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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광대이진정미(致廣大而盡精微)
군자가 되려면 기본 예의를 지키면서 넓고 다양하게 공부하라는 말이다. 그 공부를 처음부터 좁은 범위에서 꼼꼼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넓고 다양하게 접하라는 말이다.
致 : 이를 치(至/4)
廣 : 넓을 광(广/12)
大 : 클 대(大/0)
而 : 말이을 이(而/0)
盡 : 다할 진(皿/9)
精 : 정밀할 정(米/8)
微 : 작을 미(彳/10)
출전 : 중용(中庸) 27장
故君子尊德性, 而道問學, 致廣大, 而盡精微, 極高明, 而道中庸.
그러므로 군자는 덕성을 존중하면서도, 묻고 배우는 것을 길로 한다. 넓고 큼에 이르면서도, 정미함을 다하며, 고상하고 현명한 것에 이르면서도, 중용을 길로 여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단계적 일상 회복의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을 상회하고 감염재생산지수도 1을 넘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단계적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불안하다.
가능성의 희망과 만일의 불안이 교차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릴 때 백신이 나오면 상황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는데도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진단은 이렇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감염률이 높아서 확진자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백신 접종 이후의 돌파감염 발생이다. 백신 접종이 만능 해결사는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사정은 영국과 싱가포르처럼 백신 접종이 조기에 실시되고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도 확진자가 확연히 줄여들지 않는 점에서 확인된다.
결국 코로나19가 극성일 때 백신 접종률이 70%에 이르면 해방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고 불안한 희망과 답답한 우려가 우리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또 하나의 원인을 놓치고 있다. 바로 코로나19와 관련된 각종 통계 지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인식의 문제다. 코로나19 상황이 매일 발표될 때마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공개된다.
지금까지 확진자는 32만 5,800여 명을 웃돌고 있고, 사망자는 2,544명에 이른다. 숫자 자체만 놓고 보면 확진자 수는 전 국민의 1%도 되지 않는다. 사망률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숫자에만 주목하면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해 느긋한 자세를 취할 수 있을 듯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하다. 정부 방역 정책과 국민의 불안은 과도한 공포에서 비롯된 과잉 반응일까 아니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적절한 긴장일까.
1% 미만과 다른 나라보다 낮은 사망률이라는 수치에 대해 방역 당국은 우리가 코로나19 상황에도 선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은 '내가 언제든 감염될 수 있고 백신 접종 이후에도 큰일을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수치에 대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아무리 통계상 수치를 제시하며 방역 방국이 안전하다고 말해도 "내가 또 내 가족이 적은 수치의 해당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불안은 결코 줄어들 수가 없다.
방역 상황을 보여주는 통계 수치의 추이를 거시적으로 관리하는 일만큼 수치 해당자 또는 해당 우려자의 불안을 미시적으로 돌봐야 한다. 즉 거시적 지표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만큼이나 미시적 불안에 대한 섬세하고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백신 접종 이후 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그것이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설명 또는 통보만으로는 수치 해당자를 납득시킬 수도, 위로할 수도 없다.
사망자가 한 집안의 가장이라면 그 가족은 하루아침에 하늘이 무너지고 앞날이 막막한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이렇게 보면 2,544명을 낮은 사망률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다.
앞날이 막막한 상황을 풀어갈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위로의 말과 어쩔 수 없다는 논리만으로 갑작스런 상황에 준비되지 않은 산 사람이 희망을 가질 수는 없다.
중용에서는 사람에게 "광대하고 보편적인 것을 완전히 하고 정밀하고 특수한 것을 세세하게 파악하며 높이 환히 비치는 것을 끝까지 찾고 현실에 맞는 중도의 길을 최대한 찾아라(致廣大而盡精微, 極高明而道中庸)"고 요구한다.
중용은 광대하고 고명한 거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미하고 중용적인 측면도 중시한다. 그래야만 삶에서 전망이 주는 희망으로 현실이 주는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코로나19와 관련해 광대에 치중하고 정미에 소홀히 한 셈이다. 그 결과 백신 접종 이후에도 불안이 안심으로 바뀌지 않고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사망자를 기념하고 사망자의 가족이 일어설 수 있는 길을 찾는 등 정미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불안도 서서히 꼬리를 내릴 것이다.
중용(中庸) 27장
大哉 聖人之道!
위대하도다, 성인의 도여!
洋洋乎! 發育萬物, 峻極于天.
충만하게 만물을 발육시키니 높음이 하늘에 다하였구나.
優優大哉! 禮儀三百, 威儀三千, 待其人而後行.
넉넉하에 크도다! 예의가 삼백 가지요, 위의가 삼천 가지이다. 훌륭한 사람을 기다린 후에 행해질 것이다.
故曰: 苟不至德, 至道不凝焉.
그러므로, ‘참으로 지극한 덕을 지니지 않았다면 지극한 도가 모이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故君子尊德性而道問學, 致廣大而盡精微, 極高明而道中庸, 溫故而知新, 敦厚以崇禮.
그러므로 군자는 덕성을 높이고 학문을 행하니, 광대함을 지극히 하고 정미함을 다하며, 높고 밝음을 극진히 하고 중용을 행하며,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며, 두터움을 돈독히 하여 예를 높이는 것이다.
