니라고 한다.
멀리는 관두고 내 옆에서도 자고 일어나면 일상 속에서 무섭게 차오르는 쓰레기통.
이많은 쓰레기들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될런지.
사들이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큰 문제가 된 시대를 살면서 지금보다 더 풍성하게 자라는 푸른 꽃을 기대한다.
무릇, 생명을 다한 것은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썪고 분해되어 땅으로 돌아가야 지구가 건강해질 터.
푸른 꽃이 피어야 할 곳에 왕성하게 피어나서 바다는 더 푸르게 일렁이고 땅은 더 초록빛으로 뒤덮였음 좋겠다.
우주에서 바라보면 푸르게 빛나는 별이라는 지구.
우리 세대가 그 푸르름을 본 첫세대라면 또 그 푸르름을 지켜내 야할 첫 세대가 아닐까 싶다.
첫댓글 사흘만에 꽃이피면
식사 아예 않는다는 말씀이요
오늘도 제집엔 상품 포장지가 넘쳐 납니다
물론 이웃들도 마찬가지이지요
조금만 둘러보면
요즈음 저 또한 아연해질때가 있어요,
절제하지 못함이 언제가는, 곧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가끔 그런 생각이 들지요
에이, 빵만 먹나요? ㅎ
애들하고 서로 네가 먹겠거니 하고 미루다보니...
시중에서 파는 빵은 푸릇한 점이 생기던데 아주 시퍼렇게 꽃이 피었더라니까요.
오늘도 별로 먹은 건 없는데 이런저런 포장지며해서 쓰레기가 듬뿍 생겼습니다.
썪지도 않는다는데 문득문득 걱정이 됩니다.
이짝동네라니 정겹게 들리지만
먼 나라 인가봐요.
곰팡이를 푸른꽃이라고 애칭해주는
월영님 마음이 예쁘게 느껴집니다.
네, 낭주님.
좀 먼 동네서 살고 있습니다.
필요한 존재라 생각하니 곰팡이도 꽃같이 생각되네요. ㅎ
그리고 진짜 꽃처럼 이쁘게 피기도 했어요.
푸른 꽃이라고 하셔서 아네스 님인가 했더니 달님이십니다.
웃자는 이야기를 이렇게 밖에 못하는 사람도 드물 겁니다.ㅎ
곰팡이 이야기...
오늘도 님 덕택에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집에서 굽는 빵 한번만이라도 먹고 보고 싶네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귀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아네스->아녜스
무지 실수 하는 겁니다, 아녜스 그 양반 잘 삐지는데 ,걱정이네~
@단풍들것네 아...그런가요? 혼내는 사람 없어서 심심한데 잘 되었네요.ㅎ
@단풍들것네 중상모략이 얼마나 중죄인지 아시는지요?
제가 생신이라 봐 드립니다.
(아네스 )나 (아녜스)나 (아그네스) 다 같습니다.
손수건님이 떨고 계실까요?
@손수건 단풍님 말씀이 전혀 근거 없는 헛소문입니다.
저는 잘 삐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혼 나고 싶으셔도 저는 그리하지 못함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셔요.
제가 이쪽 저쪽 다니며 댓글 써보기는 첨이네요.
@아녜스 꽃을 엄청 좋아하셨던 우리 어머니는 평생 순수하셨으니
아네스 님도 착해서 걱정일 정도라는 판단입니다.
다른 이유로 조금 떨리긴 했으나 확인시켜 드릴 수 없으니 양해 바랍니다.
저도 꽃 많이 좋아해요.
아녜스님처럼 기르진 않아도 보는 거 좋아하죠. ㅎ
꽃이 귀하다보니 곰팡이도 꽃처럼...ㅎㅎ
그렇다고 일부러 키우지는 않아요.
구운지 사흘쯤 되기도 했지만 요즘 20도 내외를 오르내리는 여름이다보니 이렇게 화악~~ 만개했네요. ㅎ
@아녜스 아마 떨고 계실듯요.ㅎㅎ
저는 이제 살림을 아주 잘해서(?) 푸른꽃 안만들어요.
