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일상 잔혹사 주영중 눈을 감아도 잔혹한 빛이 사라지지 않는다 살았던 날들의 잔상인가 떠나온 자들은 꿈을 꾸고 숭고를 기다리나 바람 소리뿐이다 별처럼 박혀 있음에 대해 생각한다 척박하고 광활한 대지에 단비 내린다 벌레들의 대지가 그제야 숨을 쉰다 스물한 살의 개 내년이면 마지막 털갈이를 할지 모를 그 개 빵과 유목과 게르와 난로 주인아저씨와 보드카와 식사하기 네 살부터 말을 탔다는 말 위에서 부푼 배를 긴 막대로 찌르자 시체가 벌떡 일어났다는 집까지 도망쳐 와 엄마를 안고 울었다는 한번은 기르던 개가 사람 머리를 물고 왔다는 생과 사 사이에서 부는 바람 같은 것 잔혹한 계절을 떠나와 잠시의 또 다른 일상 칼로 양의 시간을 베자 양이 발버둥친다 육체 주머니가 미약하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고 대동맥 혈관 가죽 잘려진 네 다리 똥 피 내장 꼬이는 파리들 피 한 방울도 대지에 떨어지지 않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담아내야 하는 법 갈비뼈 사이 심장 깊은 곳에서 나오는 마지막 김 흘러나오는 마지막 오줌 호각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대지에 놓인 고환을 개가 먹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야크들 옛 불과 새로운 불이 서로 도와가며 탄다 잠들지 않는 사막 정수리 위에서 별들이 운행을 지속한다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3년 9월호 ------------------- 주영중 / 1968년 서울 출생. 2007년 《현대시》 등단. 시집 『결코 안녕인 세계』 『생환하라, 음화』 『몽상가의 팝업스토어』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