是故居上不敎轎, 爲下不倍.
그러므로 윗자리에 있으면서 교만하지 않고, 아랫사람이 되어서는 배반하지 않는다.
國有道, 其言足以興; 國無道, 其黙足以容.
나라에 도가 있을 때는 그가 하는 말이 인정받아 벼슬자리에 오르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는 그의 침묵이 그의 몸을 지킬 수 있다.
詩曰 : 旣明且哲, 以保其身. 其此之謂與.
시경에 말하였다. “이미 밝고 잘 살펴서 그 몸을 보전한다.” 바로 이것을 말한 것이리라!
중용(中庸) 27장은 인간이 가야할 人道에 대한 章이다.
가끔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어려움이 닥치는 경우도, 한해가 가고 새해를 맞이할 때도, 아이들을 키우다가도 문득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한다. 그런 생각은 대부분은 또 다른 일상의 일이 닥치면 깊이 생각해볼 틈 없이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중용 27장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쳐주는 이야기여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정리해본다. 유교가 지향하는 인간의 모습이 성인의 모습이나 군자의 모습이어서 다소 위압감이 들긴 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귀히 여기는 학문인만큼 그 의미를 새겨본다.
1. 일상의 행동지침
優優大哉! 禮儀三百, 威儀三千, 待其人而後行.
기본이 되는 예의가 300개이고, 그에 따른 세부 항목이 3,000개 아니 그 이상이 있다고 한다. 喪이 났을 때, 혼인할 때, 제사지낼 때, 관례 할 때 등등 일상생활을 하면서 부딪치는 모든 일에 이렇게 대처하라는 지침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부사항을 누가 만들었냐하면 성인들이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즉 예의와 위의는 가정과 사회 구성원으로 잘 지내기 위한 기본 규칙인 것이다. 克己復禮라. 개인이 사욕을 버리고, 공공의 선을 실천해야 사회가 유지된다고 한다.
威자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는데, 위엄, 품위를 뜻하는 것으로 인간답게 살려면 이 정도는 지켜야 품위가 있는 인간으로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속속들이 그 규범들을 다 알 순 없지만, 의례들이 점점 간소화가 되어가고, 바쁜 일상에 시간 쪼개기가 힘든 현대인들에게 관례나 제례를 지키라고 하는 게 시대에 맞는 예의인지는 의문이 든다.
게다가 이러한 것들이 성인 즉 위대한 분이 나타나야 만들어지고 행해진다고 하니 인권이 중요한 시대상과는 맞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의 본성을 높이 사는 유학의 기본 철학과는 달리 인간차등을 기본 바탕에 깔고 있지 않나는 생각이다.
2. 군자의 생활
군자의 생활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는 것을 다섯 가지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1) 故君子尊德性而道問學.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덕성을 보존하고 잘 닦아 높이라고 합니다. 학문을 지극히 하면서 '격물치지'하라.
(2) 致廣大而盡精微.
무엇을 함에 넓고 크게, 꼼꼼함을 다하라 하는데, 그 순서는 넓히는 것을 먼저 하라고 한다. 처음부터 정교하고 세세하게 하다보면 스케일이 클 수 없다.
(3) 極高明而道中庸.
사리사욕에 얽매이지 않아야 높고 밝은 것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고, 행하는 데는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중용의 태도를 지키라.
(4) 溫故而知新.
익히 들어본 말이다. 溫은 따뜻하게 한다는 말이다. 옛것을 따뜻한 마음으로 대한다는 것은 존중하는 마음이다. 옛것을 배운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그런 마음이 있어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자신을 성장 시킬 수 있다.
(5) 敦厚以崇禮.
厚는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예의', '위의' 같은 삶의 방식을 잘 알고 있는데, 더욱 잘 할 수 있게 힘쓰라.
다른 말 필요 없고, 군자가 되려면 기본 예의를 지키면서 넓고 다양하게 공부하라는 말이다. 그 공부를 처음부터 좁은 범위에서 꼼꼼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넓고 다양하게 접하라는 부분이다.
3. 사람이 나갈 때와 물러설 때.
居上不轎, 爲下不倍.
교(轎)자는 말(馬)한테 쓰는 단어인데, 말이 주인이 가라는 대로 안 가고 멋대로 가는 경우에 사용하는 말이다. 사람에 빗댈 경우에는 제멋대로 날뛴다는 뜻이다. 배(倍)는 배반하다는 뜻보다는 분수를 지키지 않고 법도를 어긴다는 뜻에 가깝게 해석한다.
國有道, 其言足以興.
其言 그 사람은 '존덕성도문학'하고 '극고명도중용'하는 사람으로 그의 말이 흥하여 세상에 쓰이는 될 때는 나아가 벼슬을 하라고 한다. 또한 흥(興)은 그가 말을 잘해서 좋은 정책을 제시하여 나라를 부흥하게 한다는 의미로 해석을 할 수 도 있다.
國無道, 其黙足以容.
반면에 그의 침묵이 용인된다는 것은 어려운 상황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때는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혹은 뜻을 펼치고 싶어도 침묵을 하거나 물러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상처를 입게 된다.
