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충주에 갔다.
내 고향 충주, 충주야 태어나 30년 가까이 살던 곳으로,
요즘도 1년에 10번 이상 가는 곳이지만 갈 때마다 남다른 소회가 있다.
최근 어떤 책을 읽다가 한 구절에 눈길이 꽂혔다.
"안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상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범한 이 구절을 보고, 나는 어떤 전율 같은 것을 느꼈다.
지식이야 도서관이나 박물관, 혹은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결국 그것들 속에 숨은 뜻과 이제까지 알고 있는 것을 결합하여
'상상을 보태는 일'이 작가에게는 진정으로 '앎'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과 상상의 행복한 결합이 좋은 작품 공식이다.
어쨌든, 이번 문학기행에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충주에, 상상 보태기' 라는 주제를 갖고 갔다.
전날, 아니 광화문에서 버스에 오르기 전, 3시간 전까지 깨어있어서 컨디션은 영 아니었다.
그러나 버스에 올라 반가운 선생님들을 뵈니 힘이 났다.
오늘 보게 될 곳은 이미 숱하게 보고 또 본 곳이라 나는 그것들 뒤에 숨어 있는 것을
눈에 불을 켜고 보리라 다짐하면서,
순전히 졸음을 쫓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충주에 대한 이야기를 몇 마디 했는데,
비몽사몽 우왕좌왕 가리산자리산 해서,
선생님들께 오히려 '충주 재미없는 곳!'이란 인상만 준 건 아닌지, 지금에서는 민망스럽다.
허나 쓸어담을 수 없는 말.
다만, 그런 와중에도 충주를 안내해주실 이안, 박윤규 선생님의 진행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혼미한 가운데 잘한 것이라 애써 위안을 삼는다.

(충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오로지 자신의 졸음을 쫓기 위해 이랬던 거 사과드립니다. 언제 충주 사과로!)

중원탑평리칠층석탑(국보6호-일명 중앙탑). 이 탑은 사진을 찍은 지점에서 올려다보면 좋아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탑이다.
어릴적 이 탑 주변을 돌며 마음에 새겼던 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뒤 호주머니 속에?

오늘 문학기행의 중심 충주의 시인 권태응權泰應(1918~1951) 감자꽃 시비. 행사 안내 이안 시인, 박윤규 작가. 권태응 시인 묘소.
이 묘소는 충주와 충북작가회의가 중심이 되어 유족과 새롭게 가꿔왔다.

(연속 진행-패스)

권태응 시인의 <감자꽃> 시비는 묘소, 탄금대, 모교인 충주 교현초등학교 교정 등 3곳에 있다.
같은 시를 새긴 시비도 형태와 장소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권태응 시인 생가터에 있는 우람한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나무와 함께 까치가 살던 집을 보았다!
현재 법원 소유의 땅으로 구치소를 만들려 하는 것을 뜻있는 분들의 애씀으로 겨우 저지하고 공터로 남아 있다.
독립유공자인 권태응 시인이 살던 곳을 감옥으로 만들려 하다니!

그 기막힌 사연과 간절함과 세상 인심 변화에 대해 열강을 해주신 박윤규 작가. 잠시 숙연해지고.....

탄금대에 있는 <감자꽃 노래비>. 내 맘대로 뽑은 우리나라 시비 베스트 5위 안에 드는 멋진 시비.
이 시비의 뒷면에는 1968년 처음 시비를 세울 때, 시를 동판(銅版)에 새겼는데 한 나쁜 놈(정말 나쁜 놈!)이 훔쳐 가서
지금의 석판 시비가 됐다는 서글픈 사연이 새겨져 있는데, 우리네 문화의식의 현주소를 보는 씁쓸함도.

<감자꽃 노래>를 가르쳐주는 박윤규 작가. 노래 버전이 두 가지 있다는 말씀도 귀담아 듣고.
김대현 곡. 백창우 곡. 좋은 시는 여러 유형으로 불리는 것도 좋겠지요.
원래 이설(異說)과 뒷담화가 많은 것이 더 매력 있는 법이지요.
(김대현 곡을 배웠지요.)

자, 충주의 역사는 자료로 대신하지요.
약 15,000년 역사를 한장으로 축약하느라 심상우 관련 사실은 뺐어요. 너그럽게 봐주세요.

충주의 자랑 <국보 205호, 중원고구려비>모형 사진. 이번 문학기행에 이 비석을 안 둘러본 것은 천추의 한(恨)이
되실 분은 없겠지요. 충주박물관 이곳에서 1.8km 떨어진 곳에 가서 이 비석을 만난다 해도
이런 사진은 못 찍어요. 왜? 보호막을 쳐서 사진은 다르게 나오지요. 한반도에 유일한 고구려비석이지요.
고구려를 만나고 싶은 분들은 충주 박물관과 실물을 모셔둔 곳에 가셔서 이야기를 걸어보세요.

이번 문학기행에서 나를 가장 기쁘게 한 편지. 조선시대말 충주에 살던 '어느 여식이 기사년 오월 십삼일에 아바님에게' 쓴 편지.
그 정겨움과 사람 향기나는 편지 그리워요~. (더 잘 가까이 찍은 사진은 공개 안할래요.ㅎㅎ)
* (전에 왔을 때는 못 보았던 전시물) *고등학생 때 RCY활동을 함께 한 선배가 충주박물관 학예실장이지요.
인도네시아로 출장 가시는 바람에 못 만났네요.

이영 선생님과 왜 이런 포즈로 사진을 찍었을까요? 탑이 칠층이란 거 확인하기 좋게 위는 쳐냈어요. -충주여행 끝
* 충주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항이 있으며, 아니 충주에 대해 상상이 되지 않으면 연락주세요.

이 의도적으로 잘못 찍은 사진은, 충주여행의 연장선상에서, '연희문학창작촌'에서 한 시집 출간을 축하하고
집으로 오는 길목에서, 우리 동네에 걸려 있는 <창조질서 거스르는 4대강 사업 중단하라>는 성당 플랭카드예요.
함부로 파헤치고 들쑤셔 파괴되는 문화유산을 생각하는 밤. 03시 10분쯤.
(낮에 잘 찍은 사진은 많이 있으나 일부러 아니 게재함. 대신 저 아우성치는 쉼표(,)들 보아주세요.

그 시각 03 : 00시에도 동네는 잠들지 않고, 자동차가 질주하듯이 시간은 흘러가지요.
나는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상상했는가!
앞으로 상상 그 이상을 상상하리다.
첫댓글 새벽3시까정....수고하셨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