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만 되면 두꺼비 압사"..생태통로·대책 시급
이주연입력 2023. 3. 12. 17:23
◀앵커▶
봄이 되면 겨울잠에서 깨어난 두꺼비들이 산란을 위해 습지로 떠나는 이동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도로에 가로막혀 차량에 압사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생태통로 설치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직접 보호 활동에 나선 사례도 있어 주목됩니다.
이주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겨울잠에서 깨어난 두꺼비 한 쌍이 특유의 느릿한 걸음걸이로 습지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기린봉 기슭에서 겨울을 보낸 뒤 알을 낳기 위해 근처 저수지로 이동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들의 앞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아스팔트 위 곳곳에 납작하게 눌러 붙은 검은 자국들, 차에 밟혀 죽은 두꺼비들입니다.
전주 아중저수지 주변 도로에는 이처럼 봄만 되면 300미터 구간에 걸쳐 참극이 벌어집니다.
[김도경 / 인근 카페 사장]
"해마다 많이 봐요. 많이 보고 요즘도. 많이 죽어있고, 차들이 많이 다니는데라.. "
취재진이 세어보니 경칩을 전후해 200마리 넘는 두꺼비들이 이미 로드킬되어 있었습니다.
[이주연 기자]
"두꺼비들은 산란을 위해 매년 목숨을 걸고 이 도로를 지나야만 합니다."
부화한 새끼 두꺼비들이 다시 숲으로 돌아가는 4월 말에서 5월 초가 되면 또다시 위험은 반복됩니다.
[이정현 / 전북환경운동연합]
"이 도로로 인해서 숲 생태계와 습지 생태계가 단절이 되면서 이동이 제한이 되고 또 로드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두꺼비는 기후변화나 환경 변화에 민감한 생태 지표종으로 보전가치가 높습니다.
이 때문에 생태 통로를 설치하거나 유도망으로 길을 열어주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실제 강원도 오대산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나서 도로변에 그물망을 치고 두꺼비를 모아 습지로 보내주는 일을 10여 년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전남 광양 비평저수지에서도 위험천만한 차도 대신 생태통로를 설치해 두꺼비의 이동을 돕기도 합니다.
이런 생태통로가 전국적으로 500여 개 설치되어 있습니다.
[고광석 / 강릉시 연곡면]
"개구리가 많아지면서, 새 종류도 굉장히 많이 늘었고요. 양서류, 뱀이나 이런 것들도 숫자가 굉장히 많이 늘어요. 전체적으로 생태가 좋아지는 거죠."
전주시는 아중저수지 인근 두꺼비 로드킬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뒤늦게 관련 조사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MBC 뉴스 이주연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자료제공: MBC강원영동/전남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