여기서는 국가를 빗대 말하고 있지만, 우리도 상황에 따라 내가 필요한 자리에는 참여하지만, 하고 싶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는 참여하지 않는게 좋다라는 것이다. 매사 여기가 내가 설 자리인지, 엉뚱한 곳에서 시간 낭비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라.
4. 보신주의(保身主義)
자신의 직무는 대충하면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지위 따위를 지키는 일에만 급급한 태도를 이르는 말이다.
旣明且哲, 以保其身.
이 글자를 사자성어로 '명철보신'이라 하는데, '시경'에 나온 말인데, 중용에서 더 유명해진 말이다. 좋은 판단력과 현명한 행동으로 자신의 몸을 지킨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자신의 몸을 지키는 보신주의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본래의 의미는 나라에 도가 없을 때 현명하게 처신하여 자신을 지킨다는 뜻이다. (예: 퇴계의 은거)
'보신'은 도가에서 '귀신(貴身)'과 개념이 같은데, 둘 다 몸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자기의 몸을 귀하게 여기다보면 전쟁처럼 인간이 죽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5. 나는 양지를 잘 키우고 있을까?
大哉 聖人之道! 洋洋乎! 發育萬物, 峻極于天.
중용 27장은 인간의 도에 대해서 알려 준다고 첫 줄에서 이미 말했는데, 위에서 말하고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지키다보면 성인이 될 수 있는데, 그런 성인의 도는 지상에서는 만물을 자라게 하는 에너지가 되고, 그게 넘쳐흘러 하늘까지 솟아올라 천도(天道)에 다다를 수가 있다.
인간의 본성에는 하늘의 뜻이 담겨있다 말하는 것 같다. 양명학에서 말하는 양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인간들은 대부분 나의 양지를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땅의 기운이 하늘의 기운과 닿아있다. 그게 곧 인간이라는 사실이 놀랍고 신비롭다.
왕양명이 제자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전습록'을 읽은 후 '모든 답은 내가 갖고 있구나'를 알게 됐는데, 제대로 살고 있나? 라는 의문을 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의 뜻이 다른 곳,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특별한 사람만이 갖고 있는게 아니고, 우리 각자는 양지를 갖고 있다는 것, 나의 양지를 소중히 잘 키우라는 배움이었다.
▶️ 致(이를 치/빽빽할 치)는 ❶형성문자로 緻(치)의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이를 지(至; 이르다, 도달하다)部와 매질하여 빨리 이르도록 한다는 등글월문(攵=攴;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의 뜻이 합(合)하여 이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致자는 '이르다'나 '보내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致자는 至(이를 지)자와 攵(칠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攵자가 아닌 夊(천천히 걸을 쇠)자가 쓰였었다. 夊자는 '발'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소전에서의 致자는 '이르다'는 뜻의 至자에 夊자를 결합해 발걸음이 어느 지점에 도달했음을 뜻했었다. 그러나 해서에서는 夊자가 攵자로 잘못 바뀌면서 본래의 의미를 알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致(치)는 ①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②다하다 ③이루다 ④부르다 ⑤보내다 ⑥그만두다 ⑦주다, 내주다 ⑧깁다(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매다) ⑨꿰매다 ⑩빽빽하다 ⑪면밀(綿密)하다 ⑫촘촘하다 ⑬찬찬하다(성질이나 솜씨, 행동 따위가 꼼꼼하고 자상하다) ⑭곱다 ⑮배다 ⑯풍취(風趣) ⑰경치(景致) ⑱정취(情趣) ⑲흥미(興味) ⑳취미(趣味) ㉑헌옷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이를 도(到), 이를 계(屆), 이를 지(至), 이를 진(臻), 이를 흘(訖)이다. 용례로는 죽을 지경에 이름을 치명(致命), 고맙다는 인사의 치사(致謝), 남이 한 일에 대하여 고마움이나 칭찬의 뜻을 표시하는 치하(致賀), 재물을 모아 부자가 됨을 치부(致富), 사물의 도리를 알아서 깨닫는 지경에 이름을 치지(致知), 사례하는 뜻을 표함을 치사(致謝), 있는 정성을 다함을 치성(致誠), 공양이나 공궤를 함을 치공(致供), 온 정성을 다함을 치관(致款), 나라를 잘 다스리기에 이름을 치리(致理), 가업을 이룸을 치가(致家), 경의를 표함을 치경(致敬), 강제 수단을 써서 억지로 데리고 감을 납치(拉致), 꾀어서 데려옴을 유치(誘致), 어긋남이 없이 한결같게 서로 맞음을 일치(一致),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경치(景致), 사물의 정당한 조리 또는 도리에 맞는 취지를 이치(理致), 더 갈 수 없는 극단에 이름을 극치(極致), 서로 맞음을 합치(合致), 서류나 물건 등을 보냄을 송치(送致), 불러서 이르게 함을 초치(招致), 사물의 이치를 구명하여 자기의 지식을 확고하게 함을 이르는 말을 격물치지(格物致知), 나라의 위급함을 보고 몸을 바침을 일컫는 말을 견위치명(見危致命), 회의장에 모인 사람의 뜻이 완전히 일치함을 일컫는 말을 만장일치(滿場一致), 보고 들은 바가 꼭 같음을 일컫는 말을 견문일치(見聞一致), 말과 행동이 같음을 일컫는 말을 언행일치(言行一致), 차별 없이 서로 합치함을 일컫는 말을 혼연일치(渾然一致), 여럿이 한 덩어리로 굳게 뭉침을 일컫는 말을 일치단결(一致團結) 등에 쓰인다.
