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결승전 중계방송을 해줘서 즐겁게 보았습니다. 중앙대의 저력이야 어제 두고본지라, 특유의 끈끈함이 있는 경희대가 과연 얼마나 물고 늘어질지가 관건이었는데, 비록 아쉽게 막바지에 무너지며 대패로 끝났지만 좋은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경기에 대해서도 느낀 짧은 넋두리를 늘어놓자면,
1. 제 생각에 오늘 베스트 플레이어는, 김선형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진즉에 물건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서도 오늘 보니 오세근과 대등한 존재감을 발하더군요. 후반에 오세근이 힘으로 묵사발을 내버렸다면, 초반에 이 선수가 스피드로 미리 경희대의 진과 혼을 쏙 빼놓다고 할 수 있겠네요. 어제는 미처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듯 점프슛과 외곽슛, a패스, 경기운영 등 코트를 헤집고 다녔습니다. 알 수 없게도 경희대가 빠른 공격으로 맞불 작전을 놓자 내 세상이라는 듯 활개를 치는 모습이었죠.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기량만 놓고 보자면, 현재 프로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인 동포지션이자 비슷한 또래의 이광재, 강병현, 정영삼, 김강선, 변현수 등과 맞서더라도 그닥 부족함이 없어보입니다. 문득 이 선수가 오히려 올해 로터리로 뽑혀도 별 무리가 없겠단 생각마저 들더군요. 경이적인 운동능력과 탁월한 볼센스로 무장한 선수이니만큼, 장거리슛만 정교하게끔 만든다면야 앞으로 촉망받기에 그지없을 듯 합니다.
2. 사실 전 이지원과 김선형의 매치업보다, 슈퍼루키 김종규가 오세근을 상대로 얼마나 버텨줄 것인지가 관심사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탈대학급과 탈고교급의 갭은 존재한다는 사실일테구요. 그럼에도, 김종규의 가능성은 여기다가 섣불리 끄적일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해보입니다. 초반까지만해도 오세근이 일대일에 있어선 결코 우위를 점한다 단정지을 수 없을만할큼(이건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다른 멤버 구성이라든지, 짬밥의 차이같은 것도 반영한 것이라는) 훌륭한 대적을 해주었습니다. 예전부터 kr3456님께서 오세근이 자신보다 장신 선수들에게 고전하는 경향이 있다, 언더슛 혹은 훅슛을 익힐 필요성이 있다라는 말씀을 누차 해주셨는데 김종규 선수에게도 그러한 점이 작용한 듯 싶습니다. 물론 몸빵에서 꽤나 열세인지라 후반으로 갈수록 확연히 밀려났습니다만, 길다란 신체 사이즈를 무색케할 정도의 운동능력과 농구센스만큼은 오세근에게 분명 커다란 위협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오세근 선수도 몇 번의 공격이 무마되고나서 후반전부턴 제대로 맘먹은듯이, 마치 자신의 미래 적수가 될 새싹을 질끈 밟아내려고 하는듯이, 괴력 시위를 하는 듯한 인상도 받았습니다. 김종규 선수가 착실하게 경험과 웨이트를 쌓는다면 오세근 이후 대학농구 골밑을 물려받을 성 싶네요.
어제 경기에 이어서 개인적으론 재미났습니다. kr3456님이 준결승전 후기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물론 밑도끝도없는 마구잡이농구란 지적도 옳습니다만, 뭐랄까, 최소한 선수들이 자신들의 에너지를 아끼려 하지 않는듯한 인상이 드는 점만큼은 칭찬하고 싶네요. 프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건앤런(엄밀히 따지자면 이건 제대로 된 속공 농구도 아니긴 하죠, 정말 거의 육상 경기를 방불케할 정도로 직선-파고들기 일색입니다만)의 공격 지향 농구로 잘은 몰라도 그냥 보는 사람들에겐 저처럼 재미나 보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를 보면서 저도 사실 약간의 걱정이 생겼긴 합니다. 중앙대의 압도적인 독주에 대한 염려와 더불어, 그 중앙대가 실제로 그렇게 무지막지한 전력인가 대한 회의감이 찾아드네요. 분명 중앙대가 탄탄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음은 자명하나, 그에 준할만한 자원을 지닌 몇몇 팀들이 경쟁 구도를 만들어줘야 발전적인 방향으로, 성장할 여지를 제공할텐데 그러지 못할까봐 그게 안타깝습니다.
덧붙여, 어제 경기에 이어 오늘도 장재석의 기량이 돋보이네요. 바디 밸런스로 봤을 땐 센터보단 포워드에 적합한 듯 싶으나 드리블하는 모습을 얼핏 보니 그것도 좀 미더운 기색이 있는 듯 하고 아리송합니다. 아싸리 몸이라도 불리울 수 있다면 스무스한 몸놀림이 제2의 함지훈을 기대케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첫댓글 김종규 오세근한테 몸싸움은 밀리는게 보이는데 블락을 당하고도 계속 골밑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보기 좋더군요.. 중대감독 말대로 아직은 오세근에 미치지 못하지만
정말 대어가 하나 나온 느낌 입니다.
