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
이덕규
볕 좋은 툇마루 기둥에 기대어
무심코 소매 끝에 붙은
마른 밥풀 한 개를
입속에 넣고 불리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멀리
들판 끝에서 알몸의
한 여자가 아른아른 일어섰다가
설탕처럼 녹아내리는 오후
잠결에도 입안이 달다
시집 <놈이었습니다> 문학동네. 2015
https://www.youtube.com/watch?v=8c3dW0UGxmE
흐릿한 하늘
차라리 비라도 내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어젯밤엔 일곱시부터 잠을 잤는데 일어나니 새벽 4시
참 많이도 잤다
다시 또 누우니 금방 잠이 들어 5시 30분에 일어났다
지난 밤 못잔 잠까지 다 잤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
그러나 비 올 구름은 아니다
산책을 나섰다
어제보다 춥지 않다
조양천가 산수유는 더 활짝 웃고 있다
며칠 동안은 만발해 있겠지
청둥오리 한무리가 물에서 놀다 날아간다
새로 온 무리같다
이곳에서 힘을 얻은 뒤 북으로 날아가리라
덕실교 옆에서 체조와 목운동
매일 규칙적으로 하면 건강에 많은 도움될건데...
규칙적이진 못해도 시간만 나면 꾸준히 산책과 운동을 해야겠다
집사람이 밥을 끓여 놓았다
끓인 밥을 김치와 먹으니 맛있다
작년에 담은 김장김치 맛이 괜찮다
집사람은 오늘 광주로 머리 손질하러 간다며 나간다
난 몇가지 일을 해야겠다
닭장에 가보니 덫이 그대로
언제나 그 녀석이 잡혀 내 근심을 덜 수 있을는지..
기러기 한 마리가 알을 낳고 있는 것같다
이제 처음 낳는지 알이 작다
알이 작아 빼 버릴까 하다가 알을 모아야 부화할 것같아 그대로 두었다
어제 준 모이를 다 먹지 않았다
숫자가 줄어서인지 평소대로 주었더니 다 먹지 않는다
양을 좀 줄여서 줄까?
병아리장 닭들이 제법 컸다
어떤 녀석이 낳은지 모르겠는데 초란을 하나 낳아 놓았다
4월 되면 암탉들이 모두 알을 낳을 것같다
이 녀석들은 덩치가 크니까 알을 모아 부화를 해야겠다
과일나무 밑에 퇴비 한포대씩을 부어 놓았는데 그대로 있다
괭이로 작은 과일나무는 주변의 땅을 파서 퇴비를 묻어 주고 큰 과일 나무는 주변으로 퇴비를 펴 주었다
땅을 파 퇴비를 묻어야 퇴비 준 효과가 큰데 모든 과일나무를 다 못하겠다
괭이로 땅을 파니까 어깨와 팔꿈치가 아프다
찢어진 어깨 근육이 붙을 때까진 될 수 있는 한 쓰지 마라는데 그게 어렵다
살살 달래가며 무리하게 일하지 않아야겠다
솔밭에 모아놓은 풀들도 가져다가 나무밑에 버렸다
그물도 다시 간추려 지주는 지주대로 그물은 그물대로 놔두었다
솔밭에 쓰레기도 주워 버렸다
주변이 좀 훤해진 것같다
이것저것 하고보니 어느새 11시가 훌쩍
땀도 나고
막걸리라도 한잔할까?
냉동된 돼지머릿고기를 녹인 뒤 데워 베란다에서 막걸리 한잔
딱 두잔 마셨는데 술맛이 뚝 떨어지며 취기가 오른다
어? 어제 저녁에도 그러던데
왜 술이 받히지
알 수 없다
더 마시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당분간은 술을 참을까?