▶️ 廣(넓을 광)은 ❶형성문자로 広(광)의 본자(本字), 广(광)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엄 호(广; 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黃(황; 노란 빛, 빛살처럼 퍼지다, 광)으로 이루어졌다. 기둥만 있고 벽이 없는 대청에서 넓다, 넓게 퍼지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廣자는 '넓다'나 '널찍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廣자는 广(집 엄)자와 黃(누를 황)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黃자는 허리에 누렇고 둥근 패옥(佩玉)을 두른 황제를 그린 것으로 '누렇다'나 '황제'라는 뜻을 갖고 있다. 황제가 살던 궁전은 규모가 크고 넓었다. 그래서 廣자는 '황제'를 뜻하는 黃자에 广자를 결합해 황제가 살법한 크고 넓은 ‘대청’을 뜻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히 '넓다'나 '널찍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廣(광)은 (1)면적(面積) (2)너비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넓다 ②넓히다 ③너그럽다, 도량(度量)이 넓다 ④누그러뜨리다, 위로하다(慰勞--: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주다) ⑤공허하다(空虛--) ⑥느슨하다, 해이하다(解弛--: 긴장이나 규율 따위가 풀려 마음이 느슨하다) ⑦크다 ⑧(수량이)많다 ⑨(거리가)멀다, 원대하다(遠大--: 계획이나 희망 따위의 장래성과 규모가 크다) ⑩활달하다(豁達--: 활발하고 의젓하다) ⑪밝다, 빛나다 ⑫널리 ⑬너비(평면이나 넓은 물체의 가로로 건너지른 거리) ⑭병거(兵車: 전쟁할 때에 쓰는 수레) ⑮직경(直徑: 원이나 구 따위에서, 중심을 지나는 직선으로 그 둘레 위의 두 점을 이은 선분) ⑯무덤 ⑰광서성(廣西省)의 약칭(略稱) ⑱말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博(넓을 박), 恢(넓을 회), 普(넓을 보), 汎(넓을 범, 소리 가늘 핍), 汪(넓을 왕), 沆(넓을 항), 洪(넓을 홍), 浩(넓을 호, 술 거를 고), 漠(넓을 막/사막 막), 澔(넓을 호), 衍(넓을 연), 闊(넓을 활) 등이고, 반의어로는 狹(좁을 협), 陜(좁을 합/땅 이름 합, 좁을 협) 등이고, 통자로는 光(빛 광), 壙(뫼 구덩이 광), 曠(빌 광/밝을 광) 등이다. 용례로는 세상에 널리 알림을 광고(廣告), 농사를 많이 지음을 광작(廣作), 넓게 차지함을 광점(廣占), 너른 마당이나 너른 빈터를 광장(廣場)넓은 구역이나 지역을 광역(廣域), 넓고 아득함을 광막(廣漠), 넓은 각도를 광각(廣角), 넓은 다리를 광교(廣橋), 너른 들이나 아득하게 너른 벌판을 광야(廣野), 매우 넓어 막힌 데가 없음을 광활(廣闊), 한없이 멀고 넓음을 광원(廣遠), 넓고 여유가 있음을 광유(廣裕), 너르고 훌륭함을 광장(廣壯), 교제가 넓어 아는 사람이 많음을 광면(廣面), 여러 사람의 의견을 널리 물어봄을 광순(廣詢), 너그러움으로 마음이 아주 넒음을 관광(寬廣), 사방으로 크게 넓힘을 회광(恢廣), 너르고 커서 끝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광대무변(廣大無邊), 높은 갓과 넓은 띠라는 뜻으로 신분에 걸맞지 아니한 의관 차림을 이르는 말을 고관광대(高冠廣帶), 어떤 일에 앞장서는 자나 맨 먼저 주창하는 자를 이르는 말을 진승오광(陳勝吳廣), 높은 누대와 넓은 집이라는 뜻으로 크고도 좋은 집을 이르는 말을 고대광실(高臺廣室), 높은 덕과 큰 사업 또는 덕을 높이고 업을 넓힘을 이르는 말을 숭덕광업(崇德廣業) 등에 쓰인다.