정말 그런 주눅들지 않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오세근이 힘껏 몰아부치니까 약간 '이걸 어케 막냐..' 요런 표정 짓기도 했지만 좀있다가 보란듯이 덩크도 해보이고 실력 못지 않은 패기가 있어뵈더군요. 정말 기대됩니다ㅎㅎ
오세근이 어제는 포지셔닝도 안하더니, 오늘은 작정하고 들이밀던데요^^;; 힘으로만 미는게 아니라 순간적인 템포로 제끼니 막는 입장에서 참 당황스러울 것 같다는... 한 경기 더 치른 김종규가 체력적으로도 밀렸기에 후반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업과 피벗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건 칭찬할한 하죠. 블락도 위력적인데, 그것도 좋지만 골밑 공간을 뺏기지 않고 포스트업 치는 상대방의 턴을 어렵게 하는 수비에 좀 더 집중했으면 합니다. 이것까지 되면 정말 좋은 골밑 자원 하나 생기는 것 같아요.
김선형은.. 제가 여태껏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던 선수죠. 그러나 이 아이의 속공 템포와 스틸 센스, 슛의 유연성은 인정 안할 수 없습니다. 다만, ny502님이 글에 직접 쓰셨듯이 프레스와 속공의 경기의 70% 이상인 경우라 조금은 예외적인 상황이라 여겨집니다. 물론 오늘의 김선형은 무리하지 않고, 골밑에 정확히 자리잡은 오세근에게 최대한 공격을 양보했습니다. 어제보다도 나았죠. 개인적으로 이 아이는 슛 감각과 스틸센스가 있고, 자신감은 이미 충만하고도 남으므로 하프코트 오펜스의 조직력을 체득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히 스크린을 단순히 공격루트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후속 플레이(픽앤롤이라든지 수비를 모아놓고 킥아웃하는 등의 전체적인 팀원 움직임을 읽는 플레이)까지 염두에 두길 바랍니다. 본인 역시 공을 잡기 전에는 잘 안움직이는데, 그러지 말고 컷인을 하거나 좌우로 스윙하면서 계속 스크린을 걸고 움직이는 습관을 들였으면 합니다. 이건 조직적인 팀플이 강점인 프로팀에 가길 바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네, 저도 어제오늘 경기는 김선형을 참으로 인상깊게 봤지만 제대로 지공하는 건 거의 없었던 듯 합니다. 속공에서는 나무랄데가 없어보이지만, 진짜 농구를 잘하는 사람은 지공에서 빛을 발하기 마련이니 그걸 잘 다듬어야 할테죠. 개인기량이 뒷받침되는만큼 팀플에 잘 녹아들 수 있는 BQ를 보강한다면 정말 좋은 선수로 기대할만 하겠군요!
아.. 그리고 아까 딱 한번이었지만, 오세근이 풋백 득점을 김종규 등지고 훅슛으로 넣은 적이 있다는^^;;; 첨 봤네요. 근데 역시 약간 어거지...;;; 스텝 밟으며 상체 세워서 올려놓는게 아니고, 그냥 뒤로 뜨면서 휙 던진;; 어제 김민욱 똥슛보다는 좀 나았지만, 어쨌든 훅슛을 던지면 키 큰 수비수들이 못 막는게 자명한 사실입니다. 오세근이 이것만 제발 열심히 터득하길 바랍니다.
그렇죠. 높이에서 비슷한 함지훈이 프로에서 살아남은 건 사실 그의 훅슛 효과가 참으로 컸다고 생각합니다. 대학무대에서야 굳이 없어도 다른 게 통하였을지 모르지만, 정말 한국 최고의 빅맨으로 자리잡으려면 몇가지 기술을 더 익혔으면 좋겠습니다.
중대의 속공 몰빵 농구는 범실 우려가 큰데 90년대 연대는 3점 농구로 속공의 중대를 잘 요리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김주성 입학 이후 중대는 센터 대어들이 나오면서 속공도 안정감이 들었네요. 김선형은 슛의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봤는데 많이 발전한 듯 하네요. 예전 강병현과 비슷한 류라고 생각하는데 게임을 풀어나간다던가 폭발적인 외곽슛은 없지만 좋은 사이즈와 성실성이 보입니다. 강병현이 제 예상과 달리 성공적이니(전 3점 정확도가 KBL에선 중요하다고 봤는데) 이 선수도 효용가치 올라가겠네요
연대도 3점으로 중대를 요리한건 아니었죠. 하프코트 오펜스건 속공이건 207의 빠른 빅맨 서장훈이 있었기에 우위를 점한 것이라고 봅니다. 당시 서장훈은 앞선에서 직접 스틸하여 원맨 속공 덩크를 찍는 수준이었으니 상대팀에게는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였죠. 두려운건 문경은, 우지원이 아니라 그 둘이 슛 컨디션 별로인 날에도 골밑에서 오펜스 리바운드를 무더기로 잡아대던 서장훈이었죠.
김선형 선수가 4학년이 되면서 부쩍 자신감도 붙고 실력이 늘은 듯 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근래 등장하는 슈팅가드과 비슷한 스타일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충분히 대적할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중요한 건 거기에 안주하지 말고 약점인 외곽포와 경기 이해 능력을 향상해서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나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