땅콩을 볶았다
야외용 가스렌지에 후라이팬을 얹고 땅콩을 볶으니 잘 볶아진다
볶은 땅콩이 고소하다
낮잠 한숨
집사람이 깨운다
서울아짐 집 들러 대파와 배추를 뽑아 왔단다
배추는 닭들에게 가져다 주란다
병아리장의 닭들에게 주니 잘도 쪼아 먹는다
닭들은 배추등 풀을 먹어야 알을 잘 낳는다
그리고 그걸 먹고 낳은 알이 훨씬 고소하다
집사람이 생강을 사왔다
물 4리터에 생강400그램을 넣어 끓인 뒤 대파를 넣어 다시 달여 물 2리터 정도로 졸이면 생강차가 된단다
생강차를 병에 담아 냉장해 두고 그 물을 한잔씩 따뜻한 물에 타 꾸준히 마시면 몸속 염증을 잡아 주고 관절을 좋게 해준다고 한다
여기에 설탕이나 꿀등을 넣지 않는단다
지금까진 우린 생강을 꿀이나 설탕에 조여 놓았다가 그걸 조금씩 넣어 끓여서 생강차로 마셨는데 생강과 대파로만 생강차를 만든다니 이번엔 그렇게 해서 마셔 보아야겠다
생강이 몸의 온도를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몸이 찬 사람은 생강차를 꾸준히 마시면 좋다
이렇게 생강차를 만들어 마셔보고 효과 있으면 애들에게도 가져다 주어야겠다
생강을 씻어 주니 집사람이 잘게 썰어 4리터짜리 주전자에 넣고 끓인다
다듬은 대파도 미리 썰어 놓는다
설탕을 넣지 않으니 너무 독하지 않을까?
끊인 생강물을 한잔 마셔보니 먹을만하다
절반으로 졸여 독하면 따뜻한 물 타 먹는게 좋겠다
어느 정도 마셔보면 몸에 반응이 오겠지
집사람이 어제 고추밭에 가져다 놓은 퇴비를 뿌리자고
나 혼자 해도 괜찮으니 쉬고 있으라 했다
30여 포대이니 금방 뿌릴 수가 있겠다
내려가 포대 끈을 풀어 두둑에 퇴비를 깔았다
두둑에 깔아 놓으면 로타리 칠 때 전체적으로 퇴비가 섞일 것같다
한 두둑에 다섯 포대를 깔았는데 고랑까지 생각하면 좀 부족할 듯
유박을 몇포 더 가져다 뿌려야겠다
끈을 풀어 퇴비를 뿌리는 것도 허리 아프다
허리를 굽히는게 힘들다
갈수록 더 그럴건데 이 일을 어쩐담
모두 깔고 포대를 챙겨 한포대에 담았다
나중에 쓰레기 하치장에 가져다 놓아야겠다
오늘은 바둑 모임
나가면 술마시니 오늘 하룬 참을까하다가 단톡방에 빨리 나오라는 문자가 날 유혹
그래 한판만 두고 오자
바둑휴게실에 가니 김회장 김작가 형수 남우가 와서 바둑을 두고 있다
두는 바둑들을 살펴보니 이미 형세가 기울었는데도 계속 두고 있다
난 저런 형세라면 돌을 거두는데...
그래서 내가 계속 지고 있나?
마지막 계가할 때까지 손님 실수 바라고 두어야하는데...
바둑은 계가하기 위해 공배를 메꾸다가 잘못해 질 수도 있다
그건 올바른 방법이 아니겠지만 상대가 졌다고 돌을 거둘 때까진 최선을 다하는게 바둑이다
아니 인생살이가 그런지 모르겠다
내가 떠나는 그 순간까진 나에게 주어진 운명을 치열하게 살아야하지 않을까?