▶️ 大(클 대/큰 대, 클 대, 클 다)는 ❶상형문자로 亣(대)는 동자(同字)이다. 大(대)는 서 있는 사람을 정면으로 본 모양으로, 처음에는 옆에서 본 모양인 人(인)과 匕(비) 따위와 같이, 다만 인간을 나타내는 글자였으나 나중에 구분하여 훌륭한 사람, 훌륭하다, 크다의 뜻으로 쓰였다. ❷상형문자로 大자는 '크다'나 '높다', '많다', '심하다'와 같은 다양한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大자를 보면 양팔을 벌리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크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大자는 기본적으로는 '크다'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정도가 과하다는 의미에서 '심하다'라는 뜻도 파생되어 있다. 그러니 大자는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大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크다'와는 관계없이 단순히 사람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大자가 본래 사람을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大(대)는 (1)어떤 명사(名詞) 앞에 붙어 큰, 으뜸가는, 뛰어난, 위대한, 광대한, 대단한 등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존경(尊敬) 또는 찬미(讚美)의 뜻도 나타냄 (3)큼. 큰 것 (4)큰 달. 양력으로 31일, 음력으로 30일인 달 (5)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크다, 심하다(정도가 지나치다)(대) ②높다, 존귀하다(대) ③훌륭하다, 뛰어나다(대) ④자랑하다, 뽐내다, 교만하다(대) ⑤많다, 수효(數爻)가 많다(대) ⑥중(重)히 여기다, 중요시하다(대) ⑦지나다, 일정한 정도를 넘다(대) ⑧거칠다, 성기다(물건의 사이가 뜨다)(대) ⑨낫다(대) ⑩늙다, 나이를 먹다(대) ⑪대강(大綱), 대략(大略)(대) ⑫크게, 성(盛)하게(대) ⑬하늘(대) ⑭존경하거나 찬미(讚美)할 때 쓰는 말(대) 그리고 클 태의 경우는 ⓐ크다, 심하다(정도가 지나치다)(태) ⓑ지나치게(태) 그리고 클 다의 경우는 ㉠크다, 심하다(다) ㉡극치(極致), 극도(極度)(다) ㉢지나치게(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클 위(偉), 클 굉(宏), 클 거(巨),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작을 소(小), 가늘 세(細)이다. 용례로는 크게 어지러움을 대란(大亂), 큰 일을 대사(大事), 크게 구분함을 대구분(大區分), 일이 진행되는 결정적인 형세를 대세(大勢), 크게 길함을 대길(大吉), 조금 차이는 있을지라도 대체로 같음을 대동(大同), 같은 종류의 사물 중에서 큰 규격이나 규모를 대형(大型), 크게 어지러움을 대란(大亂), 사물의 큼과 작음을 대소(大小), 크게 이루어짐을 대성(大成), 크게 웃음을 대소(大笑), 넓고 큰 땅을 대지(大地), 넓혀서 크게 함을 확대(廓大), 가장 큼을 최대(最大), 몹시 크거나 많음을 막대(莫大), 뛰어나고 훌륭함을 위대(偉大), 매우 중요하게 여김을 중대(重大), 마음이 너그럽고 큼을 관대(寬大), 엄청나게 큼을 거대(巨大), 형상이나 부피가 엄청나게 많고도 큼을 방대(厖大), 더 보태어 크게 함을 증대(增大),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크게 될 인물은 오랜 공적을 쌓아 늦게 이루어짐 또는 만년이 되어 성공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대기만성(大器晩成), 넓고 큰 바다에 물방울 하나라는 뜻으로 많은 것 가운데 아주 작은 것이라는 뜻을 이르는 말을 대해일적(大海一滴), 넓고 넓은 바다에 떨어뜨린 한 알의 좁쌀이란 뜻으로 매우 작음 또는 보잘것없는 존재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대해일속(大海一粟), 거의 같고 조금 다름이나 비슷함을 일컫는 말을 대동소이(大同小異), 큰 의리를 위해서는 혈육의 친함도 저버린다는 뜻으로 큰 의리를 위해서는 사사로운 정의를 버림 또는 국가의 대의를 위해서는 부모 형제의 정도 버림을 일컫는 말을 대의멸친(大義滅親), 뚜렷이 드러나게 큰 글씨로 쓰다라는 뜻으로 누구나 알게 크게 여론화 함을 이르는 말을 대서특필(大書特筆),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중대한 의리와 명분을 이르는 말을 대의명분(大義名分), 큰 집과 높은 누각이라는 뜻으로 웅장하고 큰 건물을 이르는 말을 대하고루(大廈高樓), 크게 깨달아서 번뇌와 의혹이 다 없어짐을 이르는 말을 대오각성(大悟覺醒), 장군의 별칭으로 매사에 겸손하고 말 없이 수고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대수장군(大樹將軍), 큰 재목이 작게 쓰이고 있다는 뜻으로 사람을 부리는 데 있어서 제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 안됨을 이르는 말을 대재소용(大材小用), 큰 소리로 목을 놓아 슬피 욺을 일컫는 말을 대성통곡(大聲痛哭), 몹시 놀라 얼굴빛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대경실색(大驚失色), 크게 간사한 사람은 그 아첨하는 수단이 매우 교묘하므로 흡사 크게 충성된 사람과 같이 보임을 이르는 말을 대간사충(大姦似忠), 바라던 것이 아주 허사가 되어 크게 실망함을 일컫는 말을 대실소망(大失所望), 매우 밝은 세상을 이르는 말을 대명천지(大明天地),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나 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말을 대도무문(大道無門), 덕이 높고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자질구레한 일에 초연함 곧 도량이 넓어서 자질구레한 일에 얽매이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대인대이(大人大耳), 큰 지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공명정대하여 잔재주를 부리지 않으므로 언뜻 보기에는 어리석게 보인다는 말을 대지여우(大智如愚) 등에 쓰인다.