무조건 냉동실로 직행합니다.
아직도 치즈 를 포함해 유제품을 싫어하니
그쪽에 꽃 피울 일도 없구요.ㅎㅎㅎ
글 잘 읽었어요 월영님~
제가 게으른데다 애들이 이것저것 사다 재워놓는 건 손을 잘 안대다 보니 냉장고나 펜트리 들여다보면 가끔 꽃을 봅니다.
한번씩 뒤집어 엎는 게 일입니다. ㅎ
외국에 있을땐 정말 건강한 음식만 먹고
살았다고 말하는 큰애...
집에 돌아와 환경이 바뀌고 배달음식에
한동안 빠져지내더니 피부가 뒤집어졌어요.
요즘 피부과에 관리받고있습니다 ㅜ
뉴질랜드에 계신 월영님께서도
건강한 음식 많이 드시겠지요?^^
건강한 음식 못먹습니다.
저는 나물 종류와 쌈 좋아하는데 나물꺼리가 없어요.
봄만 되면 향긋한 봄나물 먹고 싶어 몸살이 납니다.
쌈 채소도 상추 정도...
대신 감자가 정말 맛었어서 자주 먹는데 이 짝 동네 사람들 살찌는 비결이 기름에 튀긴 감자랍니다. ㅎ
나가서 먹을만한 맛있는 게 별로 없어 집에서 해결하는 게 그나마 건강식일까요?^^
주신 글을 읽으면서 ...
우리 후손들이 쓰레기 위에서 살것이라는 생각에
아찔합니다~
많은걸 느끼고갑니다~^*^
그리되면 안되겠지요.
몇년 사이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려는 의식이 많이 생기고 제도화 되어 실천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깨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방역과 더불어 일회용품 사용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푸른꽃인 곰팡이가
이리도 멋진글로 탄생 하다니요
한참 생각하게 하는 글
참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 읽어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얼마나 게으르면 음식에 곰팡이 피도록 살까 흉볼까 걱정도 했지만 한번쯤 생각해보자 싶어서 올렸답니다.
흉보지 않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푸른 꽃 피우는 동지가 있어 든든합니다. ㅎㅎ
@깡순이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안타까와 하시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ㅎ
오늘 장에선 재미 좀 보셨나요?
어느 핸가 이보다 조금 늦게 남도를 여행했더랍니다.
화개 장터랑 매화마을이랑 섬진강변을 거쳐 여수까지요.
그때 본 벚꽃구름이 지금도 눈앞에 아른하네요.
언젠가 다시 가볼 날이 또 오겠죠.
그때쯤 나물 한보따리 얻으러 구례장에 들릴지도요. ㅎ
@나무놀이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봄이나 가을에 갔습니다.
꽃이 좋거나 단풍이 좋거나...
여행 다니기에 정말 좋았죠.
아마도 다음에도 봄 아니면 가을에 가지 않을까 싶어요.
오늘 대박 축하드립니다.
막걸리 한잔 하시고 푹 쉬세요. ^^
@나무놀이 ㅁ그대가 언젠가 오신다는
그날이
봄날 이였으면 참 좋겠습니다.
요로콤 시작 하는 戀詩 한편 부탁 합니다.
푸른 꽃이 건강의 상징도 되는군요. ㅎ
가공이 적을 수록 좋으니 그런 이론도 가능합니다.
산 나물 자연에서 채취되는 신선한 야채는 한국에서나
음용 가능할 터이니 타국에서는 그리울만 하겠습니다.
재미있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한참 한국의 봄나물에 입맛이 댕기는 때입니다.
분명 계절이 반대임에도 입맛만큼은 한국의 계절을 잊지 못하네요.
대보름에 미처 못먹은 찰밥과 나물을 해먹으려 오늘 팥을 삶고 나물도 삶았습니다.
한국의 맛만은 못하겠지만 흉내라도 내보려구요. ㅎ
한스님 계시는 그곳에도 꽃망울이 몽글몽글 올라오겠군요.
