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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지 제203회
흑선풍 이규는 당빈과 경공의 말을 듣지 않고 병력을 이끌고 적진으로 쳐들어갔다가, 교도청의 요술에 걸려 5백 명이 모두 사로잡히고 말았다. 경공은 형세가 좋지 않음을 보고, 말을 돌려 연신 채찍질을 하며 동쪽으로 달아났다.
당빈은, 이규 등이 함정을 빠진 것을 보고 군사들이 당황하고, 또 경공이 먼저 달아나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교도청의 요술이 대단한데, 만약 달아나다가 사로잡히게 되면 남들의 비웃음만 사게 될 것이다. 무사는 죽음을 겁내기보다 이름이 더럽혀지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들었다.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목숨을 돌아보아 뭣 하겠는가!”
당빈은 목숨을 내걸고 쟁을 들고 말을 몰아 적진 속으로 돌진했다. 교도청은 당빈이 흉맹하게 돌진해 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주문을 외우면서 소리쳤다.
“가라!”
그러자 본진 속에서 한 바탕 누런 모래바람이 일어나 당빈의 얼굴을 덮쳤다. 당빈은 모래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적군의 창에 허벅지를 찔려 말에서 떨어져 사로잡히고 말았다. 원래 반군들은 적장을 사로잡으면 상금을 배로 받게 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송군 장수들은 죽음을 당하지는 않았다. 당빈이 이끌던 1만의 인마들도 모래바람 속에서 헤매다가 사람도 죽고 말도 쓰러져 태반이 꺾이고 말았다.
한편, 임충과 서녕은 동문 쪽에 있다가 성 남쪽에서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자, 급히 병력을 이끌고 접응하러 달려갔다. 그때 성을 지키고 있던 장수 손기가 교도청의 깃발을 알아보고 황급히 성문을 열어 접응하였다. 이규 등은 모두 사로잡혀 성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경공만 몇몇 패잔병과 함께 숨을 헐떡이며 달아나고 있었다. 안장은 삐뚤어지고 고삐는 기울어졌으며, 투구도 반쯤 벗겨진 상태였는데, 임충과 서녕을 만나 비로소 말을 멈추었다.
임충과 서녕이 물었다.
“적의 군마가 어디서 왔소?”
경공은 횡설수설하였다. 임충과 서녕은 경공을 데리고 급히 본채로 돌아가다가, 3백 기를 이끌고 정탐하러 나온 왕영과 호삼랑을 만나 함께 송선봉에게 보고하러 갔다. 경공이, 이규를 비롯한 장병들이 교도청에게 사로잡힌 일을 자세히 얘기하자, 송강은 깜짝 놀라며 울면서 말했다.
“이규 등의 목숨이 끝장났구나!”
오용이 위로하여 말했다.
“형님은 너무 괴로워하지 마시고, 빨리 일을 처리하셔야 합니다. 적군이 요술을 쓰고 있으니, 속히 호관으로 사람을 보내 번서를 불러 대적해야 합니다.”
송강이 말했다.
“한편으로 번서를 불러오고, 또 한편으로는 진격하여 적군에게 사로잡힌 이규 등을 찾아와야지.”
오용이 간곡히 간했으나, 송강은 듣지 않았다.
송선봉은 오용으로 하여금 장수들을 거느리고 영채를 지키게 하고서, 자신은 친히 임충·서녕·노지심·무송·유당·탕륭·이운·욱보사 등 8명의 장수와 군마 2만을 거느리고 즉시 소덕성 남쪽으로 진격했다. 삭초와 장청이 맞이하여 병력을 합치고, 깃발을 흔들고 북을 울리면서 함성을 지르며 성 아래로 쳐들어갔다.
한편, 교도청이 성으로 들어가 원수부에 좌정하자, 손기 등 열 명의 장수가 와서 인사하고 연회를 열어 대접하려고 하는데 탐마가 와서 송군이 쳐들어왔다고 보고하였다. 교도청이 노하여 말했다.
“무례한 놈들!”
교도청이 손기에게 말했다.
“내가 송강을 사로잡아 올 테니, 기다리게.”
교도청은 즉시 말에 올라 네 명의 편장과 3천 군마를 거느리고 적을 맞이하러 성을 나갔다.
송군이 진을 벌이고 싸움을 걸려고 하는데, 성문이 열리고 조교가 내려가더니 한 떼의 군마가 달려 나왔다. 앞장선 한 필의 말에는 도사가 하나 타고 있었는데, 바로 환마군 교도청이었다. 교도청은 보검을 들고 군마를 이끌고 조교를 건너왔다.