▶️ 而(말 이을 이, 능히 능)는 ❶상형문자로 턱 수염의 모양으로, 구레나룻 즉,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말한다. 음(音)을 빌어 어조사로도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而자는 '말을 잇다'나 '자네', '~로서'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而자의 갑골문을 보면 턱 아래에 길게 드리워진 수염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而자는 본래 '턱수염'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지금의 而자는 '자네'나 '그대'처럼 인칭대명사로 쓰이거나 '~로써'나 '~하면서'와 같은 접속사로 가차(假借)되어 있다. 하지만 而자가 부수 역할을 할 때는 여전히 '턱수염'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而(이, 능)는 ①말을 잇다 ②같다 ③너, 자네, 그대 ④구레나룻(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 ⑤만약(萬若), 만일 ⑥뿐, 따름 ⑦그리고 ⑧~로서, ~에 ⑨~하면서 ⑩그러나, 그런데도, 그리고 ⓐ능(能)히(능) ⓑ재능(才能), 능력(能力)(능)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30세를 일컬는 말을 이립(而立), 이제 와서를 일컫는 말을 이금(而今), 지금부터를 일컫는 말을 이후(而後), 그러나 또는 그러고 나서를 이르는 말을 연이(然而), 이로부터 앞으로 차후라는 말을 이금이후(而今以後), 온화한 낯빛을 이르는 말을 이강지색(而康之色), 목이 말라야 비로소 샘을 판다는 뜻으로 미리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일이 지나간 뒤에는 아무리 서둘러 봐도 아무 소용이 없음 또는 자기가 급해야 서둘러서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을 갈이천정(渴而穿井),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듯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아주 다른 것을 이르는 말을 사이비(似而非), 공경하되 가까이하지는 아니함 또는 겉으로는 공경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꺼리어 멀리함을 이르는 말을 경이원지(敬而遠之), 뾰족한 송곳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는 뜻으로 뛰어나고 훌륭한 재능이 밖으로 드러남을 이르는 말을 영탈이출(穎脫而出), 서른 살이 되어 자립한다는 뜻으로 학문이나 견식이 일가를 이루어 도덕 상으로 흔들리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삼십이립(三十而立), 베개를 높이 하고 누웠다는 뜻으로 마음을 편안히 하고 잠잘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고침이와(高枕而臥), 형체를 초월한 영역에 관한 과학이라는 뜻으로 철학을 일컫는 말을 형이상학(形而上學), 성인의 덕이 커서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유능한 인재를 얻어 천하가 저절로 잘 다스려짐을 이르는 말을 무위이치(無爲而治) 등에 쓰인다.
▶️ 盡(다할 진)은 ❶형성문자로 尽(진)은 통자(通字), 尽(진)은 간자(簡字), 侭(진)과, 儘(진)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그릇 명(皿; 그릇)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다하다의 뜻을 가진 부수(部首)를 제외한 글자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릇 속을 비우다가 전(轉)하여, 다하다, 남김 없이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盡자는 '다하다'나 '완수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盡자는 皿(그릇 명)자와 聿(붓 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聿자는 손에 붓을 쥐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솔'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해석한다. 盡자는 이렇게 솔을 들고 있는 모습에 皿자를 결합한 것으로 식기를 씻는다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식기를 씻고 있다는 것은 이미 식사가 끝났다는 뜻이다. 그래서 盡자는 식사가 끝난 후 설거지까지 마무리했다는 의미에서 '다하다'나 '완수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盡(진)은 ①다하다 ②완수(完遂)하다 ③극치(極致)에 달하다 ④최고에 달하다 ⑤다 없어지다 ⑥사망(死亡)하다 ⑦죽다 ⑧모든 ⑨전부(全部)의 ⑩~만 ⑪다만 ~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곤할 곤(困), 다할 추(湫), 다할 극(極), 다할 진(殄), 다할 궁(窮), 다할 갈(竭), 가난할 빈(貧)이다. 