그런게 삶인지 모르겠다
전총무가 왔길래 한판
나에게 두점 접바둑인데 다른 분들에게 두점 놓곤 지지 않는데 묘하게 나와 두면 진단다
그래 바둑은 상대적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내가 김회장과 재봉동생에게 연거푸 지고 있다
꼭 끝내기 들어 실수로 져 버린다
왜 실수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전총무와 두면 끝내기까지도 수를 잘 읽는다
오늘도 두판을 두어 모두 불계승
안되겠기에 초반에 실수한 몇수를 지적
놓고 둔 바둑에선 초반에 형세가 기울면 따라잡기 힘들다며 엉뚱하게 둔 수를 지적해주니 다른 사람과 그 수로 승률이 좋단다
그건 상대가 제대로 응징하지 못한거라며 누구와 두든 정수를 두도록 노력하라고
정수를 두어 상대가 잘못 받았을 때 응징할 수 있어야 자기 실력이 는다고
꼼수로 이기려하면 몇 번은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게 자기 습관으로 굳게 되어 수가 늘지 않고 자기보다 상수를 만났을 땐 여지없이 지게 된다고
흔히들 하수와 두면 수가 준다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자기 습관 때문이라고 했다
하수들은 정수를 두어도 대부분 잘못받는다
그걸 응징해 유리한 바둑으로 이끌어야 자기 수가 줄지 않는다
모르겠다
바둑은 둘수록 어렵다
오늘은 많은 분이 나오지 않았다
김회장도 일직 들어간단다
나도 그만 들어갈까하고 일어서려는데 김작가가 저녁을 산다며 가잔다
그럼 막걸리나 한잔 마실까?
바둑을 두었더니 술이 땡긴다
난 막걸리 한병으로 저녁을 대신
이런저런 이야기
김작가가 이번 윤통이 일본에 가서 우리나라 애국가가 연주될 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단다
아니 내가 알고 있긴 경례하지 않았는데
일본 국기에 대해 고개 숙여 경례한 건 예의상 그런거라며 이해한단다
1895년에 개업한 가게에 가서 오므라이스를 먹은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니
그 해가 을미사변이 일어난 해이지만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그럴 수도 있다고
또한 지금 그런 걸 가장 미국이 바라고 있으니까 그러는 것 아니겠냐고
물론 우리가 크게 받은게 없어 약간 굴욕적인 외교를 했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우리도 핵을 만들어 북한에 대응해야한다고도
아하 이렇게 긍정적으로 너그러이 잘 봐주는 사람도 있구나
난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데 글을 쓰시는 분이 이렇게 생각하시다니
그래서 아직도 우리 국민은 깨어나지 못한 것같다
조목조목 따져 보려다가 그만 두었다
내가 김작가를 설득할 수 있는 정연한 논리를 갖고 있지도 앉고 괜한 말씨름으로 에너질 소비할 필요 없다
편바둑 한판하고 헤어지잔다
난 김작가와 두었다
나에게 두점 접바둑
내가 항상 이겼는데 오늘은 중 후반에 헝클어진 바둑을 내가 빨리 수습하려다가 역습에 걸렸다
이리저리 비틀었는데 넘어 오질 않고 자기 약한 돌을 지켜 버린다
전체적인 형세를 면밀히 살펴보니 뒤집을 곳이 없어 투석
위기의 순간엔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야하는데 아직도 마음뿐
한판 더 하자는 것을 난 안되겠다며 일어섰다
일찍 들어가 쉬는게 좋겠다
뻥이를 닭장에 묶어 두고 덫을 입구에
언제나 산짐승이 걸려들까?
집사람은 덫만 놓아 두라는데 혹여라도 닭장에 들어 와 알품는 기러길 해쳐버리면...
부화할 때까진 뻥이 덕을 봐야겠다
꼬끼오
수탉이 홰를 치며 새벽을 불러 온다
님이여!
반짝 추위 누그러졌네요
냉이 달래 쑥 등 봄나물이 지천에 가득
봄에 나는 어린 새싹은 독성이 없어 뭐든 먹을 수 있다네요
봄나물 한바구니 캐다가 봄밥상 차려 보심도 힐링이리라
오늘도 마냥 행복한 하루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