양군이 대치하여 깃발이 서로 마주보게 되자, 각각 강궁과 쇠뇌를 쏘아 사정권 밖에 진을 벌였다. 양쪽 진에서 나팔소리와 북소리가 일제히 울렸다. 송군 진영에서 문기가 열리면서 송선봉이 출마하였다. 욱보사가 ‘帥’ 자 깃발을 들고 앞에 섰고, 왼쪽에는 임충·서녕·노지심·유당이, 오른쪽에는 삭초·장청·무송·탕륭이 호위하였다. 송선봉이 노기가 치밀어 손가락으로 교도청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역적을 돕는 놈아! 빨리 내 형제와 5백 군사를 돌려보내라! 머뭇거리면 네놈을 잡아 갈가리 찢어버릴 것이다!”
교도청이 외쳤다.
“송강은 무례한 짓을 하지 마라! 나는 그놈들을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니, 네가 어떻게 나를 사로잡을지 보자!”
송강이 크게 노하여 채찍 끝으로 가리키자, 임충·서녕·삭초·장청·노지심·무송·유당이 일제히 적진으로 돌격했다. 교도청이 입을 꽉 다물고 주문을 외면서 보검으로 서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가라!”
그러자 삽시간에 무수한 장병들이 서쪽으로부터 나는 듯이 달려와 송군을 덮쳤다. 교도청이 또 보검을 들어 북쪽을 가리키며 입속으로 주문을 외다가 소리쳤다.
“가라!”
이번에는 잠깐 사이에 천지가 캄캄해지면서 햇빛이 사라지고 모래와 돌이 날리면서 천지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임충을 비롯한 장수들은 적진으로 쳐들어가다가, 갑자기 눈앞에 온통 검은 기운이 뒤덮고 누런 모래바람이 휘날리자 적군을 볼 수가 없었다. 송군은 싸움도 하기 전에 스스로 혼란에 빠져 버렸다. 놀란 말들은 어지럽게 날뛰면서 울부짖었다. 임충 등은 급히 말을 돌려 송강을 호위하여 북쪽으로 달아났다.
교도청이 병력을 몰아 추격해 가자, 송강의 군마는 별똥별이 떨어지고 구름이 흩어지듯 형을 부르고 아우를 부르며 자식을 찾고 아비를 찾으며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송강 등도 황망히 달아나 반리도 채 못 갔는데, 앞에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조금 전에 병마가 올 때는 넓은 평원이었는데, 질펀한 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흰 파도가 하늘까지 솟구치고 끝이 없는 것이 마치 동해 큰 바다와 같았다. 비록 겨드랑이 밑에 두 날개가 생겨난다 하더라도 날아서 넘어가지 못할 것 같았다.
뒤에서는 적군이 추격해 오고 있어, 이제 눈앞에는 죽음밖에 보이지 않았다. 노지심·무송·유당이 일제히 소리쳤다.
“손도 써보지 못하고 붙잡힐 수는 없다!”
세 사람은 힘을 내어 몸을 돌려 북쪽으로 쳐들어갔다. 그때 갑자기 벽력같은 소리가 울리더니, 공중에서 20여 명의 황금갑옷을 입은 신장(神將)이 내려와 무기를 마구 휘둘렀다. 노지심·무송·유당이 무기에 맞아 땅바닥에 쓰러지자, 반군들이 달려들어 모두 사로잡아 버렸다. 그때 또 큰소리가 들렸다.
“송강은 말에서 내려 포박을 받아라! 그러면 죽음은 면할 것이다!”
송강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였다.
“송강이 죽는 것은 아까울 것 없지만, 아직 임금의 은혜도 갚지 못했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봉양할 사람도 없구나! 이규를 비롯한 형제들도 아직 구하지 못했는데,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구나! 차라리 죽음으로써 사로잡혀 치욕을 당하는 것을 면하리라!”
임충·서녕·삭초·장청·탕륭·이운·욱보사 등 일곱 두령도 송강을 에워싸고 한 덩어리가 되어 말했다.
“우리도 형님을 따라 귀신이 되어 역적을 죽이겠습니다!”
욱보사는 그때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고 몸에 화살을 두 대나 맞았지만, ‘帥’ 자 기를 단단히 붙잡고 송선봉 곁에서 촌보도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반군들은 수자기가 넘어지지 않은 것을 보고 함부로 공격해 오지 못하고 있었다.