용례로는 있는 힘을 다함을 진력(盡力), 몸과 마음이 지쳐 쓰러질 정도로 열심히 힘을 다함 또는 그렇게 하는 일을 진췌(盡悴), 마음과 정성을 다함을 진심(盡心), 창고에 있는 곡식이나 물건을 풀어서 죄다 나누어 줌을 진분(盡分), 맡은 바 직분을 다함을 진직(盡職), 돈이나 물품을 남김없이 다 내어 줌을 진하(盡下), 정성을 다함을 진성(盡誠), 생각 했던 바를 다 쏟아 놓는 말을 진언(盡言), 운이 다함을 진운(盡運), 충성을 다함을 진충(盡忠), 죄다 멸망하거나 또는 멸망시킴을 진멸(盡滅), 사물의 근원을 속 깊이 연구하여 앎을 진원(盡源), 술이 몹시 취함을 진취(盡醉), 모조리 다 죽음을 진몰(盡歿), 재물이나 정력 따위가 죄다 없어짐을 핍진(乏盡), 줄거나 또는 해져서 다 없어짐을 모진(耗盡), 시들어 없어짐을 조진(凋盡), 아직 다하지 못함을 미진(未盡), 하나도 남지 않고 다 팔림을 매진(賣盡), 아주 사라져 다 없어짐을 소진(消盡), 점점 쇠하여 다 됨을 쇠진(衰盡), 재물 따위를 죄다 써서 없애 버리는 것을 탕진(蕩盡), 힘이나 마음을 다함을 극진(極盡), 무엇이 저절로 다 됨 또는 몸과 마음으로 정성을 다함을 자진(自盡), 모조리 잡음이나 휘몰아 잡음을 타진(打盡), 간곡하게 정성을 다함을 곡진(曲盡), 기력이 다 빠져 없어짐을 탈진(脫盡), 모두 타 버림을 소진(燒盡), 기력이 다하여 없어짐을 기진(氣盡), 끝나거나 다하지 않음을 부진(不盡), 다 없어짐을 절진(絶盡), 맥이 풀리고 기운이 아주 빠짐을 맥진(脈盡), 줄어 없어짐을 감진(減盡), 마음과 힘을 있는 대로 다 씀을 비진(備盡), 힘이 다 지침을 역진(力盡), 세상의 모든 잡귀를 굴복시키는 일을 항진(降盡), 멸하여 없어지거나 없앰을 멸진(滅盡),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다하여 없어짐을 갈진(竭盡), 모조리 닳아 없어짐을 올진(兀盡), 몹시 써늘함을 냉진(冷盡), 목숨이 끊어져 죽음을 합진(溘盡), 쓸 만한 계책이 다하여 없음을 계진(計盡), 충성을 다하고 힘을 다함을 일컫는 말을 진충갈력(盡忠竭力), 착함과 아름다움을 다한다는 뜻으로 완전무결함을 이르는 말을 진선진미(盡善盡美), 맡은 일에 진종일 부지런히 쓰는 힘을 일컫는 말을 진일지력(盡日之力), 존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낮춰 온힘을 다한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국궁진력(鞠躬盡力),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모자람 없이 넉넉함을 일컫는 말을 끽착부진(喫着不盡), 글로는 의사를 충분히 표현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서부진언(書不盡言), 식량이 떨어져 기운이 다함을 일컫는 말을 식갈역진(食竭力盡) 등에 쓰인다.
▶️ 精(정할 정/찧을 정)은 ❶형성문자로 精(정)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쌀 미(米; 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靑(청, 정)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靑(청)은 푸른 색깔, 깨끗하다, 깨끗하게 하는 일을 뜻하고, 米(미)는 곡식으로, 精(정)은 곡식을 찧어서 깨끗이 하다, 정미(精米), 애벌 찧는 것을 粗(조)라는 데 대하여 곱게 찧는 것을 精(정)이라 하였다. ❷회의문자로 精자는 '깨끗하다'나 '정성스럽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精자는 米(쌀 미)자와 靑(푸를 청)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靑자는 초목과 우물을 함께 그린 것으로 '푸르다'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푸르고 깨끗함을 뜻하는 靑자에 米자가 결합한 精자는 '깨끗한 쌀'이란 뜻으로 만들어졌다. 수확한 벼는 탈곡 후에 다시 도정(搗精)과정을 거쳐야 한다. 도정과정을 잘 거쳐야만 깨끗한 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 옛날에는 오로지 사람의 노동력으로 도정과정을 거쳐야 했기에 精자는 '깨끗하다'라는 뜻 외에도 '정성스럽다'라는 뜻도 함께 갖게 되었다. 그래서 精(정)은 (1)정수(精髓) (2)정수(精水) (3)정기(精氣) 등의 뜻으로 ①정(精)하다(정성을 들여서 거칠지 아니하고 매우 곱다) ②깨끗하다 ③정성(精誠)스럽다 ④찧다(쌀을 곱게 쓿다) ⑤뛰어나다, 우수(優秀)하다 ⑥가장 좋다, 훌륭하다 ⑦총명(聰明)하다, 똑똑하다, 영리(怜悧)하다 ⑧세밀(細密)하다, 정밀(精密)하다, 정교(精巧)하다 ⑨정통하다, 능통하다, 능(能)하다 ⑩순수한, 정제(精製)한, 정련한 ⑪몹시, 매우, 대단히 ⑫정기(精氣), 정신(精神), 정력, 원기(元氣) ⑬요정(妖精), 정령(精靈), 요괴(妖怪) ⑭도깨비 ⑮정액(精液)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정할 전(奠), 정할 정(定), 반대 뜻을 가진 한자거칠 조(粗)이다. 용례로는 마음이나 생각 또는 영혼을 정신(精神), 온갖 성의를 다하려는 참되고 거짓이 없는 성실한 마음을 정성(精誠), 가늘고 촘촘함이나 아주 잘고 자세함을 정밀(精密), 정밀하고 교묘함을 정교(精巧), 자세히 살피어 읽음을 정독(精讀), 정성을 들여 잘 만듦을 정제(精製), 정밀한 계산을 정산(精算), 어떤 사물에 대하여 밝고 자세하게 앎을 정통(精通), 상세하고 확실함을 정확(精確), 뼈 속에 있는 골 또는 사물의 가장 중심이 되는 알짜를 정수(精髓), 썩 날래고 용맹스러움 또는 정련된 군사를 정예(精銳), 암수의 생식 세포가 서로 하나로 합치는 현상을 수정(受精), 곡식 등을 찧거나 쓿는 일을 도정(搗精), 조촐하거나 깨끗하지 못하고 거칠거나 지저분함을 부정(不精), 자세히 연구함을 연정(硏精), 마음을 가다듬고 성의껏 힘씀을 여정(勵精), 순수한 금과 좋은 옥이라는 뜻으로 인격이나 문장이 아름답고 깨끗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정금양옥(精金良玉), 쇠붙이가 충분히 단련되었다는 뜻으로 충분히 숙련되고 많은 경험을 쌓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정금백련(精金百鍊), 사리에 밝고 판단에 민첩하며 역량과 재능이 뛰어나다는 말을 정민강간(精敏强幹), 삼가 게을리 하지 않고 일에 힘쓴다는 말을 정려각근(精勵恪勤), 여러 방면으로 널리 아나 정통하지 못하다는 말을 박이부정(博而不精), 몹시 애를 쓰고 정성을 들인다는 말을 각고정려(刻苦精勵), 아버지의 정기와 어머니의 피라는 뜻으로 자식은 부모로부터 그 정신과 육체를 물려받았음을 이르는 말을 부정모혈(父精母血), 배우는 일에 정성을 다해 몰두한다는 말을 학업정진(學業精進), 작은 것이 정밀하고 세차다는 뜻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다부지고 강한 면모가 있다는 말을 단소정한(短小精悍) 등에 쓰인다.