꽃이 피면 그 동네 아름다운 풍경 올려주시리라 기대해봅니다.
코로나 보다 더 무서운게 환경 오염이라 들었습니다
지구상에 기후변화가 가장 무서운 재난 같아요
좋은글 잘 읽었어요
이상기온, 지진, 폭풍, 한파...
이런 것들이 다 기후변화에 기인한다 하더군요.
한마디로 자정 기능을 상실한 지구가 몸살을 앓는 거라고.
우리가 살고 있고 후손이 살아가야할 지구이니 잘 관리해서 건강하게 지켜내야 하겠지요.
지구가 건강해야 인간도 건강할테구요.
안타까운 마음에 적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얼갈이 석단 사다 담아놓고 잊고 있다가 오늘 열어보니 밭으로 달려나갈 행세로 푸릇푸릇 하네요
햇것이라 한줄기 입에 넣으니 온실 거라서 깊은 섬유질 맛보다 맹숭하니 양념 향만 강하네요
저도 이렇게 자꾸 만들어 내놓지만 잘 없어지지 않아 버리는 게 많지요 곰팡이와 절친예요 ㅋ
운선님마저 곰팡이와 절친이시라니...ㅎ
왠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입니다.
저장식품은 염도나 당도가 안맞으면 곰팡이나 잘 생기죠.
한때 딸래미가 과일청들을 만든다고 이 병, 저 병에 담았는데...
나중 보니 설탕이 넉넉치 않았는지 골마지들이 앉아서 걷어내고 간수하느라 애먹었지요.
이런 거 제발 하지마라 하는데도 음식 쪽에 관심이 많다보니.
해놓으면 잘 먹으면서 중중댑니다.
젊은 딸은 시간이 익혀주는 음식에 관심을 두고 저는 후딱 먹고 치워버리는 음식만 하는 나이가 되었네요.
이젠 기다림 따위가 싫어졌나봐요. ㅎ
일회용품도 너무많구
사람들도 아직 직접적인
피해를 느끼지 못하니
북적거리는곳은 쓰레기로
넘쳐나지요. 또 인적드문곳에
몰래버리는 사람두 많구요.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자기들
후손들한테 재앙이 될텐데?
양심에 맡기는거도 한계가
있구 일회용품 줄이구 친환경
포장으로 대체되어야 할거
같습니다.
푸른곰팡이가 인류를 위해
막대한 효자노릇 햇지마는
인제는 유례없는 바이러스로
또 몸살을 앓구 있지요.
환경오염 인간의 과욕들이
모두 원인 이겟지요.
많아도 너무 많아요.
일회용품도 많고 포장재도 많고.
쓰레기통 보면 한숨이 납니다.
쓰레기통 차오르듯 지갑도 차오르면 금방 재벌될텐데...ㅠ
이것들이 어디로 가서 어느 세월에 흙으로 돌아갈지 한번씩 궁금해집니다.
잊고 살았던 곰팡이의 고마움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빵에 핀 버섯이 반갑다는 역설적인 내용이 공감이 갑니다.
요즘 마트에가면 버섯종류도 어찌나 많은지,
사실 고기보다 훨씰 더 맛있는 버섯들도 많지요.
버섯이 지천인 동네에 살수있음이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한국에 갈때마다 새로운 버섯이 나오는 것 같더라구요.
값은 또 얼마나 싼지...
그 좋은 버섯을 여기 사람들은 왜 안먹는건지 모르겠어요.
가끔 중국 마트에 냉동이나 건조된 새송이 버섯이 들어오는데 한두번 사봤다가 실망해서 이젠 안사요.
한국 가면 또 실컷 먹어야지요.
우리가 싫어하고 혐오하는 것들도 분명 자연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들이 많이 있을 거예요.
그런 것이 제 일을 잘해내야 환경이 건강할텐데 인간 중심으로만 생각해서 없애고 무시하고...
각각의 생물이 제 맡은 역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건강한 지구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