송강 등은 검을 뽑아 들고 막 자결하려고 하였는데, 그때 한 사람이 달려오면서 소리쳤다.
“멈춰라! 그대들은 걱정하지 마라! 나는 위존무기(位尊戊己)인데, 그대들의 충의를 보고 특별히 구하러 왔다. 이 요사스런 물을 없애줄 테니, 영채로 돌아가라!”
장수들이 그를 보니, 생김새가 기이하였다. 머리에는 혹 두 개가 뿔처럼 나 있고, 온몸은 검푸른 색이며, 머리털은 붉고 웃통은 벗었는데, 아랫도리에는 누런 잠방이를 입고, 왼손에는 방울을 들고 있었다. 그가 땅에서 흙을 한줌 쥐어 흰 파도가 하늘까지 솟구치고 있는 바다 같은 물에 뿌리자, 눈 깜빡할 사이에 원래의 평지가 나타났다. 그가 송강 등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며칠 간 재액을 만날 것이다. 이제 요사스런 물은 사라졌으니, 빨리 영채로 돌아가라. 사람을 위주로 보내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 그대들은 노력하여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라!”
말을 마치자, 그는 회오리바람으로 변하여 사라져 버렸다. 모두 깜짝 놀랐지만 송강을 보호하여 남쪽으로 달려갔다. 5~6리쯤 달려갔을 때, 홀연 먼지가 일어나면서 한 떼의 병마가 남쪽에서부터 달려왔다. 오용이 왕영·호삼랑·손신·고대수·해진·해보와 함께 1만 병력을 이끌고 접응하러 온 것이었다. 송강이 오용이 말했다.
“아우의 말을 듣지 않아. 하마터면 다시 못 볼 뻔했네!”
오용이 말했다.
“일단 영채로 가서 다시 얘기하시죠.”
송강 등은 영채로 돌아가, 싸움에 패하고 귀신을 만난 일을 자세히 애기했다. 오용이 손으로 이마를 치면서 말했다.
“위존무기는 토지신입니다. 형님의 충의가 토지신을 감동시킨 겁니다. ‘토극수(土剋水)’라, 흙은 물을 이길 수 있습니다.”
송강 등은 비로소 깨닫고, 하늘을 향해 감사의 절을 올렸다. 이때는 해가 저물 때였는데, 패잔병들이 도망쳐 와서 말했다.
“혼란한 가운데 소덕성에서 손기·섭성·김정·황월 등이 남문을 열고 병력을 이끌고 쳐들어와서 죽은 자가 무수하고 나머지는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쳤습니다.”
송강이 군사를 점검해 보니, 만여 명을 잃었다. 오용이 송강에게 말했다.
“적군이 요술을 써서 연이어 두 번 우리를 이겼으니, 빨리 계책을 써서 저들이 우리 영채를 기습하는 것을 방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 병사들은 너무 놀라고 당황하여, 바람소리나 풀잎이 흔들리는 것조차 적병으로 여겨 도망칠 판입니다. 이 영채는 비우고 북에 양 발굽을 매달아 울리도록 해 놓고서, 우리 대군은 10리를 후퇴하여 따로 영채를 세워야 합니다.”
송강은 명을 내려 대군을 10리 후퇴시켰다. 오용은 작은 영채들의 모퉁이가 서로 연결되도록 하고 큰 영채가 작은 영채들을 감싸게 하였다. 당나라의 명장 이정(李靖)의 육화진(六花陣)과 같았다.
영채를 세우고 나자, 번서가 명을 받고 호관으로부터 달려왔다. 번서는 송강에게서 교도청에 대해 자세히 듣고 나서, 말했다.
“형님은 마음 놓으십시오. 그건 요술입니다. 제가 내일 법술을 써서 그놈을 사로잡겠습니다.”
오용이 말했다.
“그놈이 만약 싸우러 오지 않는다면, 우리도 병력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공손승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계책을 세웁시다.”
송강은 장청·왕영·해진·해보로 하여금 경기병 5백을 이끌고 밤을 새워 위주로 달려가서 공손승을 데려오게 하였다. 장청 등은 송강을 작별하고 떠나갔다. 송군은 녹각을 깊이 심고, 목책을 튼튼하게 세웠다. 활에는 시위를 걸어 놓고, 칼은 칼집에서 뽑아 놓았으며, 갑옷을 입은 채 창을 베고 누웠다. 방울을 흔들어 신호하도록 했다. 송강 등은 등불을 밝혀 놓고 밤을 지새웠다.
* 계속 204회~~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추천 꾸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