▶️ 微(작을 미)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두인변(彳; 걷다, 자축거리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보일 듯 말듯 할 만큼이란 뜻을 나타내는 글자 (미)로 이루어졌다. 몰래 간다는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微자는 '작다'나 '정교하다', '꼼꼼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微자는 彳(조금 걸을 척)자와 (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머리칼을 빗어 넘기는 여자를 그린 것으로 '가늘다'라는 뜻이 있다. 微자는 이렇게 '가늘다'라는 뜻을 가진 (미)자에 彳자가 결합해 '좁은 길'이나 '오솔길'을 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작다’나 '정교하다'라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그래서 微(미)는 ①작다, 자질구레하다 ②정교하다, 정묘하다, 자세하고 꼼꼼하다 ③적다, 많지 않다 ④없다 ⑤어렴풋하다, 또렷하지 아니하다 ⑥어둡다, 밝지 아니하다 ⑦쇠하다, 쇠미하다(쇠잔하고 미약하다) ⑧아니다 ⑨숨다, 숨기다 ⑩엿보다, 몰래 살피다 ⑪다치다, 상처를 입다 ⑫천하다, 비천하다 ⑬조금 ⑭몰래, 은밀히, 비밀히 ⑮없다고 하면 ⑯처음, 시초(始初) ⑰발, 대발 ⑱종기(腫氣), 다리가 부어오르는 병 ⑲소수의 이름(=0.000001)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현상이나 내용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야릇하고 묘함을 미묘(微妙),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작음을 미세(微細), 소리를 내지 않고 빙긋이 웃는 것 또는 그 웃음을 미소(微笑), 뚜렷하지 않고 매우 희미함을 미미(微微), 힘이 없고 여림을 미약(微弱), 살살 부는 바람을 미풍(微風), 썩 작음을 미소(微小), 보잘것없는 낮은 벼슬자리를 미관(微官), 약간 일어나는 몸의 열을 미열(微熱), 하찮고 천함을 미천(微賤), 조금 움직임을 미동(微動), 조금 찬 듯함을 미랭(微冷), 자그마하고 변변찮은 물건을 미물(微物), 지위가 높은 사람이 무엇을 살피러 다닐 적에 남의 눈을 피하려고 입는 수수한 차림을 미복(微服), 물건값 따위가 약간 오름을 미등(微騰), 조금 나는 땀을 미한(微汗), 아주 적은 분량을 미량(微量), 앞일에 대한 다소 막연한 예상이나 짐작이 들게 하는 어떤 현상이나 상태를 기미(幾微), 아주 작고 가벼움을 경미(輕微), 또렷하지 못하고 흐릿함을 희미(稀微), 가난하고 지체가 변변하지 못함을 한미(寒微), 무슨 사단이 커지기 전에 막음을 방미(防微), 도리나 기예가 깊어서 썩 미묘함을 현미(玄微), 지극히 적음을 극미(極微), 지체가 낮고 천함을 비미(卑微), 털끝 만큼 썩 가늚을 홀미(忽微), 남이 알아보지 못하게 미복으로 넌지시 다님을 이르는 말을 미복잠행(微服潛行),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천천히 거님을 이르는 말을 미음완보(微吟緩步), 밝히어 말을 하지 아니하고 슬쩍 그 눈치만 보임을 이르는 말을 미시기의(微示其意), 꽃을 집어 들고 웃음을 띠다란 뜻으로 말로 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염화미소(拈華微笑), 완곡하게 상대방의 급소를 찌르는 말을 담언미중(談言微中), 사물을 샅샅이 밝히어 살펴본다는 말을 무미불촉(無微不燭), 썩 작은 것까지라도 다 환하게 알 수 있다는 말을 무미불측(無微不測) 등에 쓰인다.