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대결 여론조사 분석해보니
충청권(대전·세종·충청)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 양자 대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재명은 전국적인 양자 대결에선 오 시장 등 여권 주자에게 대체로 앞섰다. 그러나 ‘대선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충청권에서 이재명이 오 시장에게 밀리는 결과가 나오면서 정치권에선 “충청 민심에 미묘한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차기 대선 후보 양자 가상 대결(전화 면접 조사)을 붙여본 결과, 충청권에서 오 시장 44%, 이재명 41%로 나왔다. 오차 범위(±3.1%p) 안에서 오 시장이 이재명을 3%p 앞선 것이다.
지난달 22~23일 YTN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양자 대결(전화 면접 조사)에서도 충청 지역에서 오 시장이 47%를 기록해 이재명(33%)를 오차 범위 밖인 14%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충청권에서 40%를 얻어 이재명(36%)을 4%p 앞섰다.
다만, 전국적으로는 이재명 우세가 확인됐다. 한국갤럽 조사의 경우, 전국 양자 대결에서 이재명 47%, 오 시장 43%였다.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선 이재명 41%, 오 시장 41%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재명과 김 장관의 전국 양자 대결에선 ‘이재명 50%, 김 장관 37%’(갤럽), ‘이재명 42%, 김 장관 38%’(엠브레인퍼블릭)로 나타났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정치권에선 “충청 민심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갤럽이 조사한 충청권 정당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은 47%(12월 2주)→35%(1월 4주)로 하락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같은 기간 20%(12월 2주)에서 37%(1월 4주)로 올랐다. 이재명 지지도는 물론 민주당 정당 지지도까지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충청권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오차 범위 내의 격차는 유의미한 수치로 보긴 어렵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충청 지역 여론에 변화가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도 충청권 민심이 심상찮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충청권이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만큼, 이재명이 오 시장 등 여권 주자에게 계속 비등하거나 열세인 지지도를 기록하면 이런 여론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충청 지역 의원은 “3월 중 예상되는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에서 중형이 나온다면 충청 민심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재명은 지난 대선 때 세종을 제외한 충북·충남·대전 지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이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득표율 0.73%p 차로 졌는데, 충청 지역에서 좀 더 선전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비명계 임종석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은 모두 충청에서 압승했는데, 왜 이재명은 충청에서 졌을까”라고 썼다.
지난해 말 기준 충청권 인구는 556만명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인 호남권(493만명)을 앞선다.
한 충청 지역 인사는 “충청 사람들은 보통 안정적인 느낌의 정치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재명(경북 출신)와 오 시장(서울 출신), 김 지사(경북 출신) 모두 충청권에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데, 안정감을 주면서 비호감도를 낮추는 사람이